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큰딸 식솔들은 주재원으로 미국에 간지 2년 되었습니다.
"어머니, 우리가 미국 있을 때 다녀가세요"
딸아이의 초대에 보고 싶은 자식들도 보고 여행도 잘 하고 돌아왔습니다. 두 달 동안의 여행은 의미가 참 많았습니다.
소치 동계올림픽을 보면서 태극기가 중앙에서 펄럭이고 애국가가 흘러나오면 마음속 깊은 곳에 뭉클하고 뜨거운 무언가 솟구치면서 눈물이 잔잔히 맺히며 감동이 밀려오기도 했습니다.
지난 3.1절에는 TV에서 태극기가 휘날리고, 경축행사와 함께 일본의 극악무도한 일들을 애국지사들이 재현하는 모습을 보니 미국에 있는 손자가 생각났습니다.
미국에 갔을 때 영어로 수업한다는데 공부는 잘 따라하고 있는지 공책들을 살펴보다가 문득 종합장 앞면에 태극기가 그려져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손자! 이 태극기 누가 그렸니?"
"제가 그렸어요"
"그런데 잘못 그린 것 같구나. 보고 그린거니?"
"아니요, 태극기 그리고 싶어서 생각을 더듬어서 그렸어요"
"오! 그래 내 손자 고맙구나"
"할머니하고 정확한 태극기를 그려보자. 우리나라 국기는 건, 곤, 감, 리로 되어 있단다. 색칠은 명원이가 하렴"
다음날 종합장 표지에는 어제 그린 새로운 태극기가 당당히 앞면에 붙어 있었습니다.
"손자! 태극기 바꾸어 넣었구나"
"제가 그린 태극기가 틀리니까 올바른 태극기를 그려 넣어야지요"
"고마워 내 손자, 대한민국을 떠나 있어도 나라 사랑하는 마음이 기특하구나"
10살된 대한민국의 아들 내 손자가 태극기를 생각하고 그려서 품고 있었다는 것이 나를 기쁘고 행복하게 하며, 희망과 감동을 주었습니다.
미국에는 학교마다 기부문화가 발달해 아버지, 어머니, 할아버지, 할머니날 등 별의별 날을 다 만들어서 학교에 오게 하여 단돈 10불에서 몇 100불까지도 학교에 기부하게 한답니다. 수시로 무슨 날을 정해 기부금 내는 것이 일상화 되었답니다. 절대 법적 제재는 없으며 자연스러운 사회적 분위기인 것 같았습니다.
내 손자가 다니는 초등학교에 초대 되었으니 나도 기부를 했었지요. 학교에 들어서니 중앙에는 성조기가 펄럭거렸습니다. 하얀 얼굴, 까만 얼굴, 황색 얼굴 등 다양한 나라의 어린 학생들과 선생님들이 할머니와 할아버지들을 맞이합니다.
나의 손자들은 수업에 잘 임하고 있었습니다. 영어도 곧 잘하고 수학도 잘하고 모든 면에 뛰어나다니 그동안 학교생활이 궁금했는데 기특하고 가슴 벅차기만 했습니다.
성조기가 펄럭이는 미국 땅에서 어린 나의 손자가 태극기를 그려서 가슴에 안고 다닌다니 과연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아들입니다. 대한미국 만세! 노명원 만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