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주여자중·고등학교를 설립하신 金善孝 선생님, 柳三植 선생님, 曺東浩 선생님, 그리고 성주여중고 탄생의 산파 역을 하시고 학교의 기초를 확고하게 닦아놓으신 蔡命得 초대 교장선생님, 지난 10월 30일에 성주신문이 주관하는 11회 `자랑스러운 성주인상` 교육문화부문의 상을 제가 받았습니다.  사회봉사 부문의 상은 15년간 매년 쌀 20가마 이상을 불우 이웃을 위해 희사하고, 지역사회를 위해 여러 가지 봉사 활동을 한 용암면의 조용수씨가, 산업경제 부문의 상은 (주)목화표 장갑을 설립하여 40여 년간 장갑 제조업에 전념하며 대구·경북 섬유산업 발전에 크게 기여했으며, 회사 근로자 50%를 중증 장애인으로 고용함으로써 장애인 재활에 앞장서고 있는 백규현 사장이 각각 받았습니다.  이분들의 지역사회에 이바지한 공적에 비하면 저야 감히 고개를 들고 상을 받을 염치가 없었지만 선생님들께서 생존해 계시면 마땅히 받아야 할 상을 제가 대신 받는다고 생각하며 겸허한 마음으로 받았습니다.  시상식 현장에는 성주여중고 졸업생들이 많이 참석해서 꽃다발을 안겨주고 귀한 선물도 주면서 축하해주었습니다. 이것들도 선생님들께서 받으셔야 할 것을 제가 혼자 다 받았습니다.  저는 식이 진행되는 동안 내내 선생님들 생각을 했습니다. 선생님들께서 이 자리에 참석하셨다면 무슨 말씀을 하실까?  류삼식 선생님은 아마도 선생님의 트레이드마크인 그 빨간 코를 흔드시고, "오늘 우리 집 상머슴 큰 상 받았네!"하면서 큰춤을 너풀너풀 추셨을 것입니다.  불교에 심취하여 스님처럼 사셨던 김선효 선생님, 평소에 저와 둘이 대면 하기만 하면 곧잘 불경 이야기 성경 이야기로 겨루다시피 하다가 서로가 웃음으로 끝낸 선생님은 이런 말씀을 하셨을 것입니다. "배 선생, 이 세상에서의 상보다 더 큰 상이 저 세상에 있다는 것 잊지 마시오"라고.  항상 자신만만했던 조동호 선생님, 학교를 훌륭하게 육성해서 언젠가는 떳떳하게 국가에 바치겠다며 그때는 다시 와서 학교를 맡아달라고 큰소리친 선생님은 "그때 그 약속 지키지 못해 면목 없소"라고 하셨겠지요.  대가초등학교 4·5학년 때 담임을 하셨고, 대학 졸업 후 성주교육구청으로 인사하러 갔을 때 성주여자중학교에서 함께 일하자고 하시며 붙들고 놓지 않으셨던 채명득 교장 선생님은 전에도 말씀하셨던 것처럼 "내가 자네를 보다더 일찍 놓아주었더라면…이보다 더 큰 상을 받았을 텐데"라고 한숨 섞인 말씀을 하셨을 것입니다.  하지만 선생님, 저에게는 이 지상에서는 이보다 더 크고 영광스러운 상은 없습니다. 상을 받을 때 아내와 함께 나가서 메달을 그의 목에 걸어주었습니다. 둘째 딸을 낳던 날 아침에 배가 아프다고 하는 것을 보고도 그냥 학교에 갔습니다. 저녁에 돌아와 보니 주인집 할머니가 조산을 해서 아기를 낳았었습니다. 그때 한 울 안에 초등학교 동기인 성주농고 김한기 선생이 살았고, 이웃에는 중학교 후배인 성주초등학교 석 선생이 한 식구처럼 살고 있었는데, 봉급 날이 되면 내가 아내에게 얼굴을 들 수가 없었습니다. 봉투의 금액이 김 선생의 반액 정도밖에 안 되고, 석 선생보다 훨씬 적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아내는 봉급에 대해서는 조금도 불평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제가 어려운 시절을 잘 버티어 낼 수 있었습니다.  저는 가끔 미국 시인 프로스트의 `택하지 않은 길`을 읊으면서 생각에 잠기곤 했습니다. ("…여러 해 세월이 흐른 후에 어디에선가/ 나는 한숨 쉬며 이야기 할 것이다/ 어떤 숲에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그런데 나는─/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했다고./ 그 때문에 내 인생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그런데 선생님은 저를 끝까지 붙들고 있지는 않으셨습니다. "이제는 네 갈 길을 가라"하시며, 계명대 대학원에서 공부할 기회를 주셨고, 그 학위 논문이 제13회 경희문화상 학술부문에 입선되어 대학 교수로의 길을 가게 된 것입니다.  그래도 때로는 "그때 선생님의 간청을 뿌리치고, 오라고 한 임시수도 부산의 고등학교로 갔더라면… 대학원도 일찍 가고 학위도 일찍 받고…"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제가 택한 길 한숨짓지 않습니다. 선생님들과 함께 한 17년간의 일들은 저의 생애에서 가장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아있습니다. 무엇보다도 그때 가르쳤던 제자들이 저에게는 비할 수 없는 소중한 보물들입니다. 제가 다시 태어난다 해도 할 수만 있다면 첫사랑 성주여중고로의 길을 택할 것입니다.  성주여중고는 지금 선생님들이 깊이 파고 기름부어 심어놓은 뿌리 위에 무럭무럭 자라고 있습니다. 대학 진학률도 뛰어나고, 환경조성이 잘 되어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교정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선생님들의 창학의 혼이 우리 남정리 꿀밤나무 에덴에 꿋꿋이 머물러 있기 때문입니다. 영원히 떠나지 마시기 바랍니다. 이 수상의 영광을 오로지 선생님들에게 돌려드리며 삼가 명복을 빕니다. (2015.11.3)
최종편집:2025-07-04 오후 05:3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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