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황교안 국무총리와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사드(THAAD) 배치에 대한 정부 입장을 전달하고 주민 설득을 위해 성주를 방문했지만 분노한 민심을 달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죄송하다. 사과드린다. 전자파 위험은 없다. 안전하다" 결말이 뻔히 보이는 드라마 대본을 읽는 듯한 황 총리의 무미건조한 태도는 성주군민의 들끓는 분노에 기름을 부은 격이다.   그들은 성주군을 `상주`, `성주시`로 반복해서 불렀다. 이러한 중차대한 국방정책 결정 과정에서 주민 동의는커녕 현장방문도 비로소 당일에야 이뤄졌으니 상황을 제대로 파악했을리 만무하다.   당초 양방향 소통 의지가 없던 황 총리 일행은 주민의 거센 항의에 부딪히며 차안에 고립돼 있다가 6시간여 만에 도망치듯이 빠져나갔다. 그동안에 발생한 물리적 충돌은, 황 총리 일행이 가버리면 마치 하늘이 무너지기라도 하듯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주민들의 절절함에 비하면 오히려 너그러웠다.   주민들이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사드에 포함된 `X밴드 레이더`가 내뿜는 전자파가 인체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공포 때문이다.   한민구 국방장관은 13일 성주군민이 국방부를 항의 방문하러 간 자리에서 사드가 배치되면 레이더 앞에 서서 직접 몸으로 전자파를 맞으며 안전성을 확인해 보이겠다고 발언했다. 직·간접적으로 지속적인 접촉 후 몇 년에 걸쳐 나타날 수 있는 전자파의 위해성을 그는 단 한 차례의 시험으로 검증하겠다는 어린아이 달래기식 망언으로 주민들의 불안과 분노를 희화화하며 언론의 관심을 받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사드 배치를 위한 환경영향평가가 한국에서 실시된 적은 없다. 국방부가 강조하는 안전성은 2012년 미국이 괌의 사드 배치를 위해 실시한 자료를 토대로 발표한 것이다. "미국이 괜찮다고 하니까 아마 괜찮을 겁니다"라는 무능·무책임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   소음 우려도 크다. `일본판 성주` 교토의 주일미군 사드 레이더 기지에서는 2km 떨어진 거리에서도 24시간 지속되는 소음 피해로 인해 주민들이 구토와 불면증 등으로 고통받고 있다고 한다. 성주읍은 그보다 가까운 1.5km 내에 위치한다.   이번 정부는 `사드`라는 재앙 덩어리를 그의 정치적 고향에 선물로 안겨줬다. 대통령을 맹목적으로 지지하고 성원했던 주민들은 `사드`라는 반갑잖은 전자파 공포를 평생 안고 살아가게 됐다.   평택, 군산, 칠곡 등이 후보지역으로 거론되다가 뒤이어 성주를 비롯해 예천, 포항, 양산 등으로 급선회하며 이곳저곳 찔러보기 연막작전을 펼치던 한미 실무단은 지난 13일 급기야 성주군을 낙점했다. 국민의 안보와 국익을 위한 결단이라는 명분이다. 인구가 4만5천명에 불과해 주민 반발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대목은 작고 힘없는 성주를 더욱 참담하게 만들었다.   성주에 사드가 배치될 경우 사드 최대 요격거리는 200km에 불과해 남한 인구의 절반이 살고 있는 서울 등 수도권은 방어할 수 없다. 핵심 미군기지가 위치한 경기 평택과 전북 군산, 육해공군 본부가 있는 충남 계룡대, 강원도 강릉 등이 방어망 안에 들어온다. 수도권 방어는 훤히 열어두고 농어촌 하늘을 방어하겠다는 사드의 속내는, 방어망 내에 산재한 미국의 주요 재산보호에 무게 중심이 쏠린 것으로도 추측된다.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은 13일 국회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수도권 방어를 위해 패트리어트 미사일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미국 군수산업체에 국민의 혈세를 또 쏟아 부어야 할 판이다.   지난 16일 200여명으로 출범한 `사드 배치 철회 성주투쟁위원회`에 힘찬 응원을 보내며 그들로 인해 모든 것은 다시 시작이며,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확신한다.   `반대급부를 노린다`거나 `지역이기주의`라 치부하며 성주군을 호도하지 말라. 조용한 시골마을이던 성주가 어느날 갑자기 자고 일어났더니 `사드 성주`로 전 세계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고 있는 상황을 어떻게 납득할 수 있을까.   주민의 의견이 반영되는 어떠한 절차도 생략된 것이 이번 사드 배치의 첫 번째 오류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이렇듯 국민을 속이고, 감추고, 우롱하는 행태는 대한민국 헌법에 명시된 국민주권에 대한 원칙에 크게 위배된다. 그 어떤 국가정책도 국민주권 위에 설 수 없다.   사드에 숨겨진 진실은 무엇이며, 안전성에 대한 과학적 검증과 주민 동의 없는 사드는 성주군에 단 한 발자국도 들일 수 없음을 천명한다.
최종편집:2024-05-16 오후 04: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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