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립된 지 5개월이 지나도록 난항을 겪고 있는 성주농자재협동조합 관련 사업설명회가 지난 10일 열렸다. 태풍산바 피해보상과 협동조합 설립의 미묘한 상관관계를 둘러싸고 또 다른 갈등이 빚어지면서 장기전을 예고한 자리이다.
한편에서는 폐비닐 수거 보상금이 엉뚱한 곳으로 새나가며 농민의 어깨를 축 처지게 만드는가 하면, 산업단지 내에 들어선 산업폐기물처리장을 바라보는 불안한 시각도, 벌써부터 내년 지방선거 열기를 부채질하는 세불리기도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뜬구름잡기식 위민(爲民)행정이 언론의 도마 위를 연일 오르내리며 인구가 채 5만 명을 넘지 않는 작은 농촌마을이 하루도 바람잘 날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대대적으로 열린 클린성주 만들기 희망선포식은 군의 위상을 높이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친환경농촌을 표제로 내외 귀빈을 초청한 가운데 클린성주를 전국적으로 널리 홍보하는 자리였다. 군은 지난해부터 범군민 클린성주 만들기 사업으로 군민의식 개혁을 선도하고, 최초로 들녘환경심사제를 도입하는 등 친환경사업의 성공적 추진으로 정부로부터 환경경영대상을 받으며 농촌혁신의 신모델로 부상했다.
아이러니다. 응급처치로 곪은 상처를 덮은 하얀 붕대를 보는 듯, 어디가 흑(黑)인지 어디가 백(白)인지 혼란스럽다.
반발이 거세져야 움직이는 뒷북행정, 어불성설 집행부에 속았다는 무책임한 의정, 귀 닫고 입만 여는 고집불통 민심이 뒤죽박죽이다.
내게 손해가 되고 나와 같지 않다는 이유로 서로를 물어뜯어 생채기를 내는 곳, 효(孝)와 예(禮)를 중시하는 유림의 고장에서 조정자 역할을 하는 어른이 없는 곳, 공무원은 눈치보며 덮기에 급급한 곳, 목소리가 크면 이기는 곳, 나와 상관이 없고 웬만큼 자극적이지 않으면 서로 다른 곳을 보며 무덤덤해지는 곳. 메말라 서걱거리는 성주의 자화상이다.
이글거리던 태양이 식어지고 내일 모레면 팔월 한가위다. 대자연의 순리 앞에서도 여전히 우리는 헉헉거릴 만큼 숨차고 오만하다. 고개 들어 가을하늘 한 번 쳐다보며 숨고르기하는 여유가 필요하다. 보름달을 닮은 겸손과 배려의 미덕으로 불안한 성주를 보듬자. 이 좋은 추석명절이 지나면 곪은 상처가 아물기를, 한결 성숙하고 건강한 성주로 거듭나기를 소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