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정겨운 말은 어머니이고 다음은 고향이다. 어머니와 고향은 동의어인지도 모른다. 지구촌 시대에 웬 고향타령이냐고 할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고향은 고향이다. 농업 시대의 정주 생활일 때와 달리 오늘의 다원화된 생활상에서의 고향의 의미는 아주 판이하다. 이 아주 다른 고향의 의미가 어느 특정 사안에서는 더욱 강렬하게 표출될 수도 있다는 사실에서 나 스스로도 놀랐다. 수십일 전 병원 병상에서 자랑스러운 내 고향 `성주`가 방송 화면에 나왔기 때문이다. 고문(古文)을 인용할 것도 없이 `이대도록 반가우랴`가 떠올라 나 혼자 웃고 말았다. 반가움을 지나 뭔지 모를 뿌듯한 자긍심이 일어났던 것도 사실이다. 반독재 투쟁과 민주 대장정의 선봉에 섰던 우리 군 출신 유성환 전 국회의원이 `한국현대사증언 TV자서전`에 나온 것이다. 유성환 국회의원 하면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은 반공국시 사건을 제일 먼저 떠올릴 것이다. 면책특권은커녕 국회 사상 초유의 현역의원 체포라는 당시 정권의 폭거가 일어났고 촉망 받는 한 정치인을 탄압하기에 이르렀으니 정치권에 한바탕 소용돌이를 몰고 온 것이다. 반공이 국시가 아니라는 평소의 신념을 국정 질의를 통해 설파했는데 그게 역린(逆鱗)이 되고 만 것이다. 사실 당시의 반공은 성역이었으니 이른바 반공 없는 대한민국은 국가존립 그 자체가 의미가 없을 정도로 첨예한 사안이었다. 어쩌면 나도 반공국시를 맹종한 한 사람이었는지도 모른다. 어설픈 내 단순논리로 반공국시가 맞다고 생각하여 당시의 유성환 의원을 비판하는 신문투고도 했던 나였다. 더 엄정히 말하면 내가 그 이념에 순치(馴致)됐다고 함이 옳을 것이었다. 다시 말해 이념의 옳고 그름을 떠나 나는 철저한 여당 체질이었다는 것이 더 정확했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이 분의 자서전에서 예시한 `국시란 한 나라의 사람들이 꾀하지(의도하지)아니하고도 다 함께 옳다고 하는 것이니 이(利)로서(이를 앞세워) 유혹하는 것도 아니며 위세로써 두렵게 하는 것도 아니면서, 삼척동자도 알만한 것이 국시다`라는 이율곡이 주창했다는 정의(定義)를 보고서야 내 무지를 탓하기도 했다. 유성환 의원의 정치 역정은 가시밭길이었다. 어느 인생길이 순풍의 돛단배이듯 평탄하기만 할까만 이 유성환 의원이야말로 산을 넘으면 또 산이 가로막고 물을 건너면 또 물이었으니 이 나라의 비정(秕政)을 질타하기엔 장애가 너무 많았던 시대이기도 하다. 흔히들 불의에 맞서는 투사적 정치인의 행로는 형극의 길이라고 피상적으로만 말한다. 그날 방송에서, 또 자전적 회고록에서 본 행로는 피상적이 아니라 현장감이 살아나는, 바로 실재의 상황으로 느끼기에 충분했기 때문이다. 엄혹했던 정치 지형에서 정연한 논리로 통일 국시의 사자후를 토하고, 불의 앞에 불굴의 투쟁도 불사하고, 편안한 길을 갈 수 있다는 정상배들의 회유도 단호히 물리쳤고, 백주 대낮에 선거유세 차량이 테러를 당하면서도 이분의 올곧은 신념은 굽히길 거부했다. 고향 이야기는 언제 들어도 즐거운 화두임에 틀림없다. 더구나 가장 생동감 있는 TV방송에서의 2회에 걸친 방송에서야 더 말할 것이 없다. 새삼스레 방송미디어의 위력이 크다는 것을 말하고자 함이 아니다. 통속의 의미로 `방송을 탔다`는 의미는 더욱 아니다. 다만, 한 시대를 살았던 내 고향 성주출신 한 정치인의 역정을 보고 있자니 그 시대에 역사적 순간의 한가운데에 서 있었다는 사실이 감회가 남다르다는 것을 말하고자 할 따름이다. 게다가 유성환 전 의원의 자서전 출판 기념회에 온 분들이 아니라 정치사의 중심에 섰던 큰 정치인들이니 더 말할 것이 없다. 유성환 전 국회의원님의 건승하심을 빌어본다.
최종편집:2025-07-09 오후 05:4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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