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 외지에서 살고있는 공무원들의 실제 거주지를 관내로 옮길 것을 강력히 추진하겠다는 군정이 발표되었을 때 군민 모두는 환영 일색이었다. 급기야는 전국 및 지방 언론매체들이 이 사실을 전파하며 주목하기 시작했고, 사회단체협의회가 공공기관 및 기업체 임직원, 주민들의 동참을 촉구하고 나서 범 군민운동으로 확산될 움직임마저 일기도 했다.
초반에는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는 듯 했으나 3개월 여가 지난 지금 적잖은 실망감을 감출 수가 없다. 한 언론보도에 의하면 공무원직장협의회의 강력한 반발에 슬그머니 꼬리를 내렸다고 한다. “개인사정에 따라 옮길 수도, 옮기지 않을 수도 있다”는 요지의 양보는 결국 백기를 든 것이나 다름없다.
정말 아연실색했다는 표현이외 달리 할 말이 없다. 사업구상 단계에서 어느 정도 반말을 예상하지 못한 것도 아닐 것이며,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추진한 사업이 아니었는가. 그 보도가 사실이라면 이는 당사자들을 제외한 군민 모두가 바람직한 사업이라며 힘을 실어주고 있는 데 정작 행정수반은 압력에 굴복한 모양새가 된다.
실거주지 이전은 지역경제를 살리자는 취지에서 추진된 것이다. 해마다 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찬바람을 맞고있는 지역상가에 활력을 불어넣고, 공무원 타지 거주에 대한 군민들의 불만 여론을 무마하며, 군민과 아픔을 같이 고민하는 공무원상을 정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일부의 저항으로 흐지부지 된다는 것은 졸속 행정, 의지 부족 등으로 볼 수 밖에 없고, 군민 모두에게 배신감을 안겨주는 처사가 될 것이다.
강한 톤으로 거주지 이전을 강요하고, 인센티브를 주겠다며 확신에 찬 모습으로 군민들에게 변화와 희망을 예고했던 그 당당함은 어디로 갔는가. 성과도 없이 중도에 포기할 것 같았으면 아예 꺼내 놓지 말았어야 했다.
한 낱 보여주기 위한 전시행정이 아니었다면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처음부터 다시 검토해 문제점을 도출하고 이의 해소방안과 추진계획을 새롭게 세워 끈기 있게 추진해야 한다. 바람직하고, 더욱이 군민의 염원을 압력에 굴복하거나 이런 저런 핑계로 저버리는 용두사미격의 일 처리는 두고두고 오점으로 남게될 뿐만 아니라 불신으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관내 모 기업은 인근 도심에 살고 있는 십 수명의 직원들에게 보금자리를 마련하고 생활편의 제공 및 설득으로 거주지를 옮기는 데 성공했다고 한다. 그 기업체에 비하면 성주군은 대기업이다. 한해 2천수백억원의 예산과 600명에 가까운 인력을 운용하는 거대 조직에서 하는 일이 소기업에서 추진한 일 처리보다 소신과 짜임새, 지속성이 없어서야 어디 내 놓고 이야기나 할 수 있겠는가.
옛 선인은 “한사람이 꾸는 꿈은 꿈에 불과하지만 만인이 꾸는 꿈은 현실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공무원 실거주 이전 문제는 5만 군민이 염원하는 꿈이다. 제발 이 꿈이 현실이 될 수 있도록 제대로 가야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