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농업·농촌의 미래를 이끌어 나갈 올해의 후계농업경영인에 성주지역에서 18명이 선정됐다. 선정된 후계농업경영인은 농지 구입, 농업용 시설 설치, 축사 부지 구입 등에 최대 2억 원의 융자를 받을 수 있다.
선정자 중 배성열 씨는 30세의 나이로 2년 전부터 참외농사를 짓고 있다. 아버지가 갑작스레 돌아가신 후 대구생활 접고 농업을 잇게 됐으며 작년 9월 동갑내기 대학 동기와 결혼도 했다. 지난 3일 배 씨를 만나 후계농업경영인으로 선정된 소감과 젊은 농업인으로서의 삶에 대해 들어 봤다.
1.후계농업인으로 선정됐다. 소감은?
우선 선정이 돼 기쁘다. 좋은 점은 후계농업인으로 선정이 되면 군으로부터 지원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시설투자 시 목돈이 들어가게 되는데 후계영농인으로 선정되면 지원금을 받을 수 있고 대출 시에도 저금리 혜택이 있는 것으로 안다. 앞으로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된다.
2.농업인의 길을 걷게 된 계기와 현재 어떤 농사를 짓고 있는지?
2011년 3월부터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사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농사를 지을 생각이 전혀 없었다. 대학 졸업 후 대구에서 직장을 다니고 있었는데 2년 전 아버지가 갑작스레 사고로 돌아가시게 되면서 대구생활을 정리하고 성주로 왔다. 농사를 지을 사람이 없어 시작하게 된 것이라 당시엔 정신이 없었지만 지금은 오히려 즐겁게 지내고 있다.
현재 참외농사를 짓고 있는데 규모는 7천㎡정도 된다. 예전부터 식물이나 동물에 관심이 많아 농사를 짓는데 어려움은 없는 것 같다.
3.젊은이들의 도시이주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농사를 짓기 위해 고향에 남았다. 결심이 쉽지 않았을 텐데 주변 반응, 특히 친구들의 반응은 어떤지?
친구들은 대부분이 "왜 힘들게 농부가 되려고 하느냐"는 반응들이었다. 농업에 대해 대부분 힘들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사실 그렇지만은 않다. 오히려 도시에서의 직장생활보다 더 낫다고 본다. 살기 각박한 도시에서보다 정이 많은 시골에서의 삶이 더 행복하다.
일도 할 수 있는데다 수입도 괜찮고 삶의 여유도 있다. 또한 직장상사로 부터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도 되니 그 점이 무엇보다 큰 장점이다. 그리고 사회적으로도 먹거리에 대해 관심이 더 많아질 것이기에 농업은 퇴보하는 산업이 아니라 전도유망한 산업이라 생각된다.
4. 농사를 지으면서 힘든 점은?
아무래도 첫해 농사를 시작할 때였다. 갑자기 내게 농사일이 떨어지다 보니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너무 힘들었다. 대구에 있으면서 간혹 성주로 와 농사일을 돕곤 했지만 체계적인 방법을 익히지 않았기 때문에 너무 막막했다. 더구나 아버지가 돌아가신 상황이라 일에 전념을 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결국 그 해 농사는 망치고 말았다. 그 때가 살도 많이 빠지고 가장 힘들었던 시기였다.
5. 어르신세대와 함께 농사를 지으면서 에피소드나 보람된 일을 소개한다면?
에피소드라고 할만한 일은 없지만 젊은 사람이 농사를 짓는다고 하니 다들 신기해 하고 관심 있게 봐주신다. 나이가 젊고 모르는 부분이 많다보니 어머니와 주변 분들의 도움을 많이 받게 된다. 다행히 아들처럼 생각해 주셔서 어려움 없이 잘 지내고 있다.
작년에는 첫해와 다르게 꽤 농사가 잘 됐는데 다들 "젊은 사람이 농사 잘 짓네"라고 말씀해 주셔서 기분이 좋았다.
사실 젊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보다 유리한 점이 있는 것 같다. 공판장에 가면 누구보다 눈에 띄기 때문에 기억을 잘해주시고 다른 분들보다 열심히 하라는 뜻에서 가격도 조금은 높게 매겨주시는 것 같다.
6. 결혼을 했는데 부인에 대해 이야기 해줄 수 있는지?
대학교 1학년 때 만난 동기이다. 스무 살에 만나 작년 9월에 결혼을 했다. 아내는 대구 사람이기 때문에 타지로 와 농사를 짓는 것이 싫었을 것이다. 친구들도 없고 생활도 불편할텐데 나 하나 믿고 시집왔다. 부인에게는 항상 고마운 마음뿐이다. 하지만 농사를 지으면 각자 직장에 다니는 것보다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많으니 오히려 다른 신혼부부들보다 좋은 점이 많다.
7. 농사를 지으면서 불편한 점이 있다면?
성주읍에 살다보니 다행히 생활면에서 큰 문제는 없는 것 같다. 하지만 큰 마트가 없고 상점들이 부족하니 조금은 불편함이 있다. 무엇보다 병원이 적다보니 걱정이 된다. 특히 소아과나 산부인과가 거의 없고 문화시설이 부족하니 젊은 사람들이 살기에 불편한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왜관이나 대구 쪽으로 종종 나가게 된다.
지금은 아이가 없지만 나중에 아이가 생겼을 때 교육문제도 있으리라 생각된다. 그리고 아무래도 농촌에 살다보니 정보를 접하는데 있어서 좀 뒤처지는 것 같다. 유행에 뒤처진다고 할까.
8. 여가시간은 어떻게 보내며 취미나 특기는?
특별한 취미는 없다. 시간이 나면 성밖숲에 가서 배드민턴도 치고 다른 운동도 한다. 집에 있을 때는 인터넷 쇼핑도 즐겨하고 주말엔 부인과 함께 대구로 가서 영화도 보고 친구들도 만나면서 시간을 보낸다. 가능하면 시간을 내서 여행을 많이 다니고 싶다.
9. 예비 귀농인 혹은 지역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개인적으로 귀농은 젊을 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힘이 넘치고 열정이 있을 때이니 가능하면 젊을 때 도전하는 것이 좋다. 또한 다른 일에서 실패를 한 사람이 그 대안으로 농사를 선택하지는 않았으면 한다. 그런 도피적인 생각으로 농사를 지으면 또다시 실패한다고 본다.
10. 군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바라는게 있다면 귀농인 뿐만 아니라 젊은 농업인을 군에서 파악해 교육해 줄 프로그램이 있었으면 한다. 새내기 농업인들은 정보가 없어 혼자서 이것저것 알아보거나 주변에 의지하게 되는데 군에서 이들을 모아 따로 교육을 해주면 도움도 되고 든든할 것 같다.
또한 성주군이 세원 확보와 지역 발전을 위해 산업단지를 조성하고 있는데 농민 입장에서는 사실 좋지만은 않다. 이해는 되지만 만약 산업단지에서 사고가 발생하게 되면 지역농산물에도 큰 피해가 오지 않겠나. 구미 불산누출사고와 같은 일이 행여나 발생하게 된다면 성주참외에 대한 이미지에도 엄청난 타격이 오지 않을까하는 걱정이 든다.
11. 앞으로의 계획이나 꿈이 있다면?
지금은 농사 하나만 해야 하는 시대는 아니라고 본다. 개인적으로 돈이 생긴다면 내 이름을 걸고 직영과일판매점을 운영하고 싶다.
아무래도 중간 유통과정을 거치다 보니 소비자들은 비싼 가격에 덜 신선한 과일을 구매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마트에서 파는 과일들은 아무래도 현지에서 출하한 것보다 훨씬 신선도가 떨어지게 된다. 소비자들은 비싼 가격에 덜 맛있는 것을 사는 것이다. 만약 직영판매점을 열게 된다면 확장을 시켜 체인점도 확보하고 싶다.
프로필△1984년 성중읍 출생 △ 대구보건전문대 졸업 △어머니, 부인 △참외 재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