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년 같으면 망년회(忘年會) 분위기로 거리가 북적거려야할 시기이
지만 올해는 선거에 가려 성주를 비롯한 도심의 식당 및 주점 가가 아
직은 한산하다. 대부분 선거가 끝나는 19일 이후로 망년회를 미뤄놓
았다고 한다. 선거운동으로 오해를 살 소지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
즐거운 모임을 하면서 선거운동으로 오인 받아 좋을 것이 없다는 현명
한 선택이었을 것이다.
망년회의 유래는 일본에서 섣달 그믐께 친지들끼리 어울려 술과 춤
으로 흥청대는 세시 풍속에서 시작됐다고 한다. 이러한 일본 풍속이
일제시대를 전후해 우리 나라에 들어와 어느새 나라의 대표적인 연말
풍속으로 자리를 잡았다. 우리 나라의 망년회 풍속도도 시대마다 변
하고 있다. 60년대에는 청소년들의 광란의 잔치가 극성을 부렸다. 유
신시대인 70년대에는 망년회 고속족이 등장했다. 고속도로를 통해 교
외나 온천 등으로 원정을 떠나 즐기다 오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한
것. 군부정권이 재집권한 80년대에는 젊은이들이 고고장 대신 디스코
텍으로 몰려갔다. 망년회에서 폭탄주가 대중화되기 시작한 것도 이
무렵이다. 90년대 말 IMF 시대에는 술타령 일색이던 망년회를 간소
하게 집에서 하고, 산행으로 대신하는 등 한때 새로운 풍속도가 생겨
나기도 했다. 요즈음은 망년회 양상도 변해간다고 한다. 흥청망청
파티에서 차츰 조용한 분위기서 연말을 추억 만들기 등 뜻 있게 보내
는 모임이 늘고 있다고 한다. 바람직한 현상이 아닐 수 없다.
우리도 이제 21세기에 걸 맞는 새로운 망년회 풍속도를 정착시킬 때
가 된 것 같다. 흥청망청 고주망태가 되어 거리를 누비기 보다 조용
한 가운데 가족끼리 오붓하게 모여 추억을 만들거나 불우시설 방문
등 이웃을 생각하는 망년회 모임도 계획해봄직하다. 허례허식과 체면
때문에 수도 없는 계모임의 망년회를 가지다 보면 새로운 내년을 설계
하고 지난해를 차분히 돌아보는 시간을 잃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