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긴 자가 전부 가지는 사회. 다니는 직장에서 자신의 미래를 건설하겠다는 사람은 찾기 힘들고 언제 잘릴지 몰라 모두들 대안 찾기에 바쁘다. 문제는 이런 영웅이 극소수에 그치고 나머지 다수는 보잘것 없는 존재로 취급받게 되었다는 점이다. 부가 극소수에게 편중되고 있고 나머지 사람들의 생활은 하향 평준화되고 있는 점이다
한스피터 마르틴과 하럴드슈만이「세계화의 덫」에서 경고한 「20대 80의 사회」 즉 상위 20%가 대부분의 부를 향유하고 나머지 80%는 불완전한 고용상태에서 간신히 생계만 유지하는 불평등 사회로 변모해 가고 있는 것이다. 21세기는 세계인구의 20%만이 좋은 일자리를 가지고 안정된 생활 속에서 자아실현을 할 수 있으며, 나머지 80%는 실업상태 또는 불안정한 일자리와 싸구려 음식을 먹으며 살아가는 20대 80의 사회가 될 것이라고 예고하였다.
중산층이 사회의 안전판으로 인식되어 왔다. 현상황에 만족하기 때문에 사회의 급속한 변화에 반대해 왔던 것이다. 그런데 그들이 하류층으로 내려앉아 불만세력화하고 있다. 그렇다고 이들에게 버팀목이 되어줄 사회체제가 마땅히 있는 것도 아니다. 실직하면 스스로 일어설 수 밖에 없는 것이다. IMF 사태가 닥친 후 정부가 서둘러 여러가지 실직자 지원대책을 마련했지만 급조한 것이어서 실효를 거두기 힘든 상황이다.
커피 한잔 값이 시집 한권과 맞먹고 옷 한벌이 쌀 한가마니보다 훨씬 비싼 이 현실 앞에서 우리는 진정 무엇을 찾아야 하는 걸까? 우리는 행여 잃어 버린 물건을 찾으려 하면서 정작 찾아야 할 것들은 찾을 생각조차 못하고 있는 건 아닐까? 돈이 사람을 지배하는 현실 앞에서 올바른 사고방식을 가져야 풍요로운 삶을 살수 있다고 말하는 것이 얼마나 설득력이 있을까?
요즘은 10대 90의 사회라는 말이 더 설득력이 있다. 10%의 사람들만이 안정된 직장과 소득을 누리며 사회적 부의 90%를 소유하는 반면, 90%의 사람들은 실업이나 불안정한 삶의 변두리에서 나머지 10%의 부를 놓고 다퉈야 하기 때문이다. 피땀 흘려 부를 만들어내는 노동자의 몫은 작아지는 반면, 자본과 권력의 힘은 나날이 강해지고 있는 것이다. 빚과 함께 한숨만 늘어가는 것이 이 땅의 민중이 처한 현실이다. 엄청난 부가 극소수에게 집중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그 부가 급속도로 자기증식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국민의 피와 땀과 눈물의 결실인 세금이나 공적자금이 올바로 쓰이지 않은 사실도 드러나 충격을 주었다.
이렇게 빈부 격차가 심해지고 20대 80의 사회, 10대 90의 사회가 다가오는 것이 현실이라면, 우리는 조금이라도 더 인간적인 얼굴을 한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 하루라도 빨리 다음과 같은 구조개혁에 나서야 한다. 주거비, 육아 및 교육비, 의료비 부담을 개인이 아니라 사회가 책임지도록 한다. 이 세가지 삶의 기본 비용만이라도 공동체적으로 해결하면 노동시간 단축으로 명목임금이 줄더라도 실질임금은 높아질 수 있다. 이를 위한 재정 부담은 정부 예산의 20%가 넘는 국방비 절감, 소득세 누진제의 강화와 세금탈루 방지, 부정부패 및 비자금 근절, 꼭 필요치 않은 재정 지출의 절약과 생산적 전환 등을 통해 해결할 수가 있을 것이다.
90%의 다수보다 10%의 소수만을 위하는 사회. 기득권의 벽이 두터워 도무지 깨질 것 같지 않은 이런 사회도 분명 영원히 지속되지는 못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90%로 분류된 사람들의 분노는 커져갈 것이기 때문이다. 환란 이후 늘어난 빈곤층의 증가현상이 구조화되지 않도록 정부는 최선을 다해야 한다. 복지정책에 대한 재계의 반발이 있긴 하지만, 우리는 사회 빈곤층의 확대는 결코 기업이나 국민생활에 도움이 되지 않으며 가능한 수단을 총동원해 막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