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너무 늦게 문병을 가기도 했지만 그 사경을 해매는 친구를 보고 돌아설 때의 발걸음은 정말로 무거웠네. 기적이라도 일어났으면 하는 실낱같은 희망도 모두 앗아 가버린 그 부음을 듣고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며 절망했네. 벗 하나 떠나보내고 난 이 가슴이 이리도 허전할 줄이야 미처 알지도 못했네.   처음 소천이라는 성구(聖句)를 들었을 때만 해도 어쩐지 간난도(艱難)도 고해도 없는 하늘나라일러니 하고 영생복락을 누리리라 안도했었네. 이승에서의 병마와 악전고투할 때의 그 고통보다는 차라리 그 고통 모두 잊고 병고도 없는 하늘나라로 갔으면 좋겠다고 했기 때문일세.   그런데, 그런데 그 정다운 이름 앞에 `故`자를 붙여야 했으니 내 심중이 형언할 수 없이 혼미하고 말았네.   장녀 수현으로부터 잘 모셨다는 메시지도 잠시 뿐 친구 생각이 불현듯 일어나 이렇게라도 애도의 정을 긁적여서 이 빈 가슴을 채워야 하게 됐네.   죽마고우라 이름 하는 지사초교 시절을 지나고 중년이 되어 서울 어느 하늘 아래, 어느 길모퉁이에서 그 많고 많은 사람들 사이를 스쳐가다 우리는 만났지. 이를 천재일우라 하던가. 만에 하나 예상도 못했던 그날의 반가움은 지금도 선연하여 기억이 새롭네.   누구나 거쳐 가는 소시민의 행로인 생업전선을 친구도 전전하는 듯하더니 어느 날 중앙새마을금고 중견 관리직으로 직장을 가는 것을 보고 나는 그랬지. 이 친구는 법대를 나왔으니 우리 성주의 정치 지형이 바뀔지도 모른다고 했으며, 한때 정당인 생활도 한 만큼이니 야심도 있었을 것이라 나 혼자 생각했네. 정치의 입문은 여의도 입성이 목표일 터인데 말이네.   청천의 벽력은 또 있었네. 참척(慘慽)을 당했다는 사실을 부인으로부터 들었기 때문일세. 내 괜한 입정이 애써 지워버렸을 그 비통을 다시 부르는듯해 백 번 미안하고 송구하다고 나 혼자 독백도 했었네. 최고 권부를 몰락시킨 그 `K스포츠`의 후폭풍이 친구에게 휘몰아치고 말았네. 가슴에 사무친 한인들 얼마나 깊었을까. `이리 살면 뭐하나` 하며 끝내 병원도 가지 않겠다고 했다니 하늘이 무너지는 그 충격이 가히 어땠는지를 내 이 좁은 가슴으로도 헤아리고 남네. 세상에 이런 참사가 있을 수나 있단 말인가? 아! 가슴 저미고, 슬프고, 비통하다.   회자정리, 생자필멸이라곤 하나 왜 이다지 일찍도 오더란 말인가. 세태는 `100세 인생`을 구가한다고 저리도 소란인데 친구는 왜 벌써 떠나더란 말인가, 어이 떠나야 했단 말인가?   친구! 그 순후한 인품, 그 수려한 미목(眉目)을 이제 다시 어디서 어떻게 볼 수나 있을지 참으로 허황하네. 이 텅 빈 가슴을 어디에다 비할까. 무상한 세월은 덧없이 흘러가 친숙했던 전화번호 `0702`도 잊어야 하고 지기지우, 백아절현(伯牙絶絃) 이 모두도 다 잊히어져 갈 텐데 이 노릇을 어찌할꼬. 친구 떠난 자리가 이리도 크더란 말인가.   친구! 너무 기가 막혀 이제는 고별의 변도 제대로 나오지 않네. 부디 잘 가게라는 이 말밖에 할 게 없음이 더욱 슬프게 하네. 인생살이 고해도 없고, 참척 같은 천형도 없고, 모진 풍파도 없는 천계에서 영생토록 복락을 누리며 영면하소서.
최종편집:2025-06-16 오후 06:3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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