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시대가 도래되면서 우리나라 농업도 국제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각종 국제협약이나 FTA 등으로 보호무역장벽이 허물어지면서 값싼 외국 농산물이 봇물처럼 쏟아져 들어오는 현실을 감안하면 당연한 주장일 뿐만 아니라 우리에게 커다란 과제를 안겨 주고있다.
정부도 이를 간파하고 많은 예산을 투입해 시설개선, 품종개량, 생산비 절감, 생산량 조절, 친환경농산물 생산, 유통체계 보완 등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우리 농축산물의 경쟁력이 높아졌다는 징후는 찾아보기 어렵다.
원인은 여러 가지를 지적할 수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우리 농산물이 소비자에게 안전한 먹거리라는 신뢰심을 주지 못한데서 비롯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관한 저항이나 중국 발 멜라민 파동에서 보듯이 농산물은 건강과 직결되기 때문에 소비자의 신뢰를 저버릴 경우 반향은 매우 크고 깊다. 결국 농업경쟁력 제고의 첫 단추는 안전한 먹거리 생산이라는 데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과연 소비자에게 깊은 신뢰를 얻을 만큼 안전한 먹거리를 생산하고 있는가? 최근 언론보도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hr당 한해 농약 사용량이 OECD국가 중 단연 1위라고 한다. 2위 네델란드에 비해 1.5배, 노르웨이·캐나다·핀란드에 비해서는 무려 20배가 넘는 다고 한다. 축산사료의 항생제 사용은 평균 37배에 달하고,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할 사육틀에 갇혀 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며 길러진다. 광우병에 대한 전수조사 한번 해본 적이 없고, 70개월령 이상 된 축산물이 버젓이 유통되고 있다. 한해 수만 마리에 이르는 다우너 가축 유통에 대해서는 사실조차 잘 알지 못한다.
수입농산물의 유해성은 철저히 따지면서 정작 국민들이 가장 많이 먹는 우리 농산물의 안전성은 간과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안전성 확보는 나몰라라하면서 수입농산물을 배격하고 무조건 신토불이 이용을 촉구하는 것은 미래지향적 애국심도 아니고, 거기에 속아 줄만큼 소비자
가 어리석지도 않다.
농업경쟁력이 미약하면 가장 타격을 받는 것은 농민이다. 국민에게 우리 농산물은 절대 안전한 먹거리라는 인식을 심어주면 외국산은 자연스레 발붙일 곳이 없어지거나 축소될 것이며, 세계시장으로 진출은 확대될 것이다. 아무리 제도가 잘돼 있고 시설이 좋아도 직접 농사를 짓는 농민이 인식을 바꾸고 앞장서야만 농업의 밝은 미래를 기약할 수 있다.
‘흙 묻은 자가 겨 묻은 자 나무라는’격이 되지 않으려면 진짜배기 신토불이를 만들어 내야한다. 그것이 농업경쟁력을 높이는 첫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