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색이나 흰 감자꽃 감자만큼이나 소박하게 피는 게 보기 좋아 기다리는데 꽃은 피지 않고 줄기만 나날이 무성해진다. 줄기 밑을 파보니 커다란 감자들이 탐스럽게도 들었다. 웬일일까 고개를 갸웃거리는데 회사에서 파는 씨감자는 자살을 하게 되어 있다고 그해엔 알이 굵고 많이 들지만 꽃도 피지 않고 다음해에 잘라 심어도 싹이 돋지 않는다 한다. 종자는 살려고는 해도 죽으려고는 하지 않는 법인데..... 감자의 씨눈이 자살을 할 리는 없고 아마도 감자 속에서 한 문명이 자살을 하고 있는 것일 게다. 그러고 보면 내 몸은 그렇게 오래 한 문명의 무덤이었구나! ---------------------------------------- 감자의 생명이 1년이 되고 만 것은 분명 누군가가 조작한 것이다. 감자 자신도 아니고 농민들은 더더욱 아니다. 결국 수천 년 동안 땅을 지켜 온 농민들의 농사일을 볼모로 삼아 자기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초국적자본 종자회사들의 생명 조작 농간인 것이다. 겉만 요란 화려할 뿐 속은 텅 비어 천박하기 이를 데 없는 현대 문명이, 스스로 자기 손으로 무덤을 키우고 있다는 사실을 시인은 '꽃이 피지 않는' 감자를 보며 발견해낸다. 눈부신 '생명 과학'이 잉태해 온 이 '씨앗의 자살'이라는 모순이야말로 지구 생명의 종말을 상징하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배창환·시인·성주문학회)
최종편집:2025-05-16 오후 01:4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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