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어 가는 가을밤, 오는 10월 23일과 24일 양일 간에 걸쳐 국립발레단의 대표적인 공연 레퍼토리인 고전 발레의 대명사 가 성주문예회관 무대에 오른다.
성주군·전국문예회관연합회가 주최하고 국립발레단 주관, 문화관광부가 후원하는 가운데,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발레 작품으로 꼽히는 공연에 고전 발레 공연에 목말라온 성주 관객들의 눈길을 끌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는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전 세계 발레 팬들로부터 끊임없는 사랑을 받고 있는 클래식 발레의 대명사이다. 낮에는 마법에 걸려 백조로 변하는 오데트 공주와 그녀를 구하려는 지그프리트 왕자, 이들을 지배하려는 천재적인 악마의 싸움이 주요 줄거리이다.
궁중 무도회에서 최고 기량의 무용수들이 펼치는 화려한 춤들도 장관이지만, 음울하고 신비로운 호수에서 스물 네 마리 백조들이 차이코프스키의 극적인 음악에 맞춰 추는 환상적인 춤은 단연 압권이다.
그러나 다른 그 무엇보다 가 자랑하는 매력은 한 발레리나가 우아하고 청초한 백조 오데트와 요염하고 도발적인 흑조 오딜 역을 춤추므로써 발레리나의 대 변신을 한번에 감상한다는 점.
유려한 차이코프스키의 음악과 감성을 자극하는 스토리 때문에 이 작품은 그동안 수많은 안무자들에 의해 다양한 형태로 만들어졌지만, 천재적인 악마가 왕자와 치열한 대결구도를 보이는 유리 그리가로비치의 볼쇼이 버전만큼 극적인 발레는 없었다.
이미 나 을 통해서도 증명되었듯이 주역, 솔리스트, 군무에 이르기까지 빈틈없는 용병술을 무기 삼아 화려한 볼거리를 만드는데 천재적인 유리 그리가로비치의 특기가 이번 에서도 유감 없이 발휘된다.
다른 버전과 달리 1막과 2막에 추가된 「악마와 왕자의 남성 2인무」와 「광대의 42회전」, 궁정의 왈츠군무, 2막 각 나라 왕녀의 춤에 새로 삽입된 「러시안춤」과 기존 버전보다 솔리스트들의 기량이 더욱 보강된 민속춤의 묘미는 주역의 춤이나 백조 군무 못지 않게 관객들의 많은 박수를 받는 부분이다.
특히 안무자 유리 그리가로비치는, 기존 에서는 단순한 악마에 불과했던 로트바르트를 지그프리트 왕자의 무의식을 좌우하는 천재적인 존재로 묘사하여 「운명(악마)과 사랑(왕자)」의 치열한 싸움을 그림으로써 우리가 동화로만 알던 를 심리 묘사에 충실한 낭만 소설의 경지로 올려놓았다. 때문에 무용수들에게 그 어느 보다 치열한 긴장감과 뛰어나고 깊이 있는 연기력을 요구하고 있다.
비극과 해피엔딩이라는 두 가지 결말 중 국립발레단 공연에서는 관객들에게 희망을 심어주기 위해 해피엔딩을 택했다. 유리 그리가로비치는 이를 위해 차이코프스키의 음악의 빠르고 경쾌한 풍을 살리는 방향으로 악보를 전면 재편집하는 열성을 보이기도 했다고.
한편 이번 발레공연은 단순한 지방 공연이라는 틀을 벗어나서 각 지역에 발레 문화 향유층을 넓히고자 하는 취지에서 전국문예회관 연합회의 후원으로 이뤄져 더욱 의미가 크다고 한다.
/정미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