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솔기에 바람결만 스쳐도
화르르 날개를 펼친다
마디마디 연 구분된 곳에 돋아난 잎사귀들
새벽이슬 넘어 푸른 시의 행간들이 파닥인다
네게 묻노니
속을 둥글게 비우면 내 가슴에
시 그림자 한 두 가닥 품을 수 있을지
가지를 넓히지 않는 대나무 시작법
낮에는 햇살, 붓으로 사군자 대를 치고
뒤뜰에 걸어 놓은 것이
밤새 파도소리를 일으켜 세운다
뿌리째 시의 바람을 타고
어느 먼 바다를 건너왔을까
대숲에 서서 다시 향기를 느낀다
누구의 마지막을 꺼이꺼이 울어 주었던가
정 깊은 대숲에 서서
내 마음 담긴 시의 원고를 매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