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무지개다 누군가 외치는 소리에 방안에 있던 사람들이 다들 창 쪽으로 다가간다. 그러다 금방 하늘을 향한 탄성이 마구 터져 나오고 있다.   와! 쌍무지개다 쌍무지개 야! 참 오랜만에 무지개를 보네 너무 멋있다 나는 처음 봐, 대박이다 대박   휴일을 맞아 시집간 큰아이 식구들이 와서 모처럼 온 가족이 한자리에 어울려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중에 일어난 일이다.   손주들의 재롱에 흠뻑 취해있던 나는 창밖으로 선명하게 나타난 쌍무지개를 바라보면서 어린 시절로 되돌아간 느낌이 들었다.   늦은 장마의 영향으로 낮에는 천둥이 치고 세찬 비가 쏟아지더니 저녁이 되어 날이 개이면서 아름다운 무지개가 동쪽하늘을 수놓게 된 것이다. 얼마 만에 보는 무지개인가.   어린 시절 시골에서 소 먹이러 갔다가 무지개가 뜨면 친구들과 뿌리를 찾는다고 뛰어다니던 생각이 난다. 아무리 쫒아가도 도망가기만 하던 무지개가 원망스러웠던 추억이 새삼스럽다. 그때는 무지개를 참 자주 볼 수가 있었는데 대기오염이 심해서 그런지 요즘은 도심에서 무지개 보기가 그리 쉽지 않은 것 같다. 힘든 시절이었지만 무지개를 보면서 꿈을 키우기도 하였고 막연히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가지기도 했던 지난날이 그리워진다. 무지개를 자주 못 보는 요즘 아이들은 예전의 아이들보다 순수한 동심의 세계와 아름다운 꿈을 많이 잃어버린 게 아닌지 모르겠다. 우리 손주 재윤이와 재훈이에게는 무지개를 많이 보여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4살 5살 연년생인 아이들은 신기한 듯 연신 질문세례를 퍼부어댄다.   할부지! 무지개는 어디서 왔어요? 무지개 따러가요 예? 할부지   호기심 많은 아이들에게 설명하느라 진땀이 나도 기분은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일찍 결혼해서 두 아이 키우면서 자기 일도 하느라 큰애는 고생이 많은 모양인데 별 도움도 못주고 있어서 미안하고 안쓰럽다. 오히려 올 때마다 용돈을 챙겨주고 가니 영 마음이 편치 않다. 사위도 말을 하지는 않아도 처갓집을 위해서 꽤나 신경을 쓰는 눈치이다. 위로 딸만 셋이고 막내인 아들이 고등학교에 다니다보니 맏사위가 큰아들과 마찬가지로 마음이 든든해진다. 딸을 시집보내는 게 아니라 아들을 하나 얻는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한바탕 작은 소동을 벌인 뒤에야 아이들이 돌아가고 밤이 되자 나는 산책에 나섰다. 그러고 보니 마침 오늘이 음력으로 칠월 백중날이라 그런지 구름사이로 뜬 달은 유난히도 밝고 크게 느껴진다. 실제로 이날의 달은 다른 때보다 큰 `슈퍼문(moon)이라고 뉴스에서 다루고 있었다. 달이 지구와 가깝게 다가오는 시기라 크게 보인다고 하는데 시름에 잠긴 모든 이들에게 골고루 비추어서 많은 복을 내려주기를 빌어본다.   백중날은 백중절(百中節) 중원일(中元日) 백종일(百種日) 또는 머슴날이라고도 한다. 24절기의 중간위치에 들었으며 삼원절이라고 해서 1월 15일을 상원(上元)이라 하고 7월 15일을 중원(中元), 10월 보름을 하원(下院)이라 한다. 백종(百種)일은 백가지 곡식으로 조상의 사당에 제사를 올리는 날이라고 붙여진 이름이다. 또한 농사일이 거의 마무리되는 때라 호미를 씻어서 걸었으며 동네마다 백중놀이가 벌어지고 머슴들에게는 용돈을 주어 하루를 즐겁게 쉬게 하였다. 그래서 이날은 특별이 장이 서는데 머슴장날이라고 불렀다 한다. 또 백중사리가 드는 때로 태양과 달과 지구가 일직선으로 서면서 말물의 수위가 가장 높게 나타나는 현상이 이삼일 간 지속되기도 한다. 불교에서는 4대명절로써 백중기도를 드리는 날이다.   우란분절(盂蘭分節)은 부처님의 제자인 목련존자가 지옥에 있는 어머니를 위해서 이날 많은 스님들과 함께 기도를 드렸다고 해서 정해진 날이다. 어릴 적 백중날, 어머니는 절을 찾아 치성을 드리셨다. 김천에 있는 수도암이라는 작은 암자에 다니셨는데 오십 리나 되는 산길을 걸어가서 부처님께 오직 집안의 안녕과 자식 잘 되기만을 소원하시며 빌고 또 빌면서 어머니는 수도 없이 허리를 구부리고 머리를 조아리셨을 것이다.   나도 이제 손자까지 볼 정도로 나이가 들었지만 자식을 위해서 드리는 정성이 어머니의 그것에 비하면 턱도 없이 모자람을 느끼게 된다. 당신께서는 생전에 불효만 저지른 이 막내 아들 잘되라고 지금도 하늘나라에서 빌고 계시리라. 보름달을 처다 보면서 오늘따라 새삼 어머니가 그리워진다.   다음날 tv나 신문에서는 무지개에 대한 기사가 많이 다루어지고 있었다. 우리 동네 뿐 아니고 다른 지역에서도 무지개가 잘 보여서 화제가 된 모양이다. 인터넷에 들어가 보니 많은 내용들이 올라와 있었다. 그중에 휴전선에 뜬 무지개와 보름달의 영상이 눈에 띄었는데 분단의 현실을 다시 한 번 실감하면서 진한 감동을 받기도 했다.   나는 이것이 어쩌면 하늘의 계시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세월호 사태로 인해서 온 국민이 집단 `트라우마`에 빠지다시피하고 올 들어 유난히도 각종 사건사고가 그칠 날 없는 가운데 무언가 이 난관을 극복할 돌파구를 찾고 있는 애틋한 심정은 나뿐만이 아니고 대다수의 사람들 마음이기도 하리라. 이러한 때에 무지개와 큰 보름달은 실의에 젖어 있는 우리 국민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기 위해서 하늘이 내리시는 귀한 선물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로마교황께서 이 나라를 찾아 오시기전에 미리 하늘의 축복을 이민족에게 상징적으로 보여주신 것이 틀림없을 것이다. 성경에서도 무지개가 등장한다. 요즘 `노아`라는 영화가 화제인데 하나님께서 타락한 인간세상을 홍수로 멸하신 다음, 다시는 물 심판을 하지 않겠다는 언약으로 노아에게 무지개를 보여 주신 것이다. 그리고 쌍무지개는 희망과 행운, 행복을 뜻한다고 하니 이번에 보여주신 무지개와 슈퍼문을 통해서 우리 모두가 희망을 가지고 슬픔에서 벗어나 새롭게 출발하였으면 참 좋겠다. 무엇보다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과 큰 상처를 받은 생존 학생들에게도 많은 위로가 되었으면 하는 생각 간절하다.   우리 집 막내가 그들과 같은 또래의 학생이다보니 더 마음이 아프고 남의 일 같지가 않다. 무지개는 물로 된 문(門)이라는 뜻이 있다고도 한다. 깨끗하게 정화된 물로 빚어진 무지개의 문으로 들어가면 거기에는 우리의 이상향, 유토피아, 천국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아름다운 무지개가 우리 모두의 마음에 뜨는 날, 꿈이 현실 속에서 이루어지고 진정한 행복과 참사랑이 가득한 기쁨이 넘치는 지상천국의 세계가 이 땅위에 실현되기를 간절히 빌어본다.
최종편집:2025-07-11 오후 04:42:24
최신뉴스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톡네이버블로그URL복사
이름 비밀번호
개인정보 유출, 권리침해, 욕설 및 특정지역 정치적 견해를 비하하는 내용을 게시할 경우 이용약관 및 관련 법률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유튜브페이스북포스트인스타제보
PDF 지면보기
오늘 주간 월간
출향인소식
제호 : 성주신문주소 : 경북 성주군 성주읍 성주읍3길 15 사업자등록번호 : 510-81-11658 등록(발행)일자 : 2002년 1월 4일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성고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경북 다-01245 개인정보관리책임자 : 최성고e-mail : sjnews1@naver.com
Tel : 054-933-5675 팩스 : 054-933-3161
Copyright 성주신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