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28일 재경성주문화사업후원회에서는 세계유네스코위원회에 인류무형문화재로 등재된 것으로만 구성한 국립국악원의 토요명품공연을 감상했다. 국립국악원 박정경 학예연구관의 낭낭한 목소리로 시작된 유창한 해설이 끝나자 공연이 시작됬다.
첫 번째 마당으로 엄숙하면서도 황홀한 종묘제례악(국가중요무형문화재 1호)의 막이 올랐다. 이 종묘제례악은 선대왕의 문덕과 무공을 기리는 제례때의 음악이라고 하는데 문덕을 기릴때는 보태평(11곡)을, 무공을 기릴때는 정대업(11곡)을 연주했다고 한다. 오늘 그중 7곡을 연주했다. 당초 세종조에는 연회용으로 만든 것이 세조조에 와서 종묘제례악이 되었다고 한다. 이를 감상하면서 감동 속에 숨을 죽이고 한순간 지났다.
두 번째 마당, 판소리(국가중요무형문화재 5호)명인 정회석 명창의 적벽가 중 조조의 군사점고 대목이 불러졌다. 작고하신 명창 박동진 선생의 적벽가를 들었던 기억이 새삼스러웠다. 정회석 명창은 판소리 중에서 보성 소리의 대가이신 정응민 명창의 손자이고 정권지 명창의 아들이라 하며 삼대에 걸쳐 그 맥을 이어오고 있다 한다.
세 번째 마당, 다섯 사람의 처용이 한 마당이 되어 처용무(국가중요무형문화재 39호)를 추는데 부드러우면서도 하늘과 땅에 뻗혀나는 활기와 역신 같은 처용의 모습이 관중을 압도한다. 처용무를 마친 후 탈을 벗고 퇴장하는 춤꾼들의 미소년 같은 모습과는 너무나 대조적이라 탄성을 자아내게 했다.
네 번째 마당, 아리랑 메들리다. 아리랑은 희소 가치가 없어 국가무형문화재로 등록은 되지 못했으나 한반도 어디에나 존재하고 전승되어온 가락으로 상징성을 소중하게 생각해서 세계유네스코위원회에서는 북한의 아리랑과 함께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시키고 있다 한다. 일제강점기에 불렀던 것과 선율적 동질성을 느끼게 하는 한반도 전래의 구 아리랑을 여섯 사람의 가인들이 두 사람씩 짝이 되어 불렀는데 비슷한 정서이면서도 지역과 시대에 따라 가사와 가락의 차이를 느끼게 한다.
다섯 번째 마당, 강강수월래(국가중요무형문화재 8호).
열네 사람의 천사 같은 여인들에게 오방색의 화려함을 입혀서 경쾌한 우리가락에 마춰 단순한 동작으로 다양한 모습의 군무를 보여줬다. 이들 조화로움이 어깨를 들썩이게 하는 신명 그리고 황홀경을 끝으로 명품공연의 막을 내렸다. 아쉬운 마음 간절했다.
이번 투어에서 특기하고 싶은 것은, 공연관람 후 조촐하게 가졌던 만찬시에 각자의 감상소감을 짧게나마 나누었던 것이다. 평소에 쉽게 경험하지 못했던 무형문화재 감상에 대해서 감동스러웠다는 얘기와 함께, 아리랑 메들리에서 많은 지역의 아리랑이 나오고 심지어 가까운 상주 아리랑도 나오는데 오랜 고을로 알려진 우리고향 성주의 가락이 없는 것을 매우 서운해 하면서 뜨거운 애향심을 나타냈다.
마무리 말씀으로 이상희 고문님의 아리랑에 대한 간단한 전래 말씀이 있었고, 이하영 명예회장님의 강강수월래의 여러 가지 아름다움이 한창 흥을 돋우다가 끝을 맺으니 매우 아쉬웠다는 말씀으로 이번 투어를 마무리했다.
주말 바쁘신데도 이상희, 김창환, 정춘식, 박자련 고문님들, 특별한 관심을 가지시고 정규성(성주), 이종건, 김창 선생이 동참해주셔서 고마웠다. 항상 선두에서 이끌어 주시는 이하영 명예회장님을 위시해서 보직임원들, 많은 이사님, 그리고 회원님들 24명이 동참해 주신 것에도 깊은 감사를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