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지혜롭다는 소문이 나돌고 또 나쁜 평판을 얻게 된 까닭을 설명하겠습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지혜는 인간으로서 획득할 수 있는 지혜입니다. 그 범주 안에서만 나는 내가 현명하다고 믿습니다. 그런데 앞에서 말한 사람들은 인간을 초월하는 지혜를 갖고 있습니다. 그들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나는 현인이라는 사람을 찾아가서 그를 관찰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를 지혜롭다고 생각하고 자기 자신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만 사실 그는 지혜롭지 못하다는 생각을 금할 수가 없었습니다. 따라서 나는 자신을 지혜롭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는 것을 그에게 설명하려고 애썼습니다. 그런데 그 결과는 그의 미움만 산 것이며, 그 자리에 동석해서 내 말을 듣고 있던 그의 추종자들도 나에게 적의를 품게 되었습니다. 나는 그곳을 떠나 돌아오면서 생각했습니다. 그 사람이나 나 둘 다 미(美)나 선(善)을 사실상 모르고 있지만 나는 그보다 지혜가 있다고. 왜냐하면 그는 모르면서도 무엇인가 아는 것처럼 생각하고 있고, 나는 모르기 때문에 모른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나는 알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점에서 그보다 약간 우월한 것 같습니다, 나는 그 사람보다 더 지혜롭다고 알려져 있는 사람을 찾아갔으나 결론은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래서 나는 그와 그 외의 많은 사람에게서도 미움을 받게 된 것입니다. 오직 신만이 현명합니다. 그리고 신은 신탁(神託)을 통해서 인간의 지혜는 보잘것 없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한 것입니다. 그러므로 나는 신의 뜻을 따라 세상을 돌아다니며 현명하다고 생각되는 사람의 지혜를 탐구하고 따져보았습니다. 그리고 그가 현명하지 못하다고 생각되면 나는 신탁을 옹호하며 그에게 현명하지 못함을 깨닫게 해 준 것입니다... 한가하게 보내는 부유층의 청년들이 자진해서 나를 따르고 있습니다, 그들은 내가 지혜 있는 체 하는 사람들을 시험하기 위해 질문하는 것을 듣기 좋아하고, 그들로 가끔 흉내 내서 다른 사람들을 시험해 봅니다. 그들이 찾아내는 바와 같이 스스로 무엇인가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거의 또는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청년들의 시험을 받은 사람들은 내게 화를 냅니다. `소크라테스는 청년들을 타락시키는 극악무도한 자다`라고 합니다..." 70세의 노철학자 소크라테스가 법정에서 변론한 말이다. 때는 B.C.399년. 아테네 법정에는 검사도 변호사도 없다. 고발자와 피고자가 서로의 주장을 펼치고, 일반 시민으로 구성된 배심원이 유·무죄 평결을 내린다. 시민이면 누구나 고발자가 될 수 있다. 대신 배심원 20% 이상의 지지를 얻지 못할 경우 고발자가 무고죄로 벌을 받는다. 소크라테스 재판에서 구성된 배심원은 500명이었고 그의 혐의는 `청년들을 타락시키고 신을 모독한다`였다. `산파술(産婆術)`로 불리는 그의 공격적인 언변은 어리석은 많은 아테네 시민을 적으로 만들었다. 유·무죄를 결정하는 제1차 투표에서 배심원 280명이 유죄, 220명이 무죄로 평결했다. 유죄 판결 후 원고측은 피고에 과할 형벌을 제의하고, 피고측은 반대로 자신에게 내려질 형벌을 제의해서 법정은 양측에서 제의한 형벌 중에서 하나를 택하기로 되어 있었다. 제2차 양형(量刑) 재판에서 고발자가 사형을 주장했을 때 소크라테스가 적당한 형량을 내놓고 입만 봉하고 있었어도 길지 않는 만년(晩年)을 살아갔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그렇지 않았다. "무슨 짓이든 또는 말이든 다 해도 좋다고 생각했더라면, 나는 무죄 판결을 받았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유죄 판결을 받은 것은 말이 모자라서가 아니라, 후안무치하게 여러분의 비위에 맞도록 말을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나는 여러분의 방식에 따라 말함으로써 생명을 보존하는 것보다 오히려 나의 방식대로 말하고 죽는 것이 훨씬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지금 유죄 판결을 받고 사형을 받기 위해 떠나지만, 그들은 진리에 의해 유죄 판결을 받아 흉악과 부정의 형벌을 받고 여기서 물러가는 것입니다." 이렇게 심하게 배심원들의 감정을 상하게 해서 유죄를 선고했던 배심원보다 무려 80명이나 더 많은 배심원(360명)이 사형에 동의했다. 판결이 내린 다음 소크라테스는 우연한 사정으로 또다시 30일간 옥중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 손쉽게 도망을 기도할 수도 있었다. 탈출을 재촉하는 크리톤 등 친구들을 만류하고 대신 독배를 재촉해 마셨다. 독 기운이 심장까지 올라온 마지막 순간 그는 "여보게, 크리톤, 아스클레피오스에게 닭 한 마리를 빚졌네. 자네가 대신 갚아 주게"라고 말하고 숨을 거두었다. 당시 아테네 사람들은 병이 나면 약과 의술의 신(아스클레피오스)에게 기도했고 병이 나으면 감사의 표시로 닭 한 마리를 신전에 바쳤다. 그의 유언은 유머이다. 신에게 고맙다고 전해 달라는 것이다. 그는 태연하게 죽음을 받아들였다.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는 그렇게 중대한 일이 아니었다. 중대한 것은 오직 올바르게 행동하는 일이었다. (2015.7.1)
최종편집:2024-05-17 오후 04:4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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