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9일 밤 서울, 수원, 청주, 포항, 진주 등지에서 차량 블랙박스에 밝은 유성(별똥별)이 떨어지는 장면이 찍혔다. 이튿날인 10일 오전 경남 진주시 대곡면 단목리의 한 비닐하우스에서는 지붕을 뚫고 들어온 9.4㎏의 운석이 발견됐다. SNS나 인터넷뉴스의 댓글에는 지난해 2월 러시아에 쏟아진 운석우 영상에 못지않다고 언급하거나, 진주에서 발견된 암석이 운석이라면 수억 원대의 가치를 갖기 때문에 발견한 사람은 로또를 맞은 것이라고 부러워하기도 했다. 3월 11일에는 두 번째 운석(4.1㎏)이 진주시 미천면에서 발견되면서 운석을 찾으려는 외지인들이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몰려들었다. 16일에는 이들 `운석 사냥꾼` 중에서 1명이 운석으로 추정되는 1㎏ 정도의 암석을 발견했다. 때 아닌 `운석 열풍`이 불었다. 공교롭게도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가 끝나자 우리나라에 운석이 쏟아졌다. 이번 운석의 정체는 무엇일까. 운석을 둘러싼 오해와 진실을 살펴보자. 운석 vs 유성 먼저 운석과 유성은 차이가 있다. 지구 주변에는 혜성이 흘리고 간 잔해나 소행성이 부서진 조각이 떠돌고 있는데, 이를 유성체라고 한다. 이 유성체가 지구에 끌려 들어와 대기와 마찰을 일으키며 빛을 내는 것이 유성(별똥별)이다. 이렇게 지구 대기를 통과하고도 남아서 땅에 떨어진 암석이 바로 운석이다. 그러니 땅에 떨어진 운석이 발견되지도 않은 수원에서 `운석 동영상`이 찍혔다고 표현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수원 운석 동영상`에는 운석이 아니라 유성이 찍힌 것이다. 물론 평범한 유성이 아니라 `화구(fireball)`라 불리는 밝은 유성이 출현해 사람들을 놀라게 한 것이긴 하다. 유성체는 크기에 따라 다른 운명을 맞이한다. 모래알 정도 되는 것들은 50~70㎞ 고도에서 유성을 만들며 불타 사라진다. 자갈만 한 것들은 더 낮은 고도까지 내려오는데, 하층 대기는 상층 대기보다 밀도가 더 높기 때문에 충격파가 발생하며 앞부분이 뜨겁게 가열되고 껍질이 벗겨지며 불꽃이 튀는 것처럼 보인다. 이것이 바로 화구다. 화구 중에서 밝은 것을 만들어내는 유성체는 많은 경우 지상에까지 살아남아 운석을 남긴다. 이처럼 커다란 유성체는 하층 대기와 충돌하면서 여러 조각으로 쪼개져 땅으로 떨어진다. 천문학자 안상현 박사의 추정에 따르면, 이번 `진주 운석` 사례의 경우 유성체가 수원, 청주 상공을 지나 진주로 날아가면서 쪼개진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 또 안 박사는 유성체의 진행 방향을 따라 가벼운 운석들부터 먼저 땅에 떨어지므로, 해당 지역에서 운석 조각들을 체계적으로 수거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운석이 총알처럼 떨어진다? 운석은 총알처럼 떨어진다는 오해를 받기도 하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 지구 대기 속으로 들어오는 우주 물체는 공기 저항을 받기 때문에 그 추락 속도가 일정한 속도로 안정되게 된다. 이 속도를 종단속도라고 한다. 예를 들어 빗방울의 종단속도는 초속 10m(시속 40㎞) 정도이다. 이번에 진주에 떨어진 운석 정도라면 그 종단속도가 어느 정도일까. 안 박사가 계산한 바에 따르면 이번 진주 운석의 종단속도는 초속 30~50m(시속 100~150㎞)에 이른다. 강한 태풍의 풍속이나 투수가 던지는 야구공의 속도 정도인 셈이다. 달처럼 대기가 없었다면 운석은 시속 수만㎞에 달하는 속도로 땅으로 돌진했을 것이니, 지구 대기에 감사해야 할 것 같다. 그렇다면 운석이 지구에 일으킨 피해는 어떤 것이 있을까. 운석이 땅에 충돌하면 구덩이를 만드는데, 떨어진 운석이 크면 구덩이도 커진다. 운석은 건물의 지붕을 부수거나 자동차를 망가뜨리기도 한다. 지난해 2월 러시아 첼랴빈스크에 운석우가 쏟아졌을 때는 충격파에 의한 영향으로 건물 유리창이 박살나기도 했다. 역사적으로 보면, 운석에 맞아 동물이 피해를 입기도 했다. 1908년 이집트에서는 개가 운석에 맞아 죽었고, 1938년 미국에서는 운석 8개가 떨어져 소가 다쳤다. 사람이 운석에 맞은 사례도 있다. 2013년 미국 플로리다 주에 사는 7살짜리 꼬마가 콩알만 한 운석에 머리를 맞아 세 바늘을 꿰매기도 했다. 로또를 맞은 걸까 언론에서는 이번 진주 운석이 수십억 원대의 가치가 있다며, 많은 사람들이 진주를 방문하는 `운석 러시`에 부채질을 하고 있다. 과연 진주 운석이 그렇게 엄청난 가치가 있을까. 극지연구소가 진주 운석을 분석한 결과, 운석의 단면에서 지름 1㎜ 내외의 콘드룰이 발견됐고, 철 성분이10% 안팎으로 함유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를 통해 진주 운석은 석질운석 중 콘드라이트에 속하는데, 금속 성분이 높은 종류인 `H형 콘드라이트`로 밝혀졌다. 콘드라이트는 지구상에서 발견된 6만여 개의 운석 가운데 85%를 차지할 정도로 흔한 종류다. 국제 운석 시장에서는 이런 종류의 운석이 보통 1g당 2~5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이 가격을 적용한다면, 진주 운석 중 큰 것인 9.4㎏짜리 운석은 2000~5000만 원 정도로 추정해볼 수 있다. 이번 진주 운석은 1943년에 두원 운석이 발견된 이후 71년 만에 국내에서 발견된 운석이다. 소행성에서 온 존재인 진주 운석의 진정한 가치는 국내에서 발견된 우주 물질을 직접 만질 수 있는 기회를 우리 국민에게 전한 것이 아닐까. 출처: 동아사이언스 `이충환의 천기누설` 이 왕 걸 시민기자(수륜초등학교 교사)
최종편집:2025-07-11 오후 04:42:24
최신뉴스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톡네이버블로그URL복사
이름 비밀번호
개인정보 유출, 권리침해, 욕설 및 특정지역 정치적 견해를 비하하는 내용을 게시할 경우 이용약관 및 관련 법률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유튜브페이스북포스트인스타제보
PDF 지면보기
오늘 주간 월간
출향인소식
제호 : 성주신문주소 : 경북 성주군 성주읍 성주읍3길 15 사업자등록번호 : 510-81-11658 등록(발행)일자 : 2002년 1월 4일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성고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경북 다-01245 개인정보관리책임자 : 최성고e-mail : sjnews1@naver.com
Tel : 054-933-5675 팩스 : 054-933-3161
Copyright 성주신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