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29일 성주군청 대회의실에서 성주문화원이 주최하고 성주군이 후원하는 제2차 성주역사인물 학술발표회가 있었다.
성주문화원에서는 성주군청의 지원을 받아 작년(2012)부터 10년 계획으로 우리 성주가 배출한 역사적인 인물을 선정해서 헌창하는 행사를 해마다 하기로 했다고 하니 얼마나 크고 뜻있는 일인가. 또 그 사업으로 하여 발굴된 역사적 인물들의 행적과 사실을 권위 있는 학자로 하여금 연구토록해서 발표회를 하고 있으니 자랑스러웠다.
우리가 흔히 우리 고향 성주는 선비의 고장이라고 하는 얘기를 많이 한다. 솔직히 얘기해서 가끔은 듣기 거북할 때도 있었다. 마치 과거를 들춰서 자랑이나 하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행사처럼 역사적 인물을 발굴해서 거군적으로 많은 유림이 동참하여 헌창하는 일이나, 또 그 학덕이나 행적을 연구해서 후학들을 깨우치게 하는 오늘의 모습에서 가슴 뿌듯함을 느꼈다.
작년 1차발표회에는 고려조에 삼은(三隱)으로 추앙받던 도은 이숭인(陶隱 李崇仁) 선생에 대한 학술발표회와 함께 연구논문 발간도 하였고, 이번 2차발표회에서는 지지당 김맹성 선생, 행정 도형 선생, 원정 여희림 선생 세분에 대해 연구토록해서 각 연구학자(경북대 김홍영 교수, 경북대 정병호 교수, 동양대 강구율 교수)가 발표를 했었다.
이 세 분 선생은, 지금은 조그마한 표지 하나로 빈터로만 남아있지만 오늘날 벽진면에 소재했던 우리나라 첫 번째 사액서원으로 알려진 천곡서원 곁, 향현사에 봉안했던 여섯 분 향현 중 세 분이라고 한다.
이번 학술발표회에 참석한 분들이 300석 강당에 370여 명이 되었다고 하며 성주의 여러 문중 어른들은 물론, 세 분 선생의 각 문중에서 종친회장님을 비롯하여 많은 종인들이 참석해서 대성황을 이루었으며 옛 선비의 높은 행적을 기리고 문중의 자랑스러움을 한껏 탐익하는 열기가 대단했었다. 필자에게는 새삼 고향 성주를 느끼게 하는 감동적인 기회였었다.
자료에서 얘기하는 세 분 선생을 간단히 소개하면, 지지당 김맹선(1437-1487) 선생은 성주 운곡 대암촌에서 태어나셨다. 이조 성종조에 활동하신 어른으로 임금으로부터 두터운 신임을 받았던 강직한 관료였으며 학자였다고 알려져 있다. 당시 도승지 임사홍이 현석규를 탄핵한 일에 연좌되어 고령에 잠시 유배되어 있을때 인근의 선비들이 글 배우기를 청하는 이가 많아 신발이 문앞에 가득하였다는 일화가 있다. 후학을 많이 양성하였다고 하며 특히 김종직 선생과 두터운 교분을 가졌다고 한다.
행정 도형(1480-1547) 선생은 성주 운곡, 현재 벽진면 운정리에서 태어나셨다. 이조 중종조에 활동하신 어른으로 행실과 효행, 학문과 문장이 뛰어난 학자였다고한다. 선생의 실천적 학문은 조정의 안팎으로부터 크게 칭송받았으며, 소학에 존신하여 소학부를 지어 배우는 사람들을 면려하였다고 한다. 순조조에 와서 뛰어난 효심으로 해서 효행 정려가 내려 경상북도 무형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 특히 조광조의 도학정치에 깊이 공감하여 두터운 교분을 가졌다고 한다.
원정 여희림(1481-1553) 선생은 성주 본아리 야동(불목골)에서 태어나셨다. 선생 역시 이조 중종조에 활동하신 어른으로 행정 선생과 함께 지지당 선생께 사사한 바 있으며 의흥 창녕등 목민관으로 부임하여 유가의 수기치인(修己治人)의 덕목을 충실하게 실천해서 추숭받은 인물이라 한다. 특히 선생은 향촌의 교화와 질서를 올바르게 하기 위해 성주 벽진에 월회당을 지어 처음으로 향약을 실시함으로써 전국적인 향약의 실시를 위한 선구적인 역할을 하신 어른이셨다고 한다.
물론 앞서 세 분 선생의 행적이나 인품에 대한(자료는 연구논문에 많이 있지만) 강의를 듣고 나오면서 여러 가지를 생각해 봤다.
이와 같은 훌륭한 조상들의 행적과 인품이 자손들에게 자랑으로만 남아서는 안되겠다는 것이다. 즉, 행정 선생이 주창하던, 소학은 인간윤리의 미덕이 함양되어 있으니 이를 실천해야 한다는 가르치심이고, 원정 선생의 향약은 향촌의 교화와 질서를 올바르게 갖도록 하는 가르치심이고, 확신이 뚜렷하고 유배 길에서도 후학 양성에 힘을 쏟아 오신 지지당 선생의 정신 역시 많은 것을 가르치고 있다.
우리 후손들로 하여금 선조들의 가르침을 새겨나가도록 성주문화원과 성주군청이 이렇게 훌륭하고 큰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뜻에 모두가 함께 동참 하도록 하자. 이렇게 해서 잊혀져 가는 고향의 자랑스러운 선비문화를 복원해 나가는데 힘을 모으도록 하자. 그리고 이와 같은 행사가 계기가 되어 뜻있는 사회단체는 물론 유림단체들이 힘을 모아 거군적으로 분발하였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