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아!
내 몸에서 네가 나의 뿌리였을 때
나는 부서지는 흙이었단다
네 숨결을 처음 대이던 그 자리에
더운 김이 오르고
나의 생명을 네게 흘려보내며
출산의 즐거움에 떨던
그 순간을 너는 아느냐
목 말라 애타게 물을 찾는 나의 뿌리야
나를 뚫고 가려무나
나는 너를 위해 부스러지는 살이니
내 생명에 발 적시며
무럭무럭 자라가려무나
너의 가녀린 몸을 뻗으려
힘들어 할 때
그때마다 나는 착한 그릇이 되어
너를 감싸안았지
네 뻗어가는 미래를 마냥 축복하며
네가 알지 못하는 은밀한 기쁨을
나는 가졌단다
네가 커갈수록
더 거칠어지는 나의 살을 보아라
나는 지금 하나의 빈그릇
그러나 너의 푸른 줄기 솟아
햇살에 반짝이며
너를 통해 이루어질
푸르른 세상을 바라보니
출산의 산고는 황홀한 기쁨이어라
지도교사 : 황윤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