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밤, 밤새도록 뒤척이며 잠을 설쳤습니다. 어줍지않게 마신 소주탓이라 생각하고 억지로 새벽을 맞이한 그 날, 선생님의 돌아가심을 들었습니다. 선생님께서 북풍한설 몰아치는 황토길을 건너가실 때 철없는 제자는 아무것도 모르고 여느때처럼 주말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호탕함과 자애로움이 여전한 선생님의 영정앞에 고개숙이면서 생전에 자주 찾아뵙지 못했던 죄송함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선생님! 제자들 가슴속에 영원히 남아있는 이름 여섯자 ‘이갑준 선생님’! 이제는 햇수도 아리송한 먼 옛날 초등학교 시절에 육척거구의 선생님은 모든 것을 아우르는 거인처럼 다가 오셨습니다. 선생님의 오동나무 매로 온몸에 시퍼런 뱀자국이 기어다니고 가죽슬리퍼에 핏자국이 맺힐 때, 어린 마음에 눈물흘리며 선생님을 원망한 적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토록 원했던 중학교에 합격하던 그 날, 저는 선생님의 가슴에 안기며 한없는 사랑과 열정을 느꼈습니다. 선생님의 채찍이 밑거름되어 검사가 되었고, 국가정책과 안보를 책임지는 부서에서 일하는 동안 항상 겸손하고 선비된 자세를 지키라는 선생님의 가르침을 가슴속에 새겼습니다. 선생님은 순박한 촌놈이 어떻게 살아야 옳은지를 몸소 보여 주셨습니다. 가식없는 모습, 모자라지만 열심히 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 한번 시작한 일은 끝까지 매조지 하는 자세를 행동으로 가르치셨고, 그 가르침은 많은 제자들의 가슴에 깊이 박혔습니다. 선생님! 지난해 처음으로 마련한 은사의 밤에 오셔서 예의 큰 목소리로 호령하시던 그 모습을 진정 다시 뵐 수는 없는 것인가요? 백수는 거뜬히 하실 것 같던 선생님께서 이렇게 홀연히 떠나실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머리가 희끗희끗한 오십줄의 제자들에게 현실에 만족하지 말고 기개를 키우라고 격려하시던 선생님의 그 말씀이 마지막 유언이 되리라고는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불과 몇 달전 돌이킬수 없는 병환을 알게 되시고도 웃으시며 제자들 걱정부터 하시던 선생님께서 이렇게 빨리 무너지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딴사람은 몰라도 선생님께서는 우렁찬 고함소리와 함께 다시 벌떡 일어나시리라고 믿었습니다. 선생님의 초롱초롱한 기억 속에 남아 있던 수많은 제자들은 벽진의 외진 들밭에 자리 잡으신 선생님의 새 보금자리 앞에서 아무말 없이 오열하고 있습니다. 선생님을 향한 존경과 죄송함을 흘러내리는 눈물로 대신하고 있습니다. 전통과 선비의 고장인 우리 별고을에서 태어나 그 어려운 시절에 고향의 후학들에게 모든 열정을 바치시고, 언제 어디서나 제자들 자랑으로 한평생을 살아오신 선생님께서는 슬하를 거쳐간 수 많은 제자들에게 큰 바위 얼굴로 영원히 살아 있을 것입니다. 선생님의 못다 하신 일들은 부족하지만 저희 제자들이 그뜻을 이어갈 것입니다. 부디 세상사의 근심과 아쉬움일랑 모두 지우시고 영면하소서! 보잘 것 없는 제자들의 마음을 모아 선생님의 마지막 가시는 길을 모십니다.
최종편집:2025-05-16 오후 01:4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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