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께서 영명한 군주는 두려워하는 바가 세 가지 있다(明王有三懼)고 했다. 첫째는 높은 자리에 있으면서 자기의 과실을 듣지 못할까 하는 두려움이요, 둘째는 득의만만하여 교만해지지나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며, 셋째는 천하에 훌륭한 말을 듣고도 이를 실행에 옮기지 못할까 하는 두려움이다(孔子集語 主德篇). 춘추시대 월(越)나라 왕 구천(勾踐)이 오(吳)나라와 싸워 그들을 크게 쳐부수었다. 그에게는 가까이한 신하 셋과 멀리서 온 신하 다섯이 있었는데 그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나의 과실을 듣고도 나에게 고하지 않는 자는 엄히 벌하겠다." 이는 바로 높은 자리에 있으면서 그 과실을 듣지 못할까 두려워한 것이다. 다음으로 춘추오패(春秋五)의 하나인 진(晋)나라 문공(文公)이 초(楚)나라와 싸워 크게 이긴 다음 그 군대를 불질러 사흘 동안 꺼지지 않았다. 그런데도 문공이 근심스러운 얼굴을 하자, 곁에서 모시고 있던 자가 물었다. "지금 초나라를 크게 이겼는데 도리어 근심스러운 얼굴이시니 무슨 까닭입니까?" 이에 문공이 대답했다. "내가 듣기로 싸움에 이기고 나서 편안할 자는 곧 성인(聖人)밖에 없다고 하였다. 무릇 남을 속이는 승리는 위험하지 않는 경우가 없다 했으니 내가 이 까닭으로 걱정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바로 득의하여 교만해지지 않을까 걱정하는 것이다. 또 역시 춘추오패의 하나인 제(齊)나라 환공(桓公)이 관중(管仲)과 습붕(朋)을 얻었을 때, 그들은 그 언사가 분명하고 그 뜻이 훌륭했다. 정월의 조회에 선조사당에 제사를 올리면서 환공은 서쪽을 향해 서고, 관중과 습붕은 동쪽을 향해 마주 섰다. 그때 환공이 이렇게 칭찬했다. "내가 두 사람의 말을 듣기 시작하면서부터 더욱 눈이 밝아졌고 귀가 총명해졌다. 그래서 감히 내 독단적으로 일을 하지 않게 되었으니 두 사람을 조상께 추천해 올리려 한다." 이는 바로 천하에 지당한 말을 듣고 실행에 옮기지 못하면 어쩌나 하고 두려워한 예이다. 관중이 천거한 영척(寗戚)에게 환공이 말했다. "관중이 나이 들어 세상을 하직하려 한다. 그가 떠나면 법령이 잘 시행되지 못하고 사람들은 생업을 잃고 도둑이 들끓지나 않을까 걱정이 된다. 어찌하면 간사한 일이 일어나지 않고 백성들이 의식주에 족함을 누릴 수 있겠는가?" "어진 이를 얻어 임용하는 것 뿐입니다." "어떻게 하면 어진 이를 얻을 수 있는가?" "언로(言路)를 활짝 열고 잘 살펴 이를 등용한 다음, 지위와 봉록을 높여주고 그 이름이 드날리도록하면 천하의 선비들이 소란스러울 정도로 모여들 것입니다." "이미 그렇게 하고 있지 않는가? 경과 같은 이가 도와주고 있지 않는가? 그런데도 뛰어난 선비가 찾아와 만나기를 청하지 않으니 무슨 까닭인가?" "무릇 국가가 능히 선비를 활용하지 못하는 이유는 다섯 가지 막힘(五阻)이 있기 때문입니다. 첫째는 군주가 선비를 좋아하지도 않고 아첨하는 자들이 그 곁에 있음이요, 둘째는 평상시 어떤 의견을 내세워도 채택되는 것을 보지 못함이요, 셋째는 모든 것이 막히고 닫혀 있어서 임금 가까이 있는 사람을 통해야만 임금 눈에 한 번 들게 되는 것이요, 넷째는 책임을 물을 때 더 이상 대답을 못하도록 추궁한 다음 법으로 이를 과하게 다스림이요, 다섯째는 맡은 자가 지나치게 욕심을 부려 제멋대로 하는 것입니다. 이상 다섯 가지 막힘을 제거하면 호걸·준사가 달려와 현자와 지자를 구할 수 있을 것입니다. 명왕(明王)·성주(聖主)의 치도(治道)는 무릇 강과 바다가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 없기 때문에 그처럼 백천(百川)의 주인이 될 수 있는 것과 같습니다. 역시 명황·성군은 그 어느 것도 용납하지 않음이 없어야 안락장구(安樂長久)하게 되는 것입니다"(說苑 君道篇). 기대와 절망의 교차 속에 박근혜 정부가 출범했다. 국민행복, 통합, 희망의 새시대를 선언했다. 그의 섬세한 여성성과 포근한 모성애로 균열과 갈등으로 얼룩진 사회현실을 치유해줄 것을 믿는다. 힘 없는 자, 고통 받는 자, 소외된 자에 대한 애정이 변함 없을 것을 믿는다. 북한의 핵위협을 가라앉히고 평화와 통일의 기반을 조성할 것을 믿는다. 정권 인수 과정에서 보여진 뜻밖의 우려되는 면면은 공자의 명왕삼구(明王三懼)를 명심하고, 영척의 오조(五阻)를 제거해 나가기만 하면 자연히 불식되고, 당 태종 이세민의 `정관의 치(貞觀之治)`가 이루어질 것이다. 정관의 치의 비법을 담은 `정관정요`에 첫 번째로 등장하는, 온갖 직언을 마다하지 않은 충신 위징(魏徵)은 당 태종에게 이런 말을 했다. "군주가 영명한 것은 널리 듣기 때문이요, 군주가 어리석은 것은 편협하기 때문입니다." 태종은 그의 말을 따르고자 애썼다. 사람을 널리 구한 이세민, 직언을 마다하지 않은 막료들, 정관의 치는 그렇게 이루어졌다. 5년 후 환하게 웃는 얼굴로 따뜻한 박수를 받으며 청와대를 나서는 성공한 대통령의 모습을 그려본다.(2013. 3. 1)
최종편집:2025-07-09 오후 05:4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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