우리나라 중·고생의 대부분이 한국사회를 부패사회로 인식하고 있
다는 한 설문조사 결과는 실로 충격적이다. 특히 학생들은 스스로
‘부패를 저지르고 썩을 용의가 있다’고 대답, 말문을 막히게 한다.
자라나는 중·고생들의 도덕 및 윤리관이 이 지경이면 우리사회의 앞
날은 암담하다.
반부패국민연대가 서울시내 10개 중·고생 1005명을 대상으로 실시
한 ‘청소년부패·반부패의식조사’에서 91%가 ‘우리사회는 부패해
있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이들 중 72.5%는 또 한국은 세계에서 부패
도가 1~20군에 속할 것이라고 응답, 한국을 ‘부패 공화국’으로 생각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천동지할 일은 중·고생들의 부패에 대한 인식이 일상화되어 있다
는 사실이다. 학생 가운데 28.4%가 놀랍게도 ‘뇌물을 써서 문제를 해
결할 수만 있다면 뇌물을 쓸것’이라고 대답했다.
더욱 섬뜩하게 하는 대목은 ‘감옥에서 10년을 살아도 10억원을 벌
수 있다면 부패를 저지를 수 있다’고 한 학생이 무려 16%나 됐다. 또
22.7%는 ‘부정부패를 목격해도 나에게 손해가 된다면 모른 체 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이러한 생각이 중·고등학생 사이에 정말 만연
되어 있다면 우리 사회는 희망이 없는 사회다.
이들이 이러한 생각을 갖게 된 것은 다 우리사회 ‘지도층’의 잘못
때문이다. 이들의 설문에 나타나 있듯이 정치권 기업인 공무원 법조계
언론인 금융계 경찰 등 지도층이 정신을 차려야 한다. 이곳저곳 건드
리기만 하면 권력과 얽힌 비리커넥션이 터져 나오니 어찌 그렇게 생각
지 않겠는가.
이제 16대 대통령선거의 결과 국민들이 바라는 바가 무엇인지 확실
하게 드러난 만큼 차기 대통령은 민의를 수렴해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대접받는 사회로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아울러 우리사회의 구성원,
특히 어른들이 그 책임에서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우리 모두도 깊은
자기 반성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학생들의 도덕 및 윤리의식을 회복
할 방법을 같이 찾아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