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이 세상에 태어나
지금까지 나무 한 그루 심은 적 없으니
죽어 새가 되어도
나뭇가지에 앉아 쉴 수 없으리
나 이 세상에 태어나
지금까지 나무에 물 한번 준 적 없으니
죽어 흙이 되어도
나무 뿌리에 가 닿아 잠들지 못하리
나 어쩌면
나무 한 그루 심지 않고 늙은 죄가 너무 커
죽어도 죽지 못하리
산수유 붉은 열매 하나 쪼아먹지 못하고
나뭇가지에 걸린 초승달에 한번 앉아보지 못하고
발 없는 새가 되어
이 세상 그 어디든 앉지 못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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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를 읽다 보면 우리의 삶이 온갖 인연의 그물로 짠 피륙이라는 말을 떠올리게 된다. 나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사물들조차 어떤 형태로든지 연결되어 있음을 깨닫는 사람이 곧 시인이다. 이승에서 지은 업보가 후생으로 이어진다는 인과적 세계관에 기초한 이 시가 호소력을 가진 시로 성공하고 있는 이유는, 시인이 후생의 영혼과 새를 직접적으로 연결시키면서 오늘의 자신의 삶에 대한 치열한 자기성찰을 이끌어내고 있다는 데 있다.
'지금까지 나무 한 그루 심은 적 없으니/ 죽어 새가 되어도/ 나뭇가지에 앉아 쉴 수 없'음을 깨달은 시인은, '물 한번 준 적 없'어서 '흙이 되어서도/ 나무뿌리에 '닿아 잠들지 못하'고, '나무 한 그루 심지 않'은 죄 때문에 '죽어도 죽지 못'하겠다고 노래한다. 그리하여 마침내는 '발 없는 새가 되어/ 이 세상 그 어디든 앉지 못하'게 될 것이라 단언하는 데서 시인의 '참회'는 극에 이른다.
시인은 이렇게 외치고 있다. "세상 사람들이여 나무를 심을 지니, 그대들의 가슴에 한 포기의 따뜻한 나무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