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젊은 소방관의 희생을 통해 죽음의 가치를 생각해 본다. 미국 애국심의 상징인 알링턴 국립묘지엔 모두 74만평의 규모에 봉분이 없는 평장(平葬)으로 대통령, 전사자, 우주비행사, 탐험가, 권투선수 등 다양한 신분이지만 국가를 위해 희생한 주검을 안장하고 있으며 또한 장군과 사병의 묘역은 서로 구분 없이 평등한 4.5㎡의 똑같은 넓이에 묻혀 있다. 국가와 민족을 위해 희생한 아름다운 영혼들에게 어찌 높고, 낮음이 있으랴? 한 젊은 소방관은 위험에 처한 동물의 생명을 구하려다 불귀의 몸이 되었고, 제대로 정비되지 않은 관련법과 법원의 유감스런 판결은 책임을 다한 숭고한 희생에도 차별을 요구하게 만들어 버렸다. 전투함정 침몰사건으로 실종자 수색 중 순직한 군인, 폭우가 쏟아지더라도 우편물 배달 중 순직한 집배원, 고양이 구조 중 순직한 소방관 등등 책임을 다한 숭고한 희생에 어찌 높고, 낮음이 있으랴 ? 고대 그리스 아테네에서는 경관이 가장 빼어난 곳에 국립묘지를 선정해 전사자를 안장하고, 그 자녀들의 교육을 책임졌으며, 세계에서 가장 큰 제국을 이룬 징기스칸도 전사자의 자녀들을 왕자들과 똑같이 양육하도록 해 부하가 목숨 걸고 싸울 수 있도록 하여 적은 병력으로도 가장 강력한 군대를 가질 수 있었다 한다. 현 대한민국 소방의 현실은 전국 동료 소방관들이 각 정해진 금액을 추렴하여 순직한 소방공무원 유족에게 위로금을 전달하고 있다. 타워라는 재난영화가 얼마 전 상영되었다. 극중 주인공인 강영기 대장(설경구 분)은 스스로 죽음을 택하고 다른 사람들을 모두 안전하게 건물 밖으로 탈출시킨다. 물론 영화일 뿐이다. 하지만 우리가 감동받는 것은 자신에게 주어진 책임을 다하려한 그의 숭고한 정신일 것이다. 한정된 공공재인 소방력은 재난의 규모와 위험도에 따라 현장의 우선순위를 선택할 수밖에 없지만, 오늘도 현장에 투입된 대원은 그 곳에서 그들에게 주어진 임무에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다. 현장에서 우선순위 중 하나가 대원들의 안전이다. 사고현장에서 대원들의 안전은 일부 주위 사람들의 무리한 요구로 위협을 받고, 현장에서 발생하는 돌발 변수 등으로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특성을 갖고 있다. 낡은 장비와 부족한 인력은 아무리 잘 훈련된 대원일지라도 안전을 확신할 수 없는 실정임에 선별적 임무수행만이 최선이겠지만, 우리들의 심장엔 숭고한 영혼의 피를 물려받아 어떠한 조건에서도 임무완수의 사명을 갖고 각종 재난현장에 가장 먼저 투입되고, 가장 나중에 철수할 것이다. 책임을 다한 자들에 대한 평가가 변할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우린 흔들림 없이 어떠한 현장에서도 최선을 다할 것이다. 긁을 쓰고 있는 지금도 스피커에서 긴박한 음성이 들려온다. "구조 출동...! 동물구조 출동....!" 오늘따라 유난히 대원들의 발자국 소리가 무겁게 들린다.
최종편집:2025-07-09 오후 05:4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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