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대구 시각장애인 문화원 회원분들이 성주군 유적답사를 왔다.
인원은 30명 정도로, 처음에는 앞을 볼 수 없는 사람들이 문화유적 답사를 왔다는 사실에 의아심을 가지기도 했다.
그러나 처음의 이런 생각은 이 분들이 버스에 승차하고 난 후 잘못된 편견이었음을 인지할 수 있었습니다. 보이지는 않지만 열심히 경청하는 모습들.
자원봉사자들의 배려와 온몸으로, 온 정성으로 이 분들의 눈이 되고 등불이 되어 시각인들과 호흡이 착착 맞아서 어느 누구 한사람 발하나 삐걱하는 사람이 없었다.
정상인들보다 더 열심히 듣고 해설할 땐 조용히 소리내는 자 또한 없었다.
볼 수 없는 눈으로 손으로 만져보고 냄새로 바람으로 느낌으로….열심히 경청하는 이 모습은 나의 가슴에 찡한 아픔과. 고마움. 아릿한 감동, 그리고 존경스러움이 ,깊이깊이 박히게 했다.
이 날의 일정은 회연서원∼점심시간∼세종대왕왕자태실∼선석사∼한개마을.
얼마나 답사를 많이 다녔는지 회연서원에서는 한강 정구선생님의 외증조부이신 김굉필선생님 이야기도 하라면서 슬쩍 귀뜸까지 하는 박식함을 보여주기도 했다.
“아이구! 이 양반들 볼 수 없는 분들인데…”라는 생각으로 대강 하다가는 안되겠다고 마음먹었다.
이 분들의 답사는 한 달에 한번씩 눈·비 오고 찬바람 불어도 결행을 3년째하고 있다고 한다. 향토사연구위원이자 문화유산해설사인 나 자신도 일년에 6번 정도 밖에 못 가고 있는데.
오늘은 회원이 30명만 참석했지만, 매월 답사인원이 50명씩은 된다고 한다.
방문자들께 배려 할 일은 첫째, 주차시설에 불편함이 없어야 하고 둘째, 안내해설을 성실히 하고 셋째, 음식은 값이 싸면서 맛이 있어야 한다
전국 답사를 다녀봤지만 오늘처럼 따뜻하고 맛있는 점심은 처음이라면서 진심으로 감사해할 때 기뻤다.
밥을 먹으면서 또 한번 놀랐는데, 상 위에 여기는 무엇, 저기는 무엇하며 가르쳐준 음식을 잊지 않고 차례로 수저 가는 것을 보고 놀랐다.
반찬을 밥에 얹어 주고, 숟가락을 잡아 주었더니 “언제 먹어도 이 밥그릇을 비우면 다 먹게 됩니다!”이 말 한마디는 이분들의 진리고 철학이었다.
이 분들이 배우고자 하는 열정, 예리한 질문, 상황판단, 풍부한 지식, 이 분들의 모습에서 나 자신 부끄러움을 감출 수가 없었다.
정상인들이 이 분들처럼 진실한 마음으로 하고자 하는 마음. 배우고자하는 욕망으로 진지하게 살아간다면 힘들어서 세상을 포기하고 자포 자기하는 자는 없으리라 생각한다.
점심을 즐겁게 먹고 씩씩한 마음으로 온 몸으로, 온 정성으로 봉사하는 봉사자들의 진실한 행동 또한 감격 자체였다.
세종대왕 왕자태실에 씩씩하게 오르는 이분들에게 겨울의 신선하고 싸한 바람은 아름다운 사람들의 예쁜 심성과도 같이 경쾌하다.
내려오는 모습에 그윽하고 참 좋은 향기가 나는 사람 냄새가 베여있는 이 사람들과 같이 한 걸음 한 걸음 걷는 것이 한없이 즐겁고 행복했다.
선석사 한개마을을 끝으로 정상인 보다 더 질서를 잘 지키고 예의도 있고 인사성 있는 이분들에게 내 자신이 부끄러워지고 고개가 숙여지고 내 자신이 반성해야 할 모든 것에 고맙고 오늘 하루는 이 분들에게 배운 것이 너무 많은 보람된 하루였다.
이 분들이 성주를 찾아 주셔서 감사했고, 또 다시 성주를 방문해 주신다면 마음으로, 정성으로 성주군 문화유적을 더 열심히 공부해서 심도 있게 해설해 드릴 것을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