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25-26일 (사)대한시조협회 성주군지회에서 개최한 시조경창대회를 관람했다. 솔직히 이렇게 생생한 시창을 들어본 것은 생전 처음이라 매우 감동적인 경험이었다. 시조창은 우리 고유의 정형시를 가사로 하여 부르는데, 개회식 때 부터 이운학 회장이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한산섬 달 밝은 밤…"으로 시창을 하였고, 경창에서 영천지회의 회원이신 영천문화원의 성영관 원장님이 함께하신 단체에서 지역과 유서 깊은 포은 정몽주 선생의 "이 몸이 죽고 죽어…"를 불러 가사가 역사적으로도 매우 뜻있는 시조라 역시 사대부의 향기를 물씬 풍겨주면서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창(唱) 역시 안정감을 가진 중후한 목소리로 고저장단의 곡조를 내는데 새하얀 모시 도포에 정자관으로 갖추신 선비(사대부)의 정좌한 자세, 흔들림 하나 없는 모습을 보고 전통의 멋스러움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물론 쪽을 지고 커다란 비녀로 장식한 사대부 집안의 부인(내당 마님) 모습도 많이 보였다. 이처럼 전통복장의 많은 분들이 성주문화원 대강당을 가득 메우고 있었으며 이들 대부분이 경창에 참가하고자 온 시조인들인데 인근 외지에서 많이 오셨다고 한다. 열기가 대단함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나중에 주최측에 따르면 준비한 식권 300인분이 부족했다고 하니 규모면에서도 매우 성공적인 행사였음을 짐작할 수 있다. 시조창에는 과문한 필자가 보기에도, 단전에서 내는 목소리와 긴 호흡으로 울림을 가져오는 모든 것들이 선비(사대부)들의 건강을 유지해 온 양생법인것 같았다. 뿐만 아니라 긴 호흡이 우리 삶의 희노애락, 말하자면 감정을 잘 절제하는 행위라는 점에서 점잖은 선비의 모습을 떠오르게 하였다. 또한 현대문화로 적용시켜보자면 요즘 우리에게 많이 회자되고 있는 슬로우 라이프(Slow Life)의 전형을 느끼게 한다. 그러한 맥락에서 시조창 경창대회는 옛 우리선조들의 정서생활, 건강생활, 공동생활에 대한 지혜가 담긴 소중한 문화유산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자리라고 생각되었다. 이와 같은 시조창의 전국경창대회가 우리고향 성주, 선비의 고장으로 자랑하고 있는 이곳에서 개최되고 있으니 그 의의가 매우 크다 하겠다. 필자는 선비(사대부) 문화란 선비의 학맥과 예맥이 잘 조화되어 이루어지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선비의 고장이라 자랑하는 우리 성주의 경우, 학맥에 대해서는 여러 유림단체의 활동에 기반하여 앞으로 더욱 번창해 나갈 것이라 믿고 있었지만 다른 한 축인 예맥 예컨대, 묵화(문인화), 서예, 시조창, 거문고 등에 대해서는 솔직히 잘 알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예맥의 중요한 과목인 시조창을 이렇게 훌륭하게 전승해 가고 있다는 것은 너무나 큰 놀라움이었다. 더구나 경북도에서는 시조창의 예맥을 가장 열성적으로 전승하고 있는 고을로 성주 영천 고령을 꼽고 있고 지자체에서도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고 하니 다행스럽기도 하고 매우 자랑스러웠다. 관계자들의 말씀에 따르면 이 세 고을은 상호 협조를 잘 하면서도 경쟁이 치열하다고 한다. 하지만 이른 위치에 있는 성주의 시조창 명맥을 팔순 중반의 고령이신 이운학 회장님과 이은규 고문님의 열정으로 이어가고 있다하니 한편으로는 안타깝기도 하다. 이렇게 주위에서 인정도 해주시고 자체로도 세를 불려 발전을 위해 열정을 쏟고 있지만, 아시다시피 이와 같은 고령의 열정만으로 한계가 있을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힘을 모아 시조창의 수준도 높이고 저변도 확대시켜 우리 성주의 선비문화의 한 축으로 발전시키는데 힘을 한 번 모아야 하겠다. 더구나 우리 선조들의 유명한 시조 "까마귀 있는 곳에 백로야 가지마라…" 와 "이화에 월백하고 은한이 삼경인데…" 시조비도 봉산재에 세워져 있지 않은가. 우리 성주의 많은 유림들이 이 가사의 시조창을 몸에 익혀 부른다면 시조창의 전승은 물론 조화로운 선비문화를 발전시켜 오늘날 참외의 명성 못지않게 시조창도 브랜드화 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하여 선비문화가 찬란한 문화의 고장으로 거듭 태어나도록 힘을 모아보자. 여러 유림단체의 젊은 사대부들이 관심을 가지고 열정을 모아야 할 때라는 생각이 절실했다.
최종편집:2025-07-10 오후 05:5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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