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사회적 관계를 맺고 살아간다. 세월의 깊이만큼 사회관계의 어려움과 기쁨, 고통, 갈 등, 행복을 두루 경험하게 된다. 새삼 `사람과의 관계`에 대해 생각하다보면 최근에 인상적으로 본 영화 한 편이 떠오른다. 연기파 배우인 로버트 드니로, 앤 해서웨이 주연의 이라는 영화다. 2015년에 개봉해서 세대를 불문하고 고르게 사랑을 받았는데, 보는 내내 흐뭇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영화 줄거리는 이렇다. 로버트 드 니로가 은퇴 후 회사에 다시 입사하는 70대 인턴사원 `벤`으로 분한다. 그가 입사한 온라인 쇼핑몰의 성공한 대표 `줄스`는 앤 해서웨이가 연기한다. 고령 인턴을 뽑아야만 한다는 사회적 방침에 따라 70세 은퇴자 벤이 인턴으로 채용되지만, 줄스는 굳이 늙은 인턴과 일하고 소통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그런 와중에 줄스에게 이런저런 난관과 위기가 연달아 닥친다. 이때 벤의 오랜 직장 연륜과 침착함이 빛을 발하고 줄스에게 큰 도움이 된다. 뿐만 아니라 직원들 역시 이상할 정도로 벤을 따른다. 연애 고민과 같은 내밀한 속내를 털어놓을 정도다. 물론 영화 스토리이지만, 수십 년 나이 차이에도 불구하고 70대 인턴 벤이 인기 만점 동료가 된 비결은 뭘까?
우선, 자기관리를 잘 한다. 보통 은퇴하면 생활이 흐트러지기 쉽다. 벤은 부인과 사별한 뒤에도 혼자서도 생활 리듬을 잘 유지하는 규칙적인 생활상을 보인다. 인턴이 돼서도 늘 깔끔한 옷차림과 매너를 유지한다. 눈물 흘리는 여성에게 "여자가 울 때의 필수품"이라며 깨끗한 손수건을 척하고 내주는 인물이다. 온화한 벤은 단지 얼굴 표정만 그런 것이 아니라 사람을 대하는 태도며 행동 들이 부드럽고 편안하며 여유가 넘친다.
나이 많다고 유세 떨지 않는다. 연륜과 직장 경력만 보면 그 누구 못지않은데 절대 나서는 법 없이 한 걸음 뒤에서 인턴의 본분을 다한다. 필요 이상으로 참견하지 않고 뒤에서 알아서 도우며 궂은일도 묵묵히 처리하니 인기남이 될 수밖에.
섣불리 충고하는 일도 없다. 너무 일에 치중한 나머지 가정이 깨질 위기에 처한 줄스는 대표 자리에서 물러나고자 고민한다. 이때도 벤은 그저 옆에서 자리를 지켜줄 뿐이다. 대신 진정한 격려와 응원으로 사면초가에 빠진 줄스에게 힘을 북돋워 준다.
가만히 새겨보면 영화는 우리에게 필요한 `관계의 법칙`은 물론 이를 잘 풀어나가는 방법 모두를 함께 전한다. 주위 사람들과 관계가 원만하면 다름 아닌 나 자신부터 스트레스를 덜 받고 행복해진다.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게 남을 바꾸는 일이다. 반면, 내 마음 바꾸기는 상대적으로 쉽다. 관계 속에서 나 자신부터 바꿔나가면 작은 차이로 인해 삶은 크게 달라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