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소원은 통일 꿈에도 소원은 통일… 통일이여 오라." 목메어 부르던 통일의 노래가 사라진 지 오래고, `통일`이란 말은 사어(死語)나 다름없는 언어였다. 천안함 사건으로 개성공단을 제외한 남북교역과 우리 국민의 방북을 불허한 2010년 5·24 조치 이후 통일이란 말은 사용하기 불편한 말이었으나 박근혜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통일은 대박`이라고 말한 후 이 통일이란 말이 봇물처럼 터져 통일담론이 되살아났다. 통일부담론·무용론·기피론 등 젊은 세대의 통일에 대한 관심이 멀어지고 있는 가운데, 통일 대박론으로 통일에 대한 기대를 심어준 것은 참으로 고마운 일이다. 그러나 험난할 수밖에 없는 통일 과정과 방법에 대해서는 전혀 설명하지 않고 통일 후의 장밋빛 미래상만 불쑥 내놓고 보니 이에 대한 논담도 구구하다. `통일이 대박이 되려면`, `통일은 어떤 대박인가?`, `치밀한 준비없는 통일 대박 없다`, `북을 변화시켜야 통일대박 된다`, `통일대박의 함정`, `진정성 부족한 통일대박의 위험성`, `통일, 남북이 함께 만들어 가야 할 명제` 등등, 같은 제목을 가지고도 다양한 의견을 내놓고 있다. `대박`이라는 표현은 운좋게 어떤 일이 크게 이루어지는 것으로 영화나 노래가 히트했을 때 많이 사용한 용어인데 그 어원은 확실하지가 않다. 그래서 여러 설이 있다. 첫째 국어사전에 `큰 배(大舶)`라고 한 데서 파생한 말이라는 설이다. 화물선 같은 큰 배가 진귀한 물건을 가득 싣고 항구에 들어와 쏟아내면, 그것으로 장사해서 큰 돈을 벌게 됐는데, 큰 배가 곧 큰 돈을 의미하게 됐다는 것이다. 일제시대 `하쿠라이(舶來)`라고 하면 곧 진귀한 물건임을 의미했다. 둘째로 박(博)은 도박(賭博)판에서 여러번 지른 판돈을 말하는 것으로, 대박(大博)은 여러 번 패를 잡고 물주 노릇을 하며 따낸 큰 돈을 말하며 크게 횡재하는 것을 뜻하는 것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이 대박의 요체는 한마디로 요행이다. 셋째는 흥부의 `큰 박(大匏)`을 뜻한다는 설이다. 제비가 물어다 준 박 씨를 심어 큰 박이 주렁주렁 열렸는데, 그 박을 타보았더니 그 속에 금은보화가 가득 들어 있어 벼락부자가 되었다는 이야기에서 나온 말로 그 반대말이 `쪽박`이다. 통일에도 여러 가지 통일이 있을 수 있다. 단일민족 국가, 연방제, 스위스식의 낮은단계 연방제(confederation) 등등. 통일 방법에도 이승만 대통령식의 북진통일이나 베트남 같은 무력통일, 흡수통일, 협의와 합의를 통한 평화통일이 있다. 박 대통령이 `통일은 대박`이라고 했을 때, 어떤 식의 통일, 어떤 의미의 대박을 생각하고 한 말인지 분명하지 않으나, 대통령 참모들의 말이나 논의에서 드러나는 현정부의 통일이나 대박은 북한의 급변사태를 전제로 한 흡수통일에 방점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든다. 통일이 대박이 되려면 북한의 급변사태나 붕괴에 의한 흡수통일에 모든 것을 거는 도박은 하지 말아야 한다. 통일이 도박하듯이 이루어질 수는 없기 때문이다. 큰 배(大舶)나 큰 박(大匏)을 의미하는 `대박`의 통일이 되어야 할 것이다. 신창민 중앙대 명예교수는 그가 쓴 `통일은 대박이다`라는 책에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통일을 향해 나아가려면 북한 주민들의 마음속으로 다가가는 게 가장 중요한데, 그 길은 우리가 북한의 사회간접자본에 투자해서 통일 인프라를 구축하고 과학기술을 중심으로 한 남북지식인의 교류가 이루어지게 하는 것이라고 했다. 큰 배로 남북이 왕래하며 경제적·문화적 교류를 이룬다면 그것이 바로 대박의 길이요 통일로 가는 길이 아니겠는가. 경의선철도연결사업만 순조롭게 진행되었어도 개성 평양 신의주 간 철도 도로 건설공사에 중국 차관단을 제치고 우리가 참여할 수 있었을 것이다. 흥부는 다리가 부러진 제비를 불쌍히 여겨 그를 정성껏 치료해 주었다. 그 제비의 보은의 씨를 심어 대박을 터뜨리게 된 것이다. 우리는 배부르게 먹고 살을 빼기 위해 애쓰면서도 북의 형제들이 굶어서 죽고 배고파 비틀거리는 것을 보고 뭘 했는가? 인도적 지원, 말로만 배부르게 할 수는 없다. 저는 다리 분질러질 때까지 기다려 약 발라줄 생각말고 지금 그들이 필요할 때 도와주자. "긍휼히 여기는 자는 복이 있나니…" `큰 배`의 대박이 인간의 노력에 의해 주어지는 것이라면, `큰 박`의 대박은 긍휼히 여기는 자에게 내리시는 하나님의 은혜이다. 통일이 대박을 가져다 주기를 바라기보다 대박이 통일을 가져오게 하자. 신뢰프로세스는 우리 쪽에서 내놓은 것, 북쪽이 신뢰를 보여주기를 기다리지 말고 우리가 먼저 주도적으로 적극적으로 신뢰를 보여주자. 5·24 조치를 풀고 금강산관광 재개 등으로 압박 조치를 풀어주자. "심 센 아재비가 참으라"고 했다. 어려운 통일 주어(主語) 삼지 말고 대박의 쉬운 길을 찾아가자. 대박이 통일을 가져온다. 대박이 통일이다. (2014.2.2)
최종편집:2025-07-11 오후 04:4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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