郡에서 발주하는 용역비 지출이 11월 말 기준 89건에 56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용역 건당 평균 6천3백만원 꼴이다. 용역비 지출이 올해 본예산 약 1천7백억원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따져보면 3.3%에 불과하지만 절대액수로 보면 결코 적은 돈이 아니다.
여기서 말하는 용역이라 함은 생산과 소비에 필요한 노무를 제공한다는 뜻과는 달리 보다 전문화된 분야의 연구결과를 의뢰자에게 제공한다는 뜻으로 통상 기술·설계·학술용역 등으로 구분한다.
이는 사업의 전망과 타당성, 소요될 예산의 규모, 영향평가, 추진방법, 결과에 대한 신뢰획득, 배경 지식 등을 얻기 위해 발주하게 되며, 사안에 따라서는 필수적이라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각 부서별로 대소경중(大小輕重)을 가리지 않고 용역발주를 제기하고, 이렇게 요구된 용역발주의 타당성을 검증해 가부를 결정할 통제장치가 없다는데(3천만원 이상의 학술용역일 경우 군정조정위원회 승인 요) 사안의 문제가 내재되어 있다.
특히 공무원들 중 상당수는 관련지식과 전문성이 있어 자체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업무도 용역을 의뢰하는 것으로 나타나 책임 회피성 용역발주가 아닌가라는 우려도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용역발주가 중복되거나 굳이 용역을 의뢰할 팔요성이 없는 사업과 본 사업 추진이 불투명한 사업에 대한 용역발주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으며, 이에 예산을 절감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고려해 볼 수 있는 대안으로는 우선 예산편성 이전에 각 부서별로 제기한 용역사업의 타당성을 검토하고, 예산 심의과정에서도 사업의 필요성, 타당성, 우선순위, 가용예산 등을 검토해 재조정할 수 있는 단계를 거칠 필요가 있다. 또 용역의뢰 직전에는 본 사업의 예산확보 및 확보전망, 여건 변화 등을 재검토해 용역의 발주 가부를 최종 결정해야 할 것이다.
더불어 용역업체 선정에도 보다 철두철미해야 한다. 각종 용역결과 보고회를 보면 사업의 초점과 핵심이 무엇지도 모르고 그저 나열식에 그치는 사례가 부지기수다. 실효성 있는 결과를 얻지 못하는 것도 예산의 낭비 행위다.
용역발주를 많이 한다고 일 잘하고 열심히 하는 것이 아니다. 보여주기에 지나지 않는 전시성 행정에 불과하다. 진짜 일 잘하는 모습은 한푼의 예산이라도 아끼고 성과는 크게 거두는 것이 아닐까.
56억원은 군 자주재원의 약 20%에 달하고, 2백30가구가 놀면서 일년을 먹고 살 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