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3가역 5번 출입구 옆에는 전국 노래자랑MC로 유명한 원로희극인 송해의 흉상이 있고 그 옆에는 사진 촬영을 위한 의자가 놓여있으며 `송해길`이라는 팻말도 있다. 얼마 전 지자체에서 이곳 일대를 송해길로 지정하고 송해가 단골로 다니는 집을 송해집으로 정해주기도 하였다.
해장국집, 이발소, 노래방 등 군데군데 송해의 얼굴이 그려진 간판이 눈에 띈다. 바로 옆에는 악기상가와 지하시장 으로 유명한 낙원상가 아파트가 길 한가운데 우뚝 서있다.
도심 한가운데에 이런 거대한 건물이 세워진 것도 특이한 경우이고 십여 년 전부터 재개발 계획을 발표하고도 아직도 건재한 낙원상가는 독특한 매력과 서민들의 삶의 애환을 간직한 곳이기도 하다.
명예도로 송해길은 법정도로명인 수표로 전체1.4km 가운데 종로2가 육의전빌딩에서 낙원상가 앞까지 240m 구간을 지칭한다.
송해가 연예인 상록회사무실을 열고 원로 연예인의 친목을 도모하는 곳이자 수십 년간 방송과 행사를 하면서 생활의 근거지로 삼은 곳이기도 하다. 이곳은 행정구역으로는 낙원동인데 1914년 4월1일 동명 제정 때 중부 경행 방 탑동 교동 어의동 주동의 각일부와 정선방의 한 동과 관인방의 원동의 일부를 병합하여 시내중앙의 낙원지라 할 만한 탑골공원이 위치하고 있으므로 여기서 樂자를 따고 이곳에 있던 원동에서 園자를 따서 합성한데서 유래 되었다고 한다.
몇 년 전 모방송국에서 3일 동안 이곳을 집중적으로 취재를 해서 `낙원을 아십니까?` 라는 타이틀로 방송을 한 적이 있다. 주로 낙원상가를 중심 삼고 활동하는 분들을 대상으로 그들의 일상을 진솔하게 카메라에 담아서 보는 사람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주면서 이곳을 많이 알리는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
악기 수리만 수십 년 하면서 그 방면에는 달인의 경지에 오른 장인의 순수한 인간적 모습을 여주기도 하였고, 한때 잘나가던 음악인이 맛집으로 유명한 식당을 운영하면서 모자를 푹 눌러 쓴 채 인터뷰에 응하지 않고 부인에게 미루는 그 마음이 한편으로 이해가 되기도 했었다.
나도 한때 그 집 청국장을 즐겨먹던 단골이었는데 이런저런 사정으로 가본지가 꽤 오래됐다. 지하상가 안에는 없는 거 빼고는 다 있을 정도로 싸고 질 좋은 상품들이 넘친다. 내가 단골로 다니는 할머니 가게에는 필요한 물건을 웬만하면 거의 다 구할 수가 있다. 인사동에서 전시회나 무슨 행사가 있을 때마다 필요한 물품을 이곳에서 조달한다.
얼마 전에는 팩에 든 외국산 포도주를 저렴하게 구해줘서 지인에게 선물 할 수가 있었다. 그리고 간단하게 요기 할 수 있는 식당들이 몰려 있어서 잔치국수에서부터 국밥 등 다양한 메뉴를 골라 먹을 수 있는데 가격은 시중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주머니가 얇은 서민들에게는 그야말로 낙원이나 다름없는 곳이다.
송해MC가 단골로 가는 해장국집도 주변식당들도 거의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이발소도 여러 집이 몰려 있는 것도 특이한 광경인데 집집마다 평생 이발 일만 한 장인들이 손님을 맞고 있어서 실력은 믿고 맡겨도 된다고 장담 할 수가 있고 그에 반해 가격은 너무 저렴해서 미심쩍은 마음으로 들어갔다가 웃으며 나오는데 그 길로 단골이 되는 것을 자주 보는 편이다. 나 자신도 이곳의 단골집에서 몇 년째 머리를 맡기고 있다.
파고다공원 담장 옆에는 추운 날씨 속에서도 노인들이 모여서 바둑 장기를 두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나라가 이만큼 잘 살게 되기까지 주역을 맡았던 사람들이 나이 들어서 갈 곳이 없어 찬바람을 그냥 맞고 있는 모습은 안타깝기만 하다. 구청에서 비닐 천막이라도 설치해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낙원상가 2층에는 온갖 악기들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얼마나 넓은지 매장을 둘러보다보면 다리가 아플 정도이다. 음악을 전공하는 전문가는 물론이고 취미로 악기를 배우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매일 끊이지 않는 곳이다. 5층에는 실버극장이 있어서 50세 이상이면 할인된 가격으로 좋아하는 영화를 즐길 수가 있다. 악기상가 주변에는 유명 작곡가 사무실이나 음악실, 노래방, 라이브카페, 들이 많이 있는데 가수 지망생이거나 나름대로 노래 좀 한다는 사람들이 즐겨 찾으며 마이크를 잡고 실력을 뽐내는 모습을 흔하게 볼 수가 있는 이곳의 풍경이며 언제든지 알만한 가수나 연예인들을 쉽게 만날 수도 있다.
그리고 국악기를 파는 가게도 많이 눈에 띄고 한집 건너 OO판소리연구소, OO민요강습소 등 간판을 볼 수가 있다.
낙원상가 제일은행 옆 골목에는 시조창(정가)의 명인 고 김월하 선생의 문화재단이 있고 그 옆 건물에는 40여년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신 미술협회가 자리잡고 있다.
국악과 서양음악이 공존하면서 국악기와 서양악기를 각자의 전공에 따라 구입할 수 있는
낙원동은 음악인들의 동네이며 성지이기도 하다.
밤이 되면 송해길은 또 다른 모습으로 화려하게 변신하게 된다. 낙원상가에서 종묘 쪽으로 가는 지하철역 4번 출구까지 포장마차 길로 바뀌는 것이다. 초저녁부터 새벽까지 젊은이들과 노인에 이르기까지 세대를 초월해서 술잔을 기울이면서 삶의 애환을 달래며 어울리는 모습은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진풍경이기도 하다.
낙원상가 건너편 길 하나 건너면 인사동이다. 수많은 갤러리와 화랑이 있고 최근에는 고급 화장품과 의류 점포가 미술 재료상과 표구점을 밀어내고 자리잡고 있어서 예전의 인사동이 아니긴 하지만 이곳 낙원동과는 분위기가 조금 차이가 있다. 인사동은 원래 사대부들이 살았던 곳으로 지금은 전통문화의 대표 장소로써 미술을 중심한 문화의 명소가 되었고 송해길로 명명된 낙원동은 국악과 현대음악의 조화를 이루고 대중문화의 활성화를 통한 새로운 한류문화를 창조하는 메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지금 폭발적으로 일고 있는 트로트 열풍을 잘 연결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낙원(paradise)은 인간이 꿈꾸는 행복의 장소로써 이상세계를 의미한다.
예수님은 십자가상에서 당신을 인정한 오른편 강도에게 너는 나와 함께 낙원에 있게 되리라고 하셨는데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는 예수님이 말씀하신 낙원에 과연 누가 들어갈 수 있을까? 열심히 잘 믿는 기독교인들만 갈수 있는 곳일까? 다른 종교를 가졌거나 무종교인은 갈수 없는 곳인가? 그런것만은 아닐 것이다. 행복은 멀리서 찾을 게 아니라 가까운 현실에서 만들어 가야 하는 게 아닐지, 내 마음속에 먼저 낙원을 만들고 가족을 중심으로 가정에서 작은 행복의 세계를 이루어서 주변과 더 넓은 사회 국가로 확대되어 진다면 우리가 꿈꾸는 낙원(paradise)의 세계가 언젠가는 이루어 지리라.
얼마 전 보도를 통해서 송해 MC가 건강이 좋지 않아서 치료를 받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설 특집 전국노래자랑 프로그램에서 그분의 친숙한 모습과 구수한 입담을 들을 수 없어서 아쉬웠지만 조만간 다시 전국노래자랑 촬영에 참여한다고 하니 다행으로 생각하면서 백세를 바라보는 연세에도 삶의 현장에서 열정을 다하는 그분의 노익장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앞으로 TV에서 그리고 이곳 낙원동 송해길에서 국민 MC 송해를 오랫동안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마음이 컬컬하거나 위로받고 싶다면 이곳 낙원동 송해길로 와서 행복에너지를 듬뿍 받아가기를 권하고 싶다.
나도 오늘 친구를 불러내어 금강산식당 5층 한우리홀에 가서 노래 한 곡 신나게 부르면서 우리만의 낙원을 만들어 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