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량한 농민들에게 지급되어야 할 영농폐비닐 수집 보상금이 약삭빠른 업자들의 배만 불리는 눈먼돈이 되고 있다.
경북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2007년부터 지금까지 군으로부터 260여 차례에 걸쳐 1인당 300만 원에서 최고 3억 원까지 모두 8억9천만 원의 영농폐비닐 보상금을 빼돌린 고물처리업자 1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전국을 돌며 폐비닐을 수집해 작목반이나 마을단체 등의 명의로 환경공단에 넘기면 시세(㎏당 60∼90원)보다 2배 이상 높은 150∼250원의 보상금을 군으로부터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악용해 허위 명의를 꾸민 혐의다. 보상금 지급대상이 마을단체로 한정돼 있어 개인이나 고물상은 보상금을 신청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군민의 금쪽 같은 혈세가 줄줄 새는데도 관련 부서에서는 7년이 넘도록 눈치조차 채지 못했다는 말이 된다. 자그마치 9억 원이다.
책상 위에서 서류만 들추며 일하는 것을 두고 탁상행정이라 꼬집으며, 예로부터 공직자의 고질적인 병폐로 지적돼 왔다. 무사안일주의에 매몰된 채 행정 편의적 관행을 일삼는 일부 공직자들의 시각과 자세는 지역민의 피해로 직결되며, 돈 없고 힘없는 소시민일수록 체감피해는 더욱 커진다.
생계에 보태기 위해 폐비닐을 모아 팔고 있다는 한 주민은, 군에서 주는 폐비닐 수집 보상금은 개인에게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좀 더 많은 비닐값을 받기 위해서는 마을단체 등의 명의를 빌려야 하고, 그 대가로 알토란같은 수수료를 지불해야 한다며 하소연했다.
힘없는 소수의 불편부당함이 오랜 관행을 넘어서기란 쉽지 않다. 여기에는 결론을 미리 정해 놓고 결코 남을 인정하지 않는 행정의 불통도 깊이 연관되어 있다. 원칙을 지키되 탄력적인 운영의 지혜도 발휘할 수 있는 유연성은 자치행정 발전의 견인차가 된다.
군은 폐비닐 수집 보상금에 대한 철저한 관리 감독은 물론 지급대상 확대방안을 마련하고, 환경을 위협하는 더 큰 골칫덩이인 폐부직포 처리문제를 적극 해결하는 등 발로 뛰는 현장 밀착행정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환경도 살리고 돈도 벌 수 있는 영농폐비닐 보상금의 본래 취지는 이보다 더 좋을 순 없었다. 법망을 교묘히 피해 이를 악용하는 범법자들은 어디에나 있기 마련이지만 관리부실로 허점을 보이며 그들을 죄짓게 만드는 행정도 `공범` 혐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책상 위 서류상으로 문제가 없으면 무사통과 되고, 문제가 발생하면 현 담당과 전 담당끼리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한 애매모호한 행정조직문화 속에 억울한 눈물이 덕지덕지 묻어 있다.
최근 1년여 동안 깨끗한 들녘 만들기를 위해 영농폐비닐 및 폐부직포 수거에 사활을 걸었던 지역민을 허탈감에 빠뜨리지 말자. 무지개빛 희망이던 클린성주가 한 순간 실수로 그 빛이 바래서야 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