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저 어부였다. 생계를 잇기 위해 바닷바람과 싸우며 배를 몰았다. 남들은 `하찮은 일`이라고 할진 몰라도 난 자랑할 일이 많다. 내 손으로 집을 지었고, 우리 두 아이와 아내와 함께 따뜻한 가정을 이루었다. 바닷가재잡이 수십 년, 어느덧 선장도 됐다. `바닷가재 왕` 이란 별명도 얻었다. 이렇게 스스로 자랑스러워 하지만, 내 나이 90세가 될 때까지 주변에 말 못한 것이 하나있었다. 때때로 이 일 때문에 밤새워 홀로 눈물짓곤 했다…" 이 글은 98세의 할아버지 제임스 아루다 헨리가 쓴 `어부의 언어(In A Fisherman`s Language)`라는 책의 서두이다. 누구보다 성실히 살았던 제임스 할아버지가 남모래 눈물 흘리며 숨겨야 했던 비밀은 무엇이었던가? 그것은 그가 글을 모르는 까막눈이라는 것이었다. 식당에서 메뉴판을 읽지 못해 다른 사람들이 주문한 음식을 보고선 똑같은 것을 달라고 했고, 때로는 남의 도움을 받기 싫어서 아예 식당을 가지 않고 끼니를 거르기도 했다. 운전면허 시험 응시서를 작성할 때 그가 할 수 있었던 것은 겨우 이름을 적어 넣는 것뿐이었다. 그의 친구가 시험관에게 "이 사람 `바닷가재 왕` 입니다"라고 말해준 덕분에 응시서도 쓰지 않고 바로 주행시험을 치렀다. 그가 문맹이 된 이유는 포르투갈에서 미국으로 이민 와서 10살도 안 된 나이부터 생계를 위해 일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가슴 시린 아픔을 안고 죽을 날을 기다리며 살아가던 91세의 어느 날, 손녀가 `인생은 아름다워`라는 책 내용을 들려주었는데, 그것은 98세에 글을 깨우친 한 흑인, 조지 도슨의 문맹탈출기였다. "그가 할 수 있다면 나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한 제임스 할아버지는 글을 배우기 시작했다.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울기도 많이 했다. 그러나 이겨냈다. 그리고 7년 후, 2011년 11월에 자전적 에세이를 출간하게 된 것이다. 출간되자 그 해에 3000부가 팔렸고 미국 어린이들에게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무언가 새롭게 시작하기에는 너무 늦었다고 아쉬워하고 안타까워하며, 또 다시 하릴없이 시간을 흘려 보내고 있지나 않는가? 인생은 무엇을 이루었는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무엇을 이루겠다는 의지가 있느냐가 중요하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 "그가 할 수 있다면 나도 할 수 있다." 일본의 시바다 도요 할머니는 2010년 3월 99세에 생애 첫 시집 `약해지지 마`를 냈다. 1만 부만 넘어도 성공작으로 평가받는 일본에서 도요 할머니 시집은 무려 160만 부나 팔렸다. 지난 몇 10년 사이에 처음이라고 한다. 도요 할머니는 초등학교 학력에 평생 여관 보조나 재봉일을 해온 가난한 여성이었다. 81세에 남편과 사별한 뒤 혼자 살았다. 몸이 쇠약해져서 취미로 하던 일본 무용을 못하게 되자, 아들 겐이치가 시를 써 보라고 권유해서 92세에 시를 쓰기 시작했다. 주말에 아들이 오면 쓴 시를 보여주고 낭독했다. 아들은 언제나 어머니를 칭찬하고 격려했다. "일본에서는 쉬운 말로 시를 쓰면 무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어머니의 시는 우리가 알기 쉬운 말로 우리 마음을 전달하는 게 가능하다는 걸 보여 주었어요." 배운 것도 없고 가난했던 일생… 10살 때 집안이 기울어 초등학교만 겨우 졸업하고 더부살이를 해야 했다. 20대에 이혼의 아픔을 겪었다. 너무 힘들어서 죽으려고 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33살에 다정한 요리사 남편을 만나 외아들을 낳고 재봉일 등 부업을 하며 알뜰하게 생활을 꾸렸다. 질곡의 세월을 101세까지 살아온 인생의 선배가 유언처럼 들려주는 시구는 우리의 가슴을 울린다. "저기, 불행하다며/ 한숨 쉬지 마./ 돈 있고 권력 있고/ 그럴 듯 해 보여도/ 외롭고 힘들긴/ 다 마찬가지야./ 햇살과 산들바람은/ 한쪽 편만 들지 않아./ 꿈은 평등하게 꿀 수 있는 거야./ 난 괴로운 일도 있었지만/ 살아 있어서 좋았어./너도 약해지지 마." 그는 92세에 시 쓰기를 배워가며 희망을 갖게 되고 새롭게 용기가 생기고 삶의 지혜를 얻었다. 세상에는 수많은 경계선이 있다. 글을 읽고 쓸 줄 안다는 것도 중요한 경계선 중의 하나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자신 앞의 경계선을 넘을 생각을 하지 않거나, 넘고도 그 가치를 모른 채 무의미하게 살아간다. 오랫동안 철조망 속에 갇혀 살아서 철조망병에 걸린 포로가 전쟁이 끝나고 철조망이 걷혔는데도 경계선 밖으로 나올 생각을 못하는 것처럼. 제임스 할아버지와 도요 할머니의 위대한 점은 평생 갇혀 있던 철조망을 용감하게 넘어서 곧바로 저술의 새로운 세계로 들어갔다는 것이다. 나는 어떤 철조망에 갇혀 있나, 내가 가야 할 새로운 세계는 어딘가 숙고해보라. 그리고 과감하게 철조망에서 탈출하여 도전하라. 왜 내가 할 수 없는가를 생각하지 말고, 어떻게 내가 할 수 있는가를 생각하라. "그가 할 수 있다면 나도 할 수 있다." (2013. 3. 29)
최종편집:2025-07-09 오후 05:4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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