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들꽃. 사랑
들꽃뿐이다
바람의 얘기 알아듣는 것
지나칠 때마다 머리 숙여
바람의 길 되어 준다
사랑도 종래엔 병이 되기에
일평생 떠도는 바람의 마음
아는 것 들꽃뿐이다
집착과 소유
잔인한 고통인 것 알면서
고개 숙여 헛된 꿈에 젖어있는
미루나무 흔들리고 있다
스쳐갈지언정 머물지 않고
떠나가도 흔적 남기지 않는
바람 같은 사랑 없을까
담아도 담아도 채워지지 않고
마셔도 마셔도 타는 목마름으로
언제나 대숲 바람소리
끊이지 않는 마음
먼 산기슭 아카시아 향 싣고 와
빈 가슴 속 불어넣고
떠나가는 바람 길 따라
나도 떠난다
이 회색빛 도시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