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1년 12월 24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항에 한 척의 배가 난파를 당해 떠밀려왔다. 경제 불황으로 시달렸던 당시, 당국은 1000여 명이 넘는 난민들을 도와줄 예산이 없어 난민들은 추위에 떨며 굶주린 채 지내야만 했다. 그때 구세군 사관 조셉 맥피(Joseph Mcfee) 정위가 이를 안타깝게 여기며 도울 방법을 찾아 나섰다. 그는 자신이 영국 리버풀에 있을 때, 부둣가에 놓여 있던 자선을 위한 `심슨의 솥`을 기억해 냈다. 당시 심슨은 가난한 사람을 돕기 위해 주방에서 사용하던 큰 쇠솥에 다리를 만들어 거리에 내 걸고는, 그 위에 이렇게 써 붙였다. "이 국솥을 끓게 합시다." 바로 그 다음 날 맥피 정위는 당국으로부터 부둣가에 솥을 걸어도 좋다는 허가를 받았다. 그리고 사람들이 많은 곳에 솥을 걸어놓고 "이 국솥을 끓게 합시다"라고 외쳤다. 그날 모금한 돈으로 난민들에게 따뜻한 스프를 끓여 먹일 수 있었다. 이렇게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웃을 돕기 위해 밤새워 기도하며 고민하던 한 사람의 깊은 관심이 오늘날 전 세계 119개국에서 매년 성탄이 가까워지면 실시하게 되는 구세군 자선냄비(Christmas Kettle) 운동의 출발점이 되었다. 세계적 공황이 시작된 1928년 한국은 침략자 일본의 경제 수탈로 가정이 파괴되고, 많은 이들이 민생고에 시달렸다. 당시 한국 구세군 사령관이었던 스웨덴 선교사 조셉 바아(한국명 박준섭) 사관이 불우 이웃들을 위한 시설을 운영하며, 1928년 12월 15일 처음 명동 거리에서 구세군 자선냄비를 선보였다. 그 해 명동, 충정로, 종로 등 서울 시내에 20여 개의 자선냄비를 설치해 당시 812원을 모금해 어려운 이웃들을 도울 수 있었다. 빅토리아 시대의 영국은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는, 해가 지지 않는 부강한 나라였다. 그러나 사회의 이면은 비참하고 암울하기 짝이 없었다. 식민지에서 데리고 온 노예들은 짐승만도 못한 취급을 받았고, 가난한 집안의 아이들은 7살이 되면 공장에 나가서 하루 14시간 노동과 학대에 시달려야 했다. 런던 빈민가에는 술집이 즐비하고, 어른들은 술로 생계비를 탕진했다. 어린이들도 카운터 앞에 그들을 위해 마련해 놓은 발판 위에 올라가 술을 주문하여 마시며 어른들을 닮아 갔다. 1865년 윌리엄 부스(William Booth) 목사는 자신이 목회하는 작은 교회를 개방하여 `기독교 선교관`이라는 간판을 달고는 거리의 부랑아들을 돌보기 시작했다. 가난한 사람들을 먹이고 노숙자들을 재우며 알코올 중독자들을 치료했다. 사역은 점점 확장되어 부스 목사는 보다 더 효율적인 사역을 위해 교회 체제를 군대 조직으로 바꾸었다. 이것이 구세군(Salvation Army)의 시작이다. 정직·근면·순결·자선을 기본정신으로 하는 구세군이 펼치는 이 자선냄비 운동은 소외되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다가가는 사랑의 실천 운동이다. 이 자선냄비는 세 가지 상징으로 이루어져 있다. 종과 냄비, 그리고 냄비 위에 보면 붉은 방패가 있는데, 그 중에 `종`이 상징하는 것은 깨우침이다. 울리는 종소리는 사랑을 모르거나, 알아도 실천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사랑을 깨우치는 소리다. 현대 사회는 무한 경쟁 사회로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다 보니 이웃을 생각하고 돌볼 여유가 없다. 그저 앞만 보고 살아온 사람들이 12월 구세군의 자선냄비 종소리를 들으며 마음속 깊이 묻어 두었던 사랑의 불씨가 살아나 이웃에 관심을 가지는 마음의 여유가 생기게 되는 것이다. 자선냄비의 종소리는 귀로 듣는 소리가 아니라 마음으로 듣는 소리다. 마음으로 그 소리를 들을 때, 미워하고 다투며 이웃을 모르는 이기적인 나라는 서서히 물러가고, 사랑하고 양보하며 이웃을 돌보는, 하나님의 뜻을 실현하는 나라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것이 돈으로 결코 환산할 수 없는 자선냄비의 지순 지고한 가치인 것이다. 두 번째로 `냄비`는 공동체를 상징한다. 우리가 함께 식사하는 사람들을 밥상 공동체라고 한다. 접시에 담긴 음식은 옆 돌아보지 않고 혼자 먹고 치우지만, 냄비에서 끓는 국은 서로 나누고 양보하고 권하며 먹는다. 천 원 짜리 한 장도 내 호주머니에 있으면 내 돈이지만, 그것이 자선냄비에 넣어지면 `우리`의 돈이 되어 이름 없이 그 돈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나뉘어지는 것이다. 셋째로 `붉은 방패`는 방어와 보호를 상징한다. 하나님의 나라는 사랑이 실현되지만, 사탄의 나라는 미움과 욕심이 지배한다. 이 사탄의 세력을 물리치고 소외된 이웃을 보호하는 것이 자선냄비 방패의 의미다. 자선냄비 운동은 죄악되고 이기적인 이 사회에서 사탄의 세력을 물리치고 하나님의 뜻을 이루는 운동이다. "땡그랑! 땡그랑! 이 국솥을 끓게 합시다." 어지러운 세상 소리는 잠시 제쳐 두고 자선냄비의 사랑의 종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이웃을 돌아보는 작은 우리의 마음을 한해가 가기 전에 꼭 실행으로 옮겨 보자. 이것이야말로 인류를 사랑해서 세상에 오신 예수님 탄생이 우리에게 주는 축복이 아니겠는가.
최종편집:2025-07-11 오후 04:4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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