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점심시간에 집사람과 과천에 있는 맥도날드 햄버거집에서 만나 점심을 함께 하기로 했다. 오래간만에 별미로운 점심이 될 것으로 기대하면서 맥도날드집에 갔는데 가다가 보니 집사람과 약속한 시간보다 10여 분 빨리 도착하게 되었다. 잠시 앉아서 집사람을 기다리면서 그곳에 와서 햄버거로 점심을 때우는 사람들의 모습을 살펴보았다. 어느 테이블에는 80이 넘었을 것 같이 보이는 할머니들 몇 사람이 앉아서 햄버거를 먹으며 대화를 즐기고 있었고, 또 어느 테이블에는 50대 중년의 부인들 10여 명이 모여서 뭔가 중요한 사항에 대하여 의논을 하고 있는 듯했다. 매점 바깥에 있는 테이블에는 70대 할아버지들 몇 사람이 역시 햄버거를 즐기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어느 테이블에는 점심을 먹으면서 노트북으로 게임을 즐기는 젊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또 어느 테이블에서는 샐러리맨 같이 보이는 넥타이를 맨 청년들이 황급히 햄버거로 점심을 때우고 자리를 떠났다. 젊은 사람들이 더 많았지만 늙은이들도 꽤 많다는 인상을 받았다. 따지고 보면 3,500원으로 점심을 해결할 수 있는 식당이 시내 딴 곳에서 마땅히 찾아볼 수 있겠는가?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요즈음 이런 맥도날드 햄버거집이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는 까닭을 알만했다. 내가 유학생 시절에 가끔 집사람과 함께 외식이랍시고 가서 하는 것이 고작 이 맥도날드 햄버거집이나 켄터키 후라이드 치킨집이었다. 그래 여러 차례 드나든 추억이 있어서 한국에 있다가 미국 출장을 가는 일이 있으면 우리는 학생 시절에 자주 들리던 그 맥도날드 가게를 찾곤 했다. 언젠가 모스코바에 갔을 때 일이다. 어쩐지 도시가 살벌한 느낌을 넘어서 좀 긴장된 분위기를 느끼고 있던 차에 우리는 우연찮게 맥도날드 햄버거집을 발견하게 되었다. 얼마나 반가웠는지. 느닷없이 안으로 들어가 빅맥을 시켜 먹었다. 그런데 그 햄버거의 맛도 그렇게나 꿀맛이었다. 지금 생각해도 그 맥도날드가 왜 그렇게 반가웠던지 이유를 모르겠다. 우리가 그런 기분이었는데 모스코바를 여행 중인 미국사람들이 그곳에서 맥도날드를 보았을 때 그들의 감회는 정말 남다를 것이다. 언젠가 들은 얘기다. 모스코바에 처음으로 맥도날드가 상륙했을 때 호기심으로 가득 찬 소련 사람들이 햄버거집으로 몰려갔다고 한다. 그래서 햄버거 사먹기를 기다리는 사람이 한때 수백 미터 늘어서기도 했다. 차례를 기다리던 다혈질의 소련 청년이 고함을 지르면서 우리는 왜 이렇게 오래 기다려야 하는가 라고 강변했더니 어느 노신사가 가라사대 그게 다 스탈린 때문이지 했다고 한다. 그 말을 들은 그 다혈질의 청년이 이번에는 스탈린 동상을 부숴버려야겠다고 그곳에 달려갔더니 스탈린 동상을 부수려 줄을 선 사람이 맥도날드집에서 차례를 기다리는 사람의 수보다 더 많더라는 얘기다. 기가 찰 노릇이 아닌가? 미국에서는 맥도날드를 찾아가서 짧은 시간에 적은 돈으로 아침, 점심, 저녁 중 어느 한 끼를 그곳에서 해결한다고 한다. 인종이나 나이를 초월하고 남녀의 구별 없이 햄버거를 즐기며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저들은 패스트푸드의 유해성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와중에도 햄버거 없이는 못사는 족속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 현상이 미국에서만 끝나는 것이 아니다. 전 세계 어느 나라에 가더라도 맥도날드가 없는 곳은 없다. 마침내 세계 모든 인류가 햄버거와 감자튀김으로 자기의 삶을 엮어 가고 있는지 모른다. 주문이 끝나면 햄버거를 먹는데 소요되는 시간은 10분 안팎이다.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어울리는 점심 식사가 아닐까?(2009. 3. 19)
최종편집:2025-07-10 오전 11:4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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