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2일 백운동에서는 경북도내 23개 시장·군수협의회가 열렸다. 현안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진행된 가운데 특히 기초단체장·기초의원의 정당공천 문제가 중요한 화두로 떠올랐다.
2006년 지방선거부터 시행된 군수, 군의원, 도의원의 정당공천제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설왕설래가 분분하다. 그러나 대다수의 국민은 그 폐해의 심각성에 대해 깊이 인식하고 있다.
법 개정의 결정권을 가진 국회에, 소속 국회의원에게 부당함을 토로하고 개선을 촉구해야 하는데 당사자인 기초의원 누구도 감히 표현할 수가 없다. 혹 밉보여 차기 지방선거에 공천 탈락이라도 당하면 큰일이기 때문이다.
‘공천이 곧 당선’임을 너무도 잘 아는 기초단체장과 의원들은 엉뚱한 일로 늘 신경이 곤두서 있다. 국회의원의 정책을 맹목적으로 동의하고, 결정에 복종하고, 비위를 맞추고, 어떤 장소에서나 눈도장을 찍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해야만 한다. 그리고 국회의원은 선거구 내에서 서서히 제왕으로 군림하기 시작했다. 단체장 출마를 희망하는 예비 후보자들의 건강한 포커스에서 지역민은 2선으로 밀려나는 한심한 신세가 된 것이다.
후보자는 ‘공천확보를 위한 선거’와 ‘본 선거’ 두 번을 치르는 격이 돼 버렸다. 머리 좋은 국회의원은 지역 내 공천심사위원회를 두거나 경선을 통해서 후보가 선출되도록 해 후보자 선정 과정에서 물러나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형식이 결국 ‘눈 가리고 아웅’ 이라는 것은 예비후보들이나 당원들이 먼저 알아차린다. 공천심사도 경선도 역시 국회의원의 의견대로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번 단체장들의 모임에서도 정당공천 폐지에 대해 많은 주장이 난무했지만 상호간 이해관계가 얽혀 의견이 좁혀지지 않았다고 한다. 국회의원과 사이가 소원하거나 공천을 받지 못한 자는 정당공천 절대불가의 기치를 내세우고, 3선이 지난 자는 자신과 무관한 일이라고 뒷짐을 진다. 또한 관계가 돈독한 단체장은 중앙정부와 예산획득과의 관계를 들어 유기적 협조를 위해서는 불가론을 강조하며 상반된 주장을 펼쳤다고 한다.
이제 차기 지방선거를 위해 남은 기간은 1년 남짓하다. 선거법 개정을 위해 정당공천 문제가 계류된 상태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논의조차 멈춰져 있는 상태이다. 정작 유권자인 군민은 결과에 대한 관심이 없고, 힘의 원천을 따라 움직이는 후보자들은 속이 탄다. 그들로서는 가장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후보자가 유권자보다 정당의 선택에 더 많은 관심이 쏠려 있는 정치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그들이 일편단심 할 수 있도록 정당공천제가 속히 폐지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