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1호에서 이어집니다.) 거기서부터 일제 때 축조했다는 새방천이 있으며 그 봇물 제일 먼저 대는 논이 내 재종형님인 계동(桂東)씨 소유이다. 윗대 어른이 매입했으니 형님은 그 경위를 모른다고 했다. 우리 법산 생성의 역사와 함께 해온 들녘인 웃버들과 아랫버들로 시작된다. 수리와 치수사업으로 제방을 쌓기 전에는 버들숲이었다가 농지가 되면서 얻은 이름이 아닌가 한다.  웃버들 아랫버들 사이에 있는 야산은 옛날 영·유아가 죽으면 `업어다 버린다(장례)`라고 해서 얻은 애잔한 이름 업은골(漁浮谷)이 있다. 조금 더 내려오면 드디어 마을이 나타나는데 그 초입을 선창모퉁이로 불렀다. 항구의 선창 역할을 한다고 선창(船艙)인지, 혹은 구어체로 쓴 선착(先着)인지 나로선 알 길이 없다.  새방천 너머는 얼마나 넓고 컸는지 이름도 큰들이라 불렀는데 당시 논밭을 많이 소유했던 보문댁 수천 평의 밤나무 숲이 있었다. 그때 듣기로는 수익을 위한 농사가 아니라 순전히 자급을 위하여 밤나무를 심었다고 했다. 거기 풋밤 한 알이라도 주워 먹으려 기웃거리던 생각이 난다.  앞서 잠깐 언급했던 압정지들녘. 7,8월 말복 즈음에는 `나락 크는 소리에 개가 짖는다`라고 할 만큼 들녘을 내려다보면 절로 배가 부르다고 했던 법산이었다. 너무 튼실히 자라 부대껴 서 있지도 못하고 질펀히 쓰러져 있는 들녘을 보는 농부의 마음은 한없이 풍요로웠으며 그런 풍경이 있어 여름내 흘린 땀의 보람을 찾고도 남을 심정이었으리라!  다음 주막뒤. 대가천 건너 동네 초입이어서 옛날 주막이 있었다 한다. 그러나 경신년(1920년) 대홍수에 유실이 됐으니 지금은 이름만 남아 있다. 주막! 이름만 들어도 우리 민족의 정서를 돌아보게 하고 역사를 읽게 하는 자산임을 아무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그냥 지명 중심으로 대강 살펴보았다. 사실, 중화학공업과 산업화에 따라 농촌도 가히 혁명적 변혁이 일어났다. 경지정리를 국책 사업으로 추진한 것이다. 호미와 괭이, 지개와 소가 전부였던 농토에 기계화 영농의 첨병 트랙터가 출현했고 자동이앙기도 등장했다. 사실 우리 법산이 대촌으로 이름도 났고 농토도 많았다. 경지정리 이전에는 크고 작은 구릉도 있었고 인력으로는 개간도 어려워 버려진 땅, 오늘에서 말하는 맹지(盲地)도 있었다. 특히 주막뒤 위 참나들엔 지하수가 온천 같이 솟아올라 농사는커녕 사람도 빠질 지경이었다. 구릉, 맹지 등을 경지정리라는 이름으로 옥토로 만들어버린 오늘날이다.  도시나 농촌이나 마을 형성은 자연발생과 계획도시로 양분된다. 농토도 마찬가지다. 지형 생긴 대로의 논은 크고 작고 삐뜰빼뜰이지만 계획농토 즉 구획을 정리한 농토는 일률적이다. 그래야 기계화 영농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크면 큰 대로 작으면 작은 대로 수수백 년 고락을 함께 해온 자식 같은 농토를, 유서 깊은 들녘의 정겨운 이름도 함께 묻혀버렸다는 것이 조금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특히, 어느 이름 하나 정겹지 않을까만 생이집걸이, 참나들, 방아다리 같은 지명은 표지석을 세우고 타임캡슐이라도 묻었으면 어떨까 한다. 고향을 지키며 대대로 살아온 흔적이 사라져가는 허허로움에 그 들녘의 이름이라도 남겨 오래도록 지켜가야 할 후대들에게 전했으면 하는 것이 나의 소박한 바람이다.  여기서 꼭 한 가지 짚고 넘어갈 일이 있다. 일제 강점기 때 경부선 철도가 최초 계획은 현 동네 앞 국도가 후보지로 결정됐으나 동네 사람들이 반대했기로 현재의 대구·왜관으로 최후 결정했다는 사실도 내려오는 얘기이다. 당시 지사면일 때 그 악명 높은 일제의 주재소가 법산에 있기도 했으며, 철도가 놓이고 외지인이 들락이면 이른바 반촌의 순후한 풍물·인심에 악영향이 오기 때문에 반대했다는 것이다. 오늘에서는 산업시설 유치에 사활을 거는데 비하면 그야말로 격세지감에 다름 아니다.  역사는 기록의 산물이라 이렇게라도 기록이 없으면 영영 잊혀갈 것이니 생각나는 대로 적어 놓는다.
최종편집:2024-05-21 오전 09:4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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