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9일 SBS 생활의 달인에서는 `등겨장의 달인`이 전파를 탔다. 이 방송에서 백말순(75, 성주읍)씨가 경력 50년의 등겨장 달인으로 출연해 화제가 되고 있다. 등겨장은 과거 보리를 많이 재배했던 시골에서 흔히 먹던 장으로, 소화가 잘 되는 저염식 된장이다. 성주에서는 보리등겨를 반죽해 굵은 도너츠형으로 만들어 여름철에 아궁이 불로 익힌 뒤 건조·발효과정을 거쳐 겨울철과 봄철에 장으로 담가 밑반찬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날 방송이 나간 뒤 전국 각지에서 등겨장 주문 전화가 밀려드는 등 등겨장에 대한 주민들의 관심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 이에 지난 13일 백말순 달인과의 인터뷰를 통해 방송 후 달라진 점 및 등겨장을 처음 만들게 된 계기 등에 대해 들어봤다.
■ SBS 생활의 달인 프로그램에서 등겨장의 달인으로 방송됐다. 소감은?
본방송이 시작하면서부터 등겨장 문의 전화가 밀려들어와 방송을 제대로 보지도 못했다. 갑자기 많은 관심을 얻게 돼 얼떨떨하다.
방송에 출연하게 된 계기는 성주군농업기술센터에서 방송 출연 제의 전화가 왔었다. 농업기술센터 관계자가 "SBS 생활의 달인 프로그램에서 등겨장 장인을 소개시켜 달라고 하는데, 소개해줘도 괜찮겠냐"고 물었다.
방송 출연을 해본 적도 없었고 말을 유창하게 하는 편도 아니여서 웬만하면 안하고 싶다고 말했는데, 소개해 줄만한 사람이 없다고 해서 방송 출연을 하게 됐다. 농업기술센터 전화가 오고 난 뒤 바로 다음 날 생활의 달인 프로그램에서 연락이 왔었다.
방송이 나간 후 등겨장이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는 것 같아 기쁘지만, 전국 각지에서 밀려드는 주문 때문에 쉬는 날 하루없이 바쁘게 등겨장을 만들고 있다.
■ 방송이 나간 후 달라진 점이나 주위 반응은 어떤지?
우선 방송이 나간 직후에는 이틀동안 전화가 끊이질 않았다. 전화를 끊으면 또 전화가 오고 전화기가 불이 날 만큼 등겨장 문의 전화가 많이 왔었다.
대부분 서울, 경기 등 수도권에서 전화가 왔으며, 주로 아들딸들이 몸이 편찮으신 부모님께 등겨장을 대접하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제각각의 사연이 담긴 전화를 받으니 더 많은 등겨장을 만들고 싶지만, 등겨장이라는 음식이 제조 과정도 길고 아무나 쉽게 만들지도 못하니까 그 점이 아쉬울 뿐이다.
항상 혼자서 등겨장을 만들었는데, 지금은 주문이 많이 밀려 직장에서 일하던 아들과 며느리도 내려오고 해서 5~6명이 함께 만들고 있다.
■ 등겨장은 어떤 음식인가?
등겨장은 제조 과정에서 전분과 단백질의 분해로 생성되는 당분의 단맛에 지방 전통의 향신료가 조화된 우리나라 고유의 기호식품이다.
옛부터 경상도 지방에서 보리등겨로 만든 장으로, 보리 도정과정에서 나오는 등겨를 이용해 만든 저염식 장류로 소화 흡수를 도와 따뜻한 밥에 비벼 먹으면 여름 더위에 지친 몸을 달랠 수 있다.
등겨장은 보리등겨를 반죽해 굵은 도너츠형으로 만들어 여름철에 아궁이 불로 서서히 익혀 건조, 발효과정을 거쳐 겨울철이나 봄철에 장으로 담아 밑반찬으로 활용된다.
등겨장은 소박한 음식이지만 고향의 아련한 기억들이 있는 어르신들께는 향수어린 음식이고, 건강한 밥상을 찾는 분들에게는 저염식의 건강 밥상으로 추천하고 싶은 음식이다.
■ 50여년 동안 등겨장을 만들고 계신 걸로 알고 있다. 처음 등겨장을 만들게 된 계기가 있다면?
어렸을 때부터 우리 할머니께서 등겨장을 만드셨다. 어렸을 적 내가 등겨장을 보고 이게 뭐냐고 물어보면 할머니께서는 "개떡가지고 등겨장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하셨다. 할머니가 등겨장을 만드셨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나도 등겨장을 만들게 됐다.
■ 평소 요리실력은 어떤지? 가장 잘 만드는 음식은? 어떤 음식이 건강에 이로운가?
평소에도 요리하는 것을 좋아한다. 가장 잘 만드는 음식은 소고기 육개장이다. 김항곤 군수가 항상 나를 보면 "백여사 소고기 육개장이 제일"이라고 말하곤 했다.
또 요리하는 것을 좋아하기도 하고, 음식 만드는 것은 늘 자신있다고 생각한다. 어릴때부터 할머니 옆에서 요리하는 것을 보고 배우고 자라다보니 음식 만드는 것이 가장 재밌다.
■ 인생철학이나 좌우명은 무엇인지?
다른 것은 몰라도 먹거리를 만들때에는 `내 가족에게 먹인다`는 생각으로 만든다. 우리 아이들이 어렸을 때도 음식 하나만은 최고로 좋은 것으로 먹였다.
항상 가족에게 밥을 먹이는 마음으로 정성껏 음식을 차리며 `어느 누구라도 등겨장에 밥 한 공기를 비벼 먹으면 온갖 시름도 잊을 수 있도록 하자`는 생각으로 등겨장을 만든다.
■ 평소 여가생활은 어떻게 보내며, 취미와 특기는?
취미는 게이트볼과 그라운드골프 등 운동을 즐겨하고 있다. 특히 성주군 게이트볼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게이트볼은 경기 규칙이 쉽고 육체적으로도 무리가 없어 노년층 여가 활동으로는 제격이다. 회원간 게이트볼 경기를 통해 스포츠도 즐기고 친목도 쌓으니 참 좋은 운동이라 생각한다.
■ 앞으로의 계획은?
하나 바라는 것이 있다면 등겨장 공장을 지어 등겨장 제조를 확대하는 것이다.
전국에서 등겨장을 먹고 싶어하는 분들이 많고, 현재 밀린 주문량도 1천여개가 넘는다. 그러나 등겨장이라는 음식이 제조 과정도 길고,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아쉽게 생각한다.
주문량은 많은데 여건이 맞지 않기 때문에, 공장과 같은 시설을 지어 등겨장을 제조한다면 더할나위 없이 좋을 것 같다.
보리를 빻는 것은 기계로만 가능하기 때문에, 공장이 생기면 빻는 작업만 기계로 할 것이다. 다른 작업은 전부 다 수작업으로 진행된다.
백말순씨 △1939년 대가면 출생 △경력 50여년의 등겨장 달인 △대가초 졸업 △남편 故최수암씨와 4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