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평소 택시를 잘 타지 않는 사람이다. 꼭 택시를 타야 할 바쁜 업무가 있는 것도 아니고 좀 편하자고 택시를 타고 여유를 부리는 것도 마음이 내키지 않기 때문이다. 오늘은 부득이 택시를 타야 만 하였다. 집사람이 병원에서 생사의 위기에 있어 시급히 병원에 가 뒤처리를 해야 하였기 때문이었다. 택시 문을 열고 몸을 내밀어 의자에 앉는 순간 기사 분은 어디로 모실까요 하고 세련된 목소리로 말을 하였다. 그날은 기사분의 말이 친절하고 손님을 대하는 태도가 신중하여 대화를 하고 싶었다.
요사이 택시업계의 사정은 어떻습니까? 나라 전체의 경기가 나쁘니 우리도 자연히 말 못하게 형편이 없습니다. 왜 그렇고 그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정치가 잘못되고 있어 그렇습니다. 정치의 어느 부분이 잘못 되고 있습니까? 국회가 일을 하지 않고 의원들이 당리당략과 자신들의 개인적 이익만 챙기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분들은 국가나 국민은 전혀 의식하지 않고 있습니다. 독립된 입법기관으로써 막강한 특권을 가지고 있는 국회나 의원들을 어떻게 개조하여 바로 세울 수 있습니까? 저 비록 택시 기사지만 나라를 위하는 애국정신만은 철저합니다. 국회를 정비하고 때묻은 정치인을 청산하는 뼈아픈 분기점을 마련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전 국민이 다 같이 뜻을 모아 한 목소리를 내야합니다. 그래서 국회를 해산하고 국가관이 투철한 위원 백명 정도 정선하여 정치판을 다시 짜야 합니다. 이것이 내 소신이고 아마 전 국민의 바람일 것입니다. 국회의원 자신들도 자기들의 의무 이행의 결과에 대해 반성을 하고 국민의 대변자로서 어떻게 했는가를 깊이 뒤돌아보는 자세로 돌아가야 할 것입니다. 광우병 시위를 보십시요. 우리나라 국민들은 올바른 길이라고 판단하면 쉽게 단합하는 국민성이 있습니다. 선생님은 어떻게 생각 합니까?
이 질문에 대답을 못하고 묵묵히 있다가 병원 앞에 내려 걸어오면서 기사분의 의중이 정확한 것 같다. 될 만한 일인 것 같기도 했다. 나라도 이 일을 해볼까. 졸장부인 내가 감히 거국적인 일을 하다니, 어느 애국지사가 이 일을 하면 열심히 참여하여 국가를 위한 나의 마지막 정열을 불태워 보겠다는 다짐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