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이 끝나는 12월에 한해를 정리하면서 아내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새해에는 틈나는 대로 가고 싶은 곳을 정하여 나들이를 가기로 하였다.
그 첫 번째로 작년 일본 후쿠오카 여행에서 온천욕이 가장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어 성주지역 주변의 가까운 온천을 찾아 가기로 하였다. 그 목적지로 약 30km 떨어져 위치한 칠곡군 석적읍 도개온천으로 정하여 1월 주말에 출발하였다. 도착하니 오전 10시. 아내와 약속하여 12시 30분에 만나기로하고 남탕에 입실하여 사우나탕, 물안마를 해주는 탕, 온탕, 열탕, 냉탕, 열탕 그리고 잠시 쉬어 가며 온천욕을 마음껏 즐겨 본다.
나는 어느 목욕탕에 가도 맨 먼저 습관적으로 가는 곳이 사우나탕이다. 다시 온천욕을 즐기기 위해 사우나실에 들어가 땀을 빼고 있는데 중년의 남자와 20대로 보이는 부자(父子)간에 들어왔다. 다정스런 그들의 대화에 귀 기울이게 되었다.
아들 : 아빠! 술 그만 끊으면 안돼?
아버지 : 조금 적게 먹도록 할께!
아들 : 엄마한테 사랑한다는 말 해봤나요?
아버지 : (묵묵부답)
아들 : 경상도 사람은 다 그리 무뚝뚝해요! 진우 아버지는 두 남매에게 수시로 "사랑해! 축
복해!"라고 하더라, 아빠는 엄마와 아들·딸에게 "사랑해! 축복해!"라고 한 번도 말한 적 없잖아!
이들의 대화에 나는 둔기로 머리를 맞은 기분이 들어 한동안 멍하니 있었다. 아내와 만나기로 한 남은 시간의 온천은 어떻게 하였는지 모르겠다.
아내와 나는 주변에 마땅하게 점심을 먹을 곳을 찾지 못해 왜관시장내의 국수집에 가 칼국수를 먹었다. 그리고 시장을 구경하면서 필요한 티셔츠를 구입해 귀갓길에 올랐다.
나는 내내 머릿 속에 "사랑해! 축복해!"란 말만 맴돌았다. 오늘 당장 집에 가서 꼭 이 말을 해야지, 부인! "사랑해! 축복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