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대이동이 시작되는 구정 명절이 다가왔다. 매년 이맘때면 집을 떠나 생활하던 가족과 출향인들이 저마다 선물꾸러미를 들고 설레는 마음으로 그리운 고향을 찾게 된다.
하지만 이번 구정 분위기는 우울하기 짝이 없다. 구제역 여파로 인해 각 지자체마다 고향방문을 자제해 달라는 움직임이 일고, 설상가상으로 지역 내 용암면에서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해 양축농가는 물론 방역당국이 혼돈에 빠졌다.
정부는 대이동을 대비해 그동안 지지부진하던 예방접종까지 마쳤다. 초기대응에는 실패했지만 축산청정지역을 포기하더라도 더 큰 피해를 막자는 의도로 풀이된다.
연말 연시 각종 모임이나 행사를 취소하거나 간소화하는 등 살얼음판을 걷는 분위기였지만 결국 성주군의 방역망이 엉뚱한 조류독감에서 뚫려 버리고 말았다. 이에 따라 출향인들의 고향 방문도 주춤할 수밖에 없어 모처럼 만의 가족상봉이 무산될 지경에 있다. 설 대목을 노리던 지역상가도 매출 하락의 위협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 연일 울상이며, 축산농가의 가족들은 고향을 가야할 지 말아야 할 지 몰라 전전긍긍하고 있다.
구제역과 조류인플루엔자는 공기에 의해 전염된다고 알려져 있다. 꼭 필요한 고향방문은 어쩔 수 없지만 방역에 미칠 심각한 악영향을 고려한다면 전염병 확산가능성의 주범인 `귀성객 이동`은 최소화 할 필요가 있다.
`소나기는 일단 피하라`고 했다. 어렵고 힘든 시기에 명절의 의미와 즐거움은 잠시 유예하고 위기에 함께 대처하는 공감대 형성이 절실하다.
명절을 맞아 사랑하는 자녀의 방문마저 만류한 채 외부와 격리돼 구제역 및 조류독감과 사투를 벌이고 있는 양축농가의 눈물, 그리고 불편한 방진복을 착용하고 24시간 내내 방역활동에 시달리고 있는 관계기관의 고뇌를 헤아리는 마음으로 이번 설 명절은 조용히 보낼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