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을 위하여 일하는 일꾼을 공복(公僕)이라 한다. 국회의원을 우리 손으로 직접 뽑아 국회로 보내거나, 기초의원을 군의회로 보내며 우리를 대신하는 공복으로 주로 일컫는다. 공복으로서 국민을 대신해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은 특별한 복이며 명예스러운 일이다. 여기서 복(僕)이란 일꾼을 뜻한다. 그런데 때로는 주복전도(主僕顚倒) 되어 그들이 주인 행세를 하며 국민을 복(僕) 취급하거나, 그들을 주인 대접하며 우리 스스로 복(僕)임을 자초하기도 한다. 제대로 된 국회 감시기구가 없는 대한민국은 국회의원의 천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의원이 떴다 하면 기관단체가 술렁이고, 알아서 충성하는 권력 해바라기형 관료들이 득실거린다. 당면한 사안을 공부하고 처리하기에도 모자랄 판에 표밭을 가꾸느라 사람이 많이 모이는 행사장을 기웃거리고, 국회의원 주변을 맴도는 기회주의 기초의원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며칠 전 국회의원과의 간담회장에 참석할 기회가 있었다. 의원의 등장과 동시에 40여 명이 하나 같이 벌떡벌떡 자동기립에 90도 배꼽인사가 부산스럽게 이어졌다. 회의 목적이 애로사항 청취 및 허심탄회한 의견 교류라고 진행자가 설명한 걸로 기억된다. 늘 그렇듯 의원의 한 말씀으로 회의가 시작되고, 참석자들은 어떠한 애로사항을 예의바르게(?) 건의할지, 발언 순서는 어떻게 되는지를 고민하고 있었다. 채 5분이 지났을까. 겨우 인사말을 마친 우리의 의원님이 쫓기듯 서둘러 자리를 털고 일어섰다. 예상치 못한 상황으로 간담회 방향키를 놓친 참석자들은 한동안 민망한 헛웃음을 뱉어내야 했다. 사람=표, 즉 표밭을 관리하는 접근보다는 좀 더 낮고 진정성 있는 자세가 우선되어야 했다. 시간은 쫓기고 갈 길은 멀다 보니 이해는 되지만 적어도 내가 참석하는 회의의 성격과 이에 걸맞은 처세는 매우 중요하다. 시간이 없고 바쁘면 참석하지 않으면 그만이다. 눈도장으로 불리는 진정성 없는 상견례, 형식적인 공치사, 정치적 야심이 난무하는 자리에 함께 했다는 사실이 자괴감으로 다가온다.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아래 사람 없다`는 사자성어는 틀렸다. 사람 위에 사람이 엄연히 존재한다. 군민 위에 군림하는 위세를 보이는 의원의 부적절한 태도를 누구도 지적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사회·경제적 환경이 스마트 흐름과 개방화로 급변하는데 정당구조와 정치문화는 계급질서와 상명하복이 강조되는 폐쇄적 권위주의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지역의 진정한 주인이기를 희망한다면, 스스로 복(僕)을 자초하는 이러한 볼썽사나운 광경은 더 이상 없어야지 않겠는가. 잘못이 뻔히 보이는데도 무조건 잘했다고 칭찬만 하는 주인은 비겁하다. 잘못을 정확히 지적하고 다음부터는 더 잘할 수 있도록 환기시키는 현명한 주인의 태도는 곧 겸손하고 성실한 복(僕)을 만드는 근간이 된다. 우리 모두의 대한민국이 아름다운 나라이듯이 우리들은 대한민국의 아름답고도 떳떳한 국민이다. 그곳에 멋진 주인과 공복이 공존하는 사회, 어찌 복지국가의 자랑스러움이 아니겠는가. 표밭 관리가 아닌, 우리의 이웃을, 나아가서는 사회를, 그리고 국가를 보듬고 관리하는 정의로운 공복들로 거듭나기를 진심으로 촉구한다. 그날 준비된 식사를 코로 먹었는지 입으로 먹었는지 난 잘 모르겠다.
최종편집:2025-06-16 오후 03:4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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