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성주군은 농업부산물인 참외덩굴 소각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해마다 이맘때면 반복되는 소각으로 인해 주민들의 원성은 극에 달해 차제에 확실히 근절하지 않으면 행정에 대한 심각한 불신으로 주민소환에까지 이르지 않을까 걱정된다.
실제로 21일 일요일 밤 10시를 넘어서면서 읍내 거주민들은 호흡이 곤란할 정도의 매운 연기로 극심한 불편을 겪었다. 대한민국 어디에 이런 곳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성주가 희뿌옇게 변하여 건강한 어른들도 힘들었는데 하물며 호흡기 질환자나 어린이들은 건강을 위협받을 수준의 심각한 매연이었다.
올해는 환경운동단체에서 서둘러 참외덩굴 소각반대운동을 펴 군에서도 소각금지 현수막을 걸고 이·동장회의를 통해 농민들에게 소각대신에 퇴비화운동을 권장하는 교육을 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낮 시간에는 다소 주춤하지만 공무원이 퇴근한 후 심야에 태우는 바람에 주민들은 더한 고통을 받고 있다.
참외덩굴소각은 농업부산물로 비닐과 함께 태우지 않으면 뚜렷이 제재할 법이 없다고 한다. 하지만 이는 법 이전에 도덕성이 결여된 의식의 문제로 상공업인에 비해 많은 혜택을 받으며 세금 또한 적게 내는 농민이 함께 사는 지역민을 위한 최소한의 배려도 외면하는 상황이다. 기업이 굴뚝에서 검은 연기를 뿜어내면 온 마을이 시위하면서 농민 스스로가 덩굴소각에 죄의식을 갖지 않는다면 이들과 다를 바가 뭐가 있나.
참외덩굴 좀 태우는데 이해를 못하냐고 할지 모르지만 예전 농업과는 판이하다. 5천여 참외농가가 경작하는 전체 6만동의 비닐하우스 중 약 30%에 달하는 2만여개 하우스에서 소각하는 참외덩굴은 이미 농업부산물을 넘어서 환경오염과 다름없다.
행정기관의 적극성 또한 턱없이 부족하다. 전 지역에 현수막만 잔뜩 붙여놓고 농민계도교육 몇 번 시행한 것으로 할 일 다 했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공무원 퇴근 후 저녁시간에서 심야까지 인정사정없이 뿜어내는 연기를 실제로 보고 냄새를 맡는 지역주민은 괴롭고 화가 난다. 대다수 공무원은 대구에서 살다보니 이러한 현실을 피부로 느끼지
못할뿐더러 애초부터 그들의 불편함은 있을리 만무하다.
태우지 않으면 어떡하란 말이냐는 농민의 볼멘소리에 수억원의 예산을 들여 파쇄관련 농기계도 보급했고 또한 새로이 예산을 들여 부족한 파쇄기도 보급할 계획을 세워두었으면서 적극적인 제재를 못한다면 행정기관의 직무유기를 탓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도 참외덩굴퇴비화사업본부와 녹색실천연대 회원은 저녁시간에 지역별로 조를 짜 사비를 들여 순회하며 소각사실을 발견하면 군으로 전화 통보한다지만 이는 해당 읍면이 중심이 되고 주변 사회단체가 도와줘야 할 일로 본말이 전도되어 있다. 참외덩굴소각을 방지하는 것은 의지의 문제다. 단체장이 밤에 순시하며 농민을 설득하는 적극성을 보인다면 해당읍 직원이 태연히 퇴근할 수 있을까?
더 큰 문제는 중부내륙고속도로가 우리지역을 관통함으로 인해 수많은 차량이 다니는데 앞이 안보일정도의 소각연기로 인해 자칫 대형사고라도 나서 전국뉴스로 부각된다면 참외고장의 명성이 하루아침에 무너지는 결과가 날지도 모르는 일이다.
차제에 행정기관과 전 군민이 합심해서 밤늦게 공부하는 학생들의 학습을 방해하고 노약자와 영유아들의 건강을 위협하며 부족한 운동시설에서 그나마 건강을 챙기려는 지역민들을 위해서 참외덩굴소각은 반드시 근절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