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과 산골
그 안에 살고 있다
오후 5시면 산을 올라간다
대나무 숲을 지나
솔잎 쌓여진 산길을 걷는다
꿩들이 노니는 곳도
고라니가 쉬어가는 곳도
산돼지가 잠자는 동굴도 있다
이젠
이놈들도 산주인을 알아본다
오늘도
좌측 계곡에서 고라니
두 마리를 만났는데
아직 교육이 안돼서
허겁하게 숲속으로 도망간다
이 밤이 지나면
또 산을 걷는다
수노근선고(樹老根先枯)하니
인노퇴선쇠(人老腿先衰)라고
다리는 걷는 게 의무다
나무는 뿌리부터 썩고
사람은 넙다리부터 쇠한다
뿌리가 강하면
나무도 노인도 강건해진다
저 산은
나를 위해 있는 것 같아
매일 출근하는 것처럼
부지런하게
걷고 또 걷는다