首丘初心(수구초심: 여우가 죽을 때에 머리를 자기가 살던 굴 쪽으로 둔다는 뜻으로, 고향을 그리는 마음이다), 며칠만 지나면 설이다. 반가운 손님들이 들뜬 마음으로 고향을 향해 달려올 것이다. 연일 한파가 기승을 부리더니 때 이른 비가 내리는데 촌로인 나도 작금에 눈에 띄는 일에 그냥 지나칠 수만은 없어, 어지러운 마음을 다잡고 몇 자 적어본다.
지난해 9월 17일 태풍 산바로 인해 우리 지역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농경지 매몰, 주택과 상가의 침수에 따른 피해와 제방 등 공공시설의 파손으로 수백억 원에 달하는 사상 유례없는 막대한 피해를 입어 특별재난 지역으로 선포되었다.
필자인 나도 40평짜리 주택이 전파가 되고 산사태로 농경지가 모두 매몰이 되었으며, 엄청난 비에 길에서 떠내려가기도 했다.
그런 와중에 삶의 터전인 주택과 상가의 피해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지경이었을 것이다. 그 참담함을 어떻게 말로 다할 수 있겠는가?
피해복구에 동분서주하던 수재민과 공무원, 한 몸으로 도와주던 자원봉사자와 지켜보는 이들의 마음도 무엇이 달랐겠는가?
듣자하니 피해보상을 요구하기도 하였고, 천재라고 항변하며 보상이 불가하다는 군청의 입장이나 인재이니 수십억 원의 보상을 요구하는 피해대책위원회의 입장이나, 누가 선뜻 중재를 하거나 편을 들기도 어렵다는 것이 지인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런데 요즈음 시가지에서 기이한 장면을 목격했다.
현 군수는 물론이고 이미 퇴임하여 재야로 돌아가 평범한 군민으로 살고 계시는 전 군수까지 거론하며 구속 운운하는 현수막이 시뻘겋게 거리에 나부끼는 것이 아닌가. 왜 갑자기 우리고장의 분위기가 이렇게 변해 버렸나? 참으로 비통한 심정을 주체할 수 없었다.
피해 주민들에 대한 심정적 공감과 지역민들의 아픔을 헤아리며 지역을 통합하여야 할 막중한 책임이 군수와 성주군에게 있겠지만 모욕적인 언사를 동원하여 인신공격하는 격한 문구가 어떻게 거리에 나부끼는지? 어떻게 이런 일이 우리 군에서 가능한 것인지, 대책위에서는 민심을 생각이나 하는 것인지 참으로 답답한 심정이다.
품격 높은 선비의 고장으로서의 우리의 자부심과 자긍심은 어디로 사라졌다는 말인가?
과연 이런 일들이 누구를 위한 일인가? 진정한 목적이 무엇인지? 꼭 이런 방법 이외에는 해결책이 없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세계가 인정하는 자유 민주주의 국가에 살고 있다. 이번 시가지 침수에 대해 문제가 있었다면 따지고 시시비비를 가릴 길이 나름대로는 있었을 것이다. 언론과 의회, 사법기관도 그냥 보고만 있지는 않았을 것이다. 민심이 원하는 길인지는 알 수 없지만 피해 보상을 위한 소송도 진행하고 있다고 들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충언을 드린다면 억측과 무리수로 일을 끌어가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군에 수습의 일들을 맡겨보는 것은 어떨까 생각한다.
불필요한 선동과 유언비어를 자제하고, 생업으로 돌아가 성주의 미래를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에 대해 고민해 보는 것은 어떨까?
진정으로 지역발전을 위한 몸부림이라면 당위성과 정론에 입각해서 정정당당한 모습으로 지역 주민의 공감대를 이끌어 내야 할 것이다.
一念通天(일념통천: 오직 한 가지 일에만 전념하면 그 생각이 하늘에 통하여 무엇이든지 이루어 낼 수 있다)의 마음으로, 다시는 이런 재앙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대책을 강구하고, 군수와 성주군이 스스로 고민하고 또 고민해서 수해의 아픔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만들어 가도록 맡겨두면 좋겠다. 바쁜 농사철, 어려운 서민경제, 이제는 제자리로 돌아가야 한다.
어느 군수가 군민이 잘못되도록 행정을 하려 할 것인가?
同舟相救(동주상구: 같은 배를 탄 사람은 서로 힘을 합한다) 군이나 피해 주민이나 같은 배를 탄 사람들이 아닌가?
수해의 아픔을 넘어서서 성주의 명예와 자존심을 생각하는 넓은 안목으로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진정 지역발전을 위하는 것인지 수해피해 대책위에 기대해 본다.
내일 모레가 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