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일간지에 `선원 없는 나라, 미래도 없다`가 실렸다.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인 반도국가라고 초등학교 때부터 들어온 얘기인데 이런 나라에 선원이 없다니 우선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배고팠던 6~70년대 실업률이 40%나 됐을 때만 해도 선원은 인기 직종이었다. 우선 급료가 육상보다 두세 배가 넘었고 망망대해를 향한 모험과 미지의 세계에 대한 개척자적 정신은 실로 선망의 직종이기에 충분했다.  어쩌다 그런 직종의 종사자가 줄어 이제는 필리핀, 미얀마 등에서 선원을 수입해서 운항하고 이 추세대로라면 선장과 기관장까지 외국 선원으로 바뀔지도 모른다고 현직 선장이 크게 우려하고 있었다.  왜 이렇게 됐을까? 60년대식 사고에서 벗어나 이제는 초고속 지식산업사회가 되어 의식의 세계를 송두리째 바꿔놓은 IT산업 시대가 되니 더 좋은 유망 직종을 두고 굳이 1~2년을 가족과 떨어져 살아야 할 해상 근무를 택할 이유는 아마 없는 것이 아닌가 하는 단견을 피력 해 본다.  까마득한 옛날 발해 유민들이 뗏목을 타고 동해를 건넜다는 설화도 있지만 해상왕 장보고를 해신이라 불리었던 것도 오늘에 와서 보면 바다의 중요성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현대국가에서 바다, 특히 대륙봉은 영토·영해적 개념이 된지 오래이다. 이 문제로 각축하는 세계의 열강들을 보고 있자니 해양이 그 자원뿐만 아니라 외교적·군사적으로도 첨예한 문제임에 틀림없다. 2012년 12월 30일자에 선업한 한·중·일 방공식별구역 확정만 봐도 여실하지 않는가.  지난 1월말 전 서울시 교육감 최열곤(아호·南州) 박사의 바다와 도서(島嶼)에 관한 `해양개발 시대를 열자`라는 시조집 출판기념회가 있었다. 우선, 노익장이란 수사(修辭)가 송구할 9순 노객이 40여 개의 도서의 답사와 200여수의 시조를 지었다는 사실에서 우선 그 강건함과 열정에 경탄을 금할 길이 없다.  이분이 걸어오신 길을 이 한정된 지면에 다 싣는 것이 오히려 불경이 된 것 같아 심히 저어(齟齬)된다. 본인 소회대로 인생 삼모작이라며 쉼 없는 문필활동, 인류 공동선을 위한 한·중·일 국경을 넘나드는 동선 등은 그 많은 족적 중의 일부일 뿐이니 더욱 그렇다.  이분이야말로 오로지 일념 교육뿐이었다. `시민의 교사화, 사회의 학교화` 제창은 이분이 교육입국의 철학이 어땠는지를 알게 하고도 남는다. 그 바람에 나도 팔자에 없는 `1일교사`의 스펙(?) 하나를 쌓은 경험이 있다.  흔히 행정관료라 하면 기존의 정책 수행만 하는 사람으로 선입견을 갖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이분은 아니다. 교단 교육에만 머물지 않고 학술진흥정책을 수립하고 교육제도의 입법활동 등을 강력 추진하여 `불도저`라는 별칭을 얻었다고 유성규 한국아동시조인협회장은 말한다.  퇴임 이후엔 미래교육연구원을 개원하였고 한국교육삼락회 총연합회장직을 역임했다. 물질문명에 가려져 인성교육이 황폐해져가는 현실을 직시했음인지 `21세기자녀교육보감`을 편찬하여 각계에 배포, 유관기관에서 직접 강의도 했다.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던가. `해양개발···` 출판기념회의 시조집 섬 순례 연가! 무슨 책, 어떤 글이 지식의 보고(원천)가 아닐까만 이노작이야말로 상식을 넘어서는 지식이 되고 심오한 뜻이 있을 듯도 하면서 난해하지 않는 시문은 내게는 문학적 자양이 되기에 충분하다 할 것이다.  시조에서, 본문은 그만두고라도 제명만 읽어도 뜻을 금방 짐작케 하는 그 제명은 어떻게 그렇게 적확하게 그려냈을까? 어느 저명 소설가는 본문은 써놓고 제목을 정하지 못해 탈고를 1년이나 미뤘다는 얘기도 있음을 보면 그 선정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알게도 한다.  보길도의 `불로초 탐사단이 놀란 경관 소매몰도`만 보더라도 그 속에 인간의 탐욕이 어디까지인가를 알게 했고 한·중 두 나라의 관계와 역사까지도 공부하게 되었다. 불로초에 관한 단편적 지식은 여기저기서 듣긴 해도 이를 소재로 한 시문은 처음이니 더욱 새롭다.  이어도만 해도 그렇다. 그 지명에 무슨 로맨틱한 사연이 있어서 해녀들이 제주도 특유의 토석어로 된 뱃노래나 민요 정도로 알고 있었는데, 그 역사와 유래를 알고 나니 이 세상 삼라만상이 시적변용(詩的變容)을 거치면 유려한 시어가 된다는 때늦은 깨달음에 명색이 문사인 내가 자괴감을 감출 길이 없다.  또 우리말 `여`는, 물에 잠겨 보이지 않는 바위를 이르는 말이라는데 장모음화 하여 `이어(離於)`가 됐다니 그 오묘한 뜻에 절로 머리가 끄덕여진다. 사회가 다기화하며 우리들 어문생활에도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고 지금도 진행형이다. 상용한자말도 그렇거니와 순우리말도 쓰지 않아 사라지려는 것이 안타까워 나름대로 수집하고 있는데 `여`가 또 하나 늘게 됐다.  섬마다 특유의 지명이 있고 전래의 민담도 있었다. 풍물과 풍광으로 관광자원의 소개, 때로는 이 나라 청소년들에게 진취적 개척정신을 일깨워야 한다고도 하고, 위정자들에게는 창조적 해양개발 정책에 눈을 돌리라는 일침을 가하기도 한다. 시조집이라고 하기보다 온 국민의 필독서요 청소년에게는 교육 지침서라 하기에 충분하다. 더구나, 내 과문한 탓이지만 저작물 특히 시·시조 부문에서 손에 잡힐 듯하는 각주는 물론 시작노트를 본 적이 없다.  오늘의 글로벌시대, 외래어와 합성어 홍수 속에서도 동시에서 우리말 `한 주저리···`를 보니 이육사의 `청포도`의 주저리주저리를 연상케 하고, 보길도를 보니 윤선도의 오우가를 암기한다고 주절대던 때가 상기되었다.  아무도 관심조차 갖지 않는 이 무거운 주제에 남주 최열곤 박사의 `해양개발 시대를 열자`는 역저가 왜 이제 나왔는지 모르겠다. 외람되지만 보다 못한 9순 노객이 우국의 충정으로 상재했을 것이라 감히 생각하여 다시 한 번 경의를 표하고자 한다.
최종편집:2025-07-11 오후 04:4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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