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천재로 불렸던 이창호는 아홉 살 때 조훈현의 제자로 발탁돼 바둑계에 입문하여 1989년 KBS 바둑왕전에서 우승을 차지하고 세계 최연소 타이틀 보유자가 되었다. 1991년에는 국내 14개 프로 타이틀 가운데 7개를 석권하여 스승인 조훈현을 앞섰다. 그리고 1995년에는 15개 대회에서 14개 대회를 석권하여 프로 바둑인으로서는 세계 최다관왕에 오르게 되었다. 특히 이때 바둑 랭킹 면에서 최고인 기성위와 전통과 권위면에서 최고인 국수위를 조훈현으로부터 쟁취함으로써 바둑계 정상의 자리를 확고히 했다. 그런데 그는 바둑을 둘 때 보통 100수 앞을 내다본다는 이야기가 있다. 보통 사람 겨우 한두 수를 내다보고 두는데 그는 무려 100수를 내다본다니, 세계 최고의 바둑기사가 될 만도 하다. 어디 바둑뿐이겠는가? 모든 경기나 우리 삶도 멀리 내다보는 눈이 필요하다. 남보다 더 멀리 내다볼 수만 있다면 그는 무엇을 하든지 분명히 성공할 것이다. 지금 베트남은 엄청난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세계 최강국 미국과 싸우느라 국력을 모두 소진했던 베트남이 짧은 기간에 일어나 발전할 수 있었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미국과의 전쟁이 한창이던 중에도 5,000명이 넘는 청년들을 선발해서 소련·동유럽에 유학을 보냈다. 고 호치민 주석의 결단이었다. 호치민 주석은 전쟁이 끝난 뒤 나라를 일으킬 인재들까지 희생시켜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 전화에 휩싸인 조국을 뒤로 하고 유학을 떠나는 청년들에게 호 주석은 이렇게 말했다. "이 전쟁은 우리가 승리할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걸린다. 무슨 일이 있어도 너희들은 학업을 마치기 전에는 절대로 돌아와서는 안 된다. 우리가 승리한 다음, 너희들은 전쟁으로 파괴된 조국의 강산을 과거보다, 세계 어느 나라보다 아름답게 재건해야 한다. 너희들은 공부하는 것이 곧 전투다." 호치민 주석의 염원대로 그들은 통일 베트남 재건의 밑거름이 되었다. 오늘날 그들 대부분은 각 분야의 지도자가 되어 베트남의 개혁 개방 정책을 이끌고 있다. 앞을 내다보는 지도자의 혜안은 죽은 뒤에도 빛을 발하고 있는 것이다. 당시 처지에서 그런 결정을 내린 호치민 주석의 결단을 돌이켜보자. 전쟁은 곧 돈인데, 가난한 나라에서 없는 돈을 쪼개어 젊은 청년들을 유학 보낸 것이다. 우리나라 같으면 특권층의 자녀들이 우선적으로 보내졌을 것이고, 거기 끼지 못한 젊은이들과 그 부모들은 불만으로 사기가 떨어져 전쟁에서 분명 졌을 것이다. 그 증거가 바로 남쪽 사이공 정부이다. 막강한 미국이 엄청난 군비를 쏟아 전쟁을 수행하고 있는데, 남쪽 정부 특권층들은 자녀들을 외국으로 도피시키는 데 앞장섰다. 그것을 보고 북쪽 호치민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승리할 수 있다고 믿었던 것이다. 호치민은 학생 선발에서 엄정한 심사를 거쳤다. 그렇게 선발된 그들은 감사한 마음으로 목숨을 걸고 공부했다. 그들은 전쟁이 끝난 후 돌아와, 자신을 키워준 조국과 자신들 대신 목숨을 버린 청년들을 위하여 열심히 일하고 있다. 베트남 성장의 특징은 부정부패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그들의 마음 중심에는 조국이 있고 책임감이 있기 때문이다. 호치민의 멀리 내다본 혜안이 부럽다. 새로 출범한 박근혜 정부에 북핵 문제 이상의 다급한 당면과제는 없는 것 같다. 북한의 3차 핵실험에 대한 유엔 안보리의 추가제재 결의안 채택에 맞서 북한은 `정전협정 전면 백지화`를 선언하고 나섰다. 평화와 안보의 위기가 목전에 와 있는데도 뚜렷한 대안은 없어 보인다. 선제타격론, 미국의 전술핵 재배치·독자적 핵무장이라는 핵억지론, 그리고 강력한 대북제제를 통한 `정권교체(regime change)` 등 설왕설래하고 있으나, 그 어느 것도 북핵문제 해결방안으로 가능하지도 않고, 바람직한 것도 아니다. 일단 감정적 접근을 자제하고 차분히 현실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북한이 핵을 가졌다고 해서 한반도 군사력 균형이 북한 쪽으로 기운 것은 결코 아니다. 지난 20년 동안 남한은 북한보다 10배나 많은 군사비를 써왔다. 몇 만 배 강력한 핵무기를 수천 개나 보유한 미국의 안보공약도 흔들림이 없다. 대북 억제력은 이미 충분히 갖추고 있다. 그러므로 단기적인 강경대응에 몰두하기보다 북핵선폐기론 집착에서 벗어나 한반도 냉전 해체라는 거시적 접근을 통해 북핵 해법의 실마리를 찾아야 할 것이다. 새정부는 대북정책의 틀을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 현실을 인정하고 `선지원 후평화`로 북한 내부에서 핵실험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올 수 있도록 명분을 제공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일 수 있을 것이다. 긴 안목으로 통일조국의 미래를 보라. 편협한 단견이 일을 저지르고 역사를 거스르는 예를 우리는 많이 보아왔다. 압박이나 제재로 위압하기보다는 적극적인 대화와 주고받는 협상으로 북핵문제를 엄중하면서도 차분하게 풀어나가기 바란다. 아무리 나쁜 평화라도 좋은 전쟁보다 낫다. (2013. 3. 12)
최종편집:2025-07-09 오후 05:4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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