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산 자락에 위치한 성주는 겨울 북서풍을 막아 주고 낙동강을 따라 넓은 평야로 시설 하우스 재배의 안성맞춤으로 비옥한 토양과 맑은 물, 풍부한 일조량과 배수가 양호해 당도가 높은 명품 참외의 최적지이다.
서울에서 출발하여 성주 IC를 벗어나 성주에 들어서면 비닐하우스 안의 노란 참외가 달콤한 향기를 내며 나를 유혹한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법, 그 맛은 진짜 꿀맛이며 고향의 정을 나누고픈 사랑스런 과일이다.
참외 속은 화사한 레이스를 드리운 달콤한 여인이 들어 있는 속살 같다. 열줄 줄무늬와 노란 황금빛깔은 품위 있는 고고한 여인 같기도 하다.
헬기를 타고 칠봉산을 지나 성주를 한 바퀴 돌면 온 들판이 비닐하우스로 마치 바다처럼 보일 정도로 온통 펼쳐져 현기증이 날 정도로 장관이다.
여기 생명을 잉태하는 성주의 땅에서 자란 참외는 성주인에겐 황금이요 자긍심이다. 이런 참외는 국보 제 94호 `청자 참외 모양 병`을 빚은 참외보다 채색이나 모양이 더욱 더 아름다운 국보급 참외이며, 참외는 옛부터 복을 부르는 상징이었다.
참외에 대한 꿈은 재물과 자식을 얻는 길몽으로 해석됐다. 또한 참외가 국민 과일로 사랑 받는 것은 철이 없는 아이같기도 하다. 여름뿐만 아니라 1년 365일 철을 모르는 참외는 언제 어디서나 부르면 무조건 달려가는 국민 과일로 출하되고 있다.
인물이 나는 명당이 따로 있듯이 다른 과일들도 유명 산지가 따로 있는 게 신기하다. 성주 참외, 나주 배, 이천 쌀, 경산 대추, 의성 마늘 식으로 말이다.
이 명품 참외에는 포도당과 과당이 풍부하여 인체에 흡수가 빨라 피로 회복에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쿠쿨 비타신`이라는 성분을 함유하여 항암 효과로 주목 받고 있다. 허준의 동의보감에서는 참외가 진해, 거담작용을 하고 풍담, 황달, 이뇨에 효과가 있다고 전해진다. 칼륨, 철 아연이 많아 산모에게 좋고, 달콤하지만 칼로리가 낮아 다이어트식품으로 손꼽히고 비타민C로 인한 피부 미백과 노화예방에도 효과가 있다.
김서령 작가는 "참외는 참 외롭다" 하였다. 참외는 마디 하나에 꽃이 하나씩만 핀다. 다른 식물은 대개 쌍으로 꽃이 피어 쌍으로 열매를 맺는데 사과, 배, 대추, 감도 곁엔 놈에게 의지하건만 참외만은 홀로 꽃피니 열매도 하나뿐이다. 홀로 되어야 곁엣 놈에게 방해받지 않아 마음껏 참외가 크고 단맛도 충분히 저장 할 수 있다.
참외가 홀로 어둠과 찌는 듯한 뙤약볕으로 찜질방 같은 비닐하우스 속에서 견디고 시달리면서 달달하게 익어가는 것이다. 별을 보고 들로 나가 달을 지고 집으로 오는 고된 생활에도 이 세상 속에서 당당하자면 내 곁에 있는 참외 농사와 사람에 애정과 정성을 다하여야 한다. 이것은 너무나 단순하고 소박한 인생의 비밀이다. 존경과 정성과 배려가 부족해진 이 세상에서도 여전히 참외는 익어 간다.
진노란 옷을 입은 참외, 줄무늬 치마 입은 당신은 탐스럽게 익어가는 고향의 땅 황금의 땅의 노다지가 되고, 별고을 벌판에 서운이 어리고 굵은 땀방울과 줄기찬 노력으로 키운 아삭아삭하고 달콤한 당신의 하얀 속살은 온 세계인의 식탁위에 부름 받을 단골 메뉴요, 언제나 기다려지는 단골손님이 될 것이다.
당신, 그 이름은 `성주 참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