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회 : 태권도 국가대표 자매 ▷ 2회 : 참외명인 ▷ 3회 : 최고령 헬스동호인 ▷ 4회 : 최고령 장수 어르신 ▷ 5회 : 최고령 자원봉사자 ▷ 6회 : 다둥이 가정 ▷ 7회 : 청년농부 ▷ 8회 : 다문화 결혼이주 여성 ▶ 9회 : 3대가 함께 사는 행복한 가족 “시집오면 고생도 안 시키고, 좋은 곳으로 여행 다니자고 데려와 놓고 고생만 잔뜩 시키고, 영감님 미워” 장숙희(68) 어르신이 맞은편에 앉은 남편 오용선(73) 어르신을 바라보며 이야기하자 그만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두 분이 건네는 우스개 소리에 저절로 웃음이 전염된다. 무더운 날씨에 댁을 방문한 기자를 위해 에어컨을 켜둔 거실에서 인터뷰가 진행됐다. 97세인 노할머니(최금이 어르신)는 귀가 어둡고 기력이 없어 거실에 이불을 덮고 누워 계셨다. 에어컨 바람에 추우실까봐 이불을 덮어드린 세심한 배려가 느껴졌다. 불과 2~3년 전까지 마을 경로당에 나가실 만큼 정정하셨고, 지금까지 정신도 맑은데 요즘은 누워계시는 시간이 많아졌단다. 마침 요양보호사가 방문해 할머니 상태를 확인하고 집안 청소를 도왔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장기요양보호를 신청해서 3년 전부터 도움을 받고 있다. “어머니를 위해 찾아와 돌봐주니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어머니 목욕이며 식사, 말벗도 해드려서 농사로 바쁠 때는 많은 도움이 된다”고 했다. 월항면 대산2리에서 50여년 농사를 지어온 오용선 어르신은 45년전 5살 아래인 아내를 맞아 결혼했다. 결혼 당시 큰누님은 이미 시집가고, 큰형님이 계셨지만 강원도 금화지구 전투에서 전사하셨다. 그래서 셋째인 어르신이 맏이로서 여동생 둘과 남동생을 차례로 출가시키고, 자녀는 맏아들과 아래로 딸 셋을 뒀다. “고생은 말로 다할 수 없고 아이들 공부시키고 대학원까지 보내느라 농사짓던 논밭을 팔고, 빚도 지고, 남의 논도 빌려 농사지었지”라며 신혼때 참외비닐하우스가 폭설로 내려앉아 힘들었다고 회고했다. 장숙희 어르신은 어린시절 친정어머니가 인삼을 쪄서 밥에 얹어주곤 했는데 그래서인지 지금까지 아파서 병원에 간 적이 없단다. 그런데 작년에 참외를 따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1톤 트럭과 부딪히는 교통사고가 났다. 그 바람에 손수 몰던 차를 폐차시키고 운전을 그만뒀단다. “무엇보다 건강이 최고지, 건강 잃으면 돈이 무슨 필요고, 재산이나 명예가 무슨 필요냐”며 “사고가 난 마을 입구에 조상님 산소가 있는데 선대 조상님이 도와 크게 다치진 않은 거 같다”고 했다. 오용선 어르신은 인터뷰 도중 잠시 참깨밭에 물을 대러 간다고 나가며 온도가 많이 떨어졌으니 좀 있다 에어컨을 끄라고 당부했다. “어머니 추우실까봐 그런다. 어머니가 진지 드실 때는 옆에서 고기반찬도 수저에 얹어드린다”며 가족뿐 아니라 이웃에게도 친절하단다. 그렇지만 어렸을 때는 집안이 가난해 10살 무렵부터 남의집살이를 할 정도로 고생을 많이 했다. 나이가 들면서 인생살이에 대한 의문이 생겨 풍수지리학에 관심을 두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몇년 후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산소에 모실 때는 몰랐는데 그때부터 집안 형편이 나아지기 시작했다. 그후로 풍수지리책을 여러권 구해 읽고나니 인생에 대해 깨닫게 됐다”며 “우리의 인생살이는 죽음부터 시작하는데 조상을 좋은 자리에 모시면 그 힘으로 후손이 훌륭한 인물로 태어나고, 조상을 잘못 모시면 불행이 따라온다”고 설명했다. 장숙희 어르신은 “살다보면 좋을 때도 있고 미울 때도 있지만 그래도 혼자 살다가 요양원에 가거나 쓸쓸히 죽음을 맞는 것보다는 가족이 함께 어울려 사는 편이 훨씬 좋다”고 말했다. 맏아들인 오대웅(44)씨는 아버지의 농사를 잇기 위해 대도시 생활을 정리하고 3년 전부터 귀농했다. 그는 귀농하게 된 사연으로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타지생활을 하다보니 고향에 대한 향수를 늘 간직해왔고 아버지가 힘들어하셔서 농사를 이어받으려고 귀농을 결심했다. 도시보다 농촌이 마음이 편하다”고 했다. 그러나 성주군의 인구유입을 위해 귀농인에 대한 현실적인 지원과 자녀교육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면 농업인경영체로 등록할 경우 토지 구입자금으로 3억원 지원되지만 5년 후부터 원금과 이자를 갚지 못할 경우 빚쟁이로 남게 된다며, 그보다 비닐하우스의 철근을 중고라도 매입할 수 있도록 지원하거나 중고 농기계를 살 경우에도 지원해주길 바랐다. 이번호를 마지막으로 성주 지역민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가 끝을 맺는다. 긍정적이고 활기차게 생활하는 그들의 모습을 직접 만나보면서 희망을 발견하게 됐다. 민과 관이 함께 손잡고 귀를 기울여, 필요한 곳에 관심의 손길이 전해진다면 앞으로 더욱 살맛나는 성주군이 될 것이라는 믿음이 생겼다. 취재 3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습니다.
최종편집:2024-05-17 오후 04:4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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